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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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안화 (블루레이)

울프팩 2017. 8. 15. 14:10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피안화'(彼岸花, Equinox Flower, 1958년)는 왜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는 석산이라고 부르는 피안화는 10월에 붉은 꽃이 무리 지어 핀다.


줄기에 해독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한의학계에서 석산이라고 부르는데 일본에서는 피안화 또는 장례화, 유령화라는 불길한 이름으로 부른다.

이유는 뿌리에 유독한 알칼로이드 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


그마저도 기근 때 사람들이 다 파먹어서 죽음의 상징으로 여겼다.

이를 국내에서는 '달맞이꽃'이라는 이름으로 개봉했다.


하지만 영화 내용은 꽃 이름처럼 불길하지 않다.

내용은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자와 결혼하려는 딸을 둔 부모의 이야기다.


아버지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개방적인 유연한 모습을 보이지만 정작 딸에게는 아버지와 상의 없이 남자를 고른 점을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부모는 바보라 하던가,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는 대사처럼 자식의 뜻을 꺾지 못한다.


영화를 만든 1950년대 말까지 일본 사회를 강하게 지배했던 가부장적 사고방식과 여기 반발하는 당시 젊은 세대들의 가치관 충돌을 잔잔하면서도 아기자기하게 빚어냈다.

특히 완고한 아버지의 고집을 꺾기 위해 딸이 다른 여성과 작전 아닌 작전을 꾸미는 과정이 아기자기한 재미를 준다.


그러면서도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작품에 일관되게 흐르는 인생에 대한 관조와 변해가는 시대상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기성세대의 씁쓸함과 쓸쓸함이 보인다.

언제나 그렇듯 그의 전매특허인 다다미 샷과 사물을 지긋이 바라보는 듯한 인서트 컷이 변함없이 등장한다.


더불어 그의 이전 작품에 자주 출연한 류 치슈, 사다 케이지, 쿠가 요시코 등 낯익은 얼굴들이 출연한다.

이 작품에서 눈길을 끄는 배우는 딸을 연기한 아리마 이네코다.


당시 돋보이는 미인이었던 그는 2010년 뒤늦게 영화감독 이치카와 곤과 강요된 불륜관계를 털어놓아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치카와 곤은 '은하철도 999' 연출로 유명하며 2008년 세상을 떠났다.


아리마 이네코는 21세 때부터 7년간 17세 연상의 이치카와 감독과 불륜관계였으며 낙태를 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그가 나중에 다른 배우와 결혼할 때 이치카와 감독이 "3개월에 한 번씩 만나 달라고 강요했다"라고 폭로하며 멋대로 굴었던 그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전했다.


아리마의 주장을 감안하면 이 작품 촬영 당시 그는 이치카와 감독과 불륜관계였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단아하면서도 자기주장이 분명한 딸 역할을 제대로 연기했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촬영과 연출 스타일,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이 이전 작품들과 비슷한 이 작품은 그의 몇 안 되는 색채 영화이기도 하다.

나름 잔잔한 오즈 감독의 스타일을 편안하게 느껴볼 만한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4 대 3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의 영상은 아무래도 제작연도를 무시할 수 없다.

지글거림이 보이지만 제작연도를 감안하면 무난한 화질이다.


음향은 LPCM 2.0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오른쪽이 딸로 나온 유명한 아리마 이네코. 양어머니의 예명을 그대로 사용한 그는 두 번 결혼했으나 모두 이혼했다.

사물을 지긋이 바라보듯 찍은 인서트 컷.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을 제공한다.

둘째 딸을 연기한 쿠와노 미유키.

직원들이 위험천만하게 건물 유리창을 닦는 모습. 1970, 80년대 우리나라 학교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던 풍경이다.

일본의 유명 소설가 사토미 돈의 소설이 원작이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 특유의 다다미샷. 완고한 아버지를 연기한 사부리 신과 딸과 마음이 맞는 여성을 연기한 사쿠라 무츠코. '안녕하세요' '동경이야기' 등 오즈의 다른 작품에도 출연한 사쿠라는 '으랏차차 스모부' '스윙걸즈' 등 현대 일본영화에도 나왔다.

바다처럼 드넓은 아시노 호수가 인상적인 온천도시인 하코네에서 촬영.

오즈 영화에 자주 보이는 좁은 술집 골목도 등장. 일본의 특징을 보여주는 풍경이다.

유명한 빅터레코드 광고탑.

키타 류지(오른쪽에서 두 번째), 나카무라 노부오(왼쪽에서 두 번째) 등 오즈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배우들이 나온다.

오즈의 페르소나 류 치슈(왼쪽)가 빠질 수 없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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