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중반 국내 발간된 영화잡지 스크린에서 존 어빈 감독의 '고릴라'(Raw Deal, 1986년) 표지를 처음 봤다.
영화를 소개한 기사에는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피투성이 손으로 권총을 겨눈 사진도 나와 있었다.
처음에는 특이한 제목 때문에 눈길이 갔고 제법 강렬한 사진에 마음이 끌렸다.
당시 아놀드는 '코난'과 '터미네이터' 시리즈, '코만도' 등으로 '람보'의 실베스터 스탤론과 더불어 근육질 액션스타의 쌍두마차였다.
황당한 영화 제목은 아놀드의 우람한 체구와 외모 때문에 붙인 것으로 생각했으나 나중에 영화를 보니 극 중 아놀드가 맡은 잠입요원의 별명이다.
내용은 경찰 가족과 증인이 마피아에게 몰살당한 뒤 이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활약하는 경찰 잠입요원의 이야기다.
잠입요원이란 홍콩영화 '무간도'처럼 악당을 가장한 채 범죄조직에 파고들어 내부에서 수사 정보와 증거를 캐는 비밀요원이다.
다만 아놀드의 방법은 무간도처럼 아슬아슬한 두뇌 싸움이 아니라 부푼 그의 근육을 100% 활용한다.
마치 '터미네이터'와 '코만도'가 역할을 바꿔 뛰어든 것처럼 힘과 총으로 적들을 몰아붙인다.
그렇다 보니 이유 불문하고 무조건 때려 부수는 액션을 좋아하면 모르겠지만 나름 스토리를 따지는 영화팬들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 '터미네이터' '코만도' 등 아놀드가 출연해 성공한 영화들에서 여러 요소를 따와서 식상해 보인다.
마치 아놀드의 편집판 같은 인상이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어빈 오일 컴퍼니를 폭파한 뒤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나는 장면은 마치 '터미네이터'를 연상케 한다.
심지어 나중에 "I'll Be Back"이라는 터미네이터의 유명한 대사까지 읊조린다.
적들의 본거지를 치러가기 전 무기를 점검하는 장면은 '코만도'를 닮았다.
단순히 형태만 비슷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아놀드의 흥행 코드를 노린 의도적 따라 하기다.
이렇게 된 이유는 이 작품의 탄생 배경과 관련 있다.
유명 제작자인 디노 드 로렌티스는 나중에 아놀드가 주연하는 영화 '토탈 리콜'의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단순 흥행용으로 이 작품을 기획했다.
그래서 아놀드를 간판으로 내세워 그가 출연했던 영화 중 돈벌이가 될 만한 요소들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흥행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그 바람에 디노 드 로렌티스는 파산했고, 결국 별렀던 '토탈 리콜'의 판권은 캐롤코로 넘어갔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작품인 만큼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옛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추억의 영화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영상은 무난한 화질이다.
전체적인 디테일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클로즈업 영상은 괜찮은 편이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요란하고 자극적인 소리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감독들이 말하는 아놀드에 대한 기억, 작품에 대한 영화평론가의 설명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예전 영화잡지 '스크린'에서 봤던 사진 속 영상. 이 작품은 '코만도' 개봉 뒤 1년 후에 나왔다.
극 중 감독의 이름을 딴 어빈 오일 컴퍼니가 폭발하는 장면은 '터미네이터'를 연상케 한다.
존 어빈 감독은 1970년대 TV 시리즈를 주로 만들었으며 우리에게 알려진 영화는 베트남전을 다룬 '햄버거힐'이 있다.
아놀드는 우람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성적인 이미지를 강하게 풍기는 스타는 아니다. 그렇다 보니 베드신 등이 어색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아놀드의 이름값에 의존한 작품. 그러나 스토리가 빈약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싸움에 나서기 전 장비를 챙기는 장면은 '코만도'를 닮았다.
아놀드는 극 중 H&K 94카빈과 MP5 등을 사용.
190cm에 가까운 우람한 체구의 사나이가 눈에 잘 띄지 않는 조직원으로 잠입한다는 설정부터가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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