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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블루레이)

울프팩 2013. 1. 28. 00:40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2006년)은 한 편의 엽기적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온통 과장된 색상과 오버 액션, 애니메이션과 뮤지컬이 뒤범벅된 영화는 장르 조차도 가리기 힘들다.

그만큼 영화는 내용부터 구성, 영상까지 모든 게 전위적이며 엽기 발랄하고 지극히 키치적이다.
야마다 무네키의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뜻하지 않은 일로 학교에서 잘린 여선생 마츠코가 창녀로 전락했다가 야쿠자의 여자가 되는 등 불운한 인생 유전 끝에 황당한 죽음을 맞는 내용이다.

지극히 암울한 내용을 테츠야 감독은 시침 뚝 떼고 황당한 영상으로 코믹하게 처리했다.
마츠코의 희망은 '오즈의 마법사'를 흉내 낸 듯한 영상과 노래로, 마츠코가 겪는 험난한 고난은 붉거나 노랗게 강조되고 왜곡된 색상으로 표현했다.

여기에 애니메이션 처리한 새들이 마츠코의 주변을 날고, 팅커벨처럼 발을 부딪치면 반짝이는 가루가 떨어지는 등 환상적이고 동화적인 요소들이 결합됐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뮤지컬처럼 노래가 대사 이상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니 핑크가 이 영화를 위해 작곡하고 부른 노래처럼 새롭게 삽입된 곡이 있고, 이츠와 마유미의 '고이비토요'를 나나호시가 다시 부른 것처럼 기존에 널리 알려진 노래를 영상에 맞게 재구성한 경우도 있다.
언뜻 보면 이 같은 혼돈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결국은 일관되게 흐르는 사랑이라는 주제로 귀결된다.

여인의 불행과 행복은 지독한 외로움을 떨쳐내기 위해 사랑을 갈구하는 과정에서 빚어졌다.
테츠야 감독은 이처럼 단선적인 주제를 그만의 상상력을 발휘해 요지경 세상으로 바꿔 놓았다.

테츠야 감독의 엽기 발랄한 컬트 코드가 맞으면 신선한 충격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난삽하고 혼란스러운 영화로 그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지극히 오타쿠적인 독특한 일본 영화로, 보는 사람에 따라 취향을 많이 탈 듯 싶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샤프니스는 좋은 편이나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과장한 색감 때문에 장면에 따라 발색의 편차가 크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소리의 이동성이 좋아 적당한 서라운드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감독과 배우들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인터뷰, 미공개 장면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주인공 마츠코를 연기한 나카타니 미키. 그는 이 작품에서 20대부터 50대까지 연기했다.
마츠코의 조카이자 화자 역할 쇼를 연기한 에이타. 모델 출신 배우로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와 영화 '전차남' 등에 나왔다.
오타쿠 기질이 엿보이는 쇼의 집은 오기쿠보에서 촬영. 촬영은 '불량공주 모모코' '고백' 등 테츠야 감독 작품에서 카메라를 잡은 아토 마사카즈가 담당.
미츠코의 마지막 거처인 아파트는 도쿄의 아라카와 제방 근처 철거되기 직전 아파트에서 촬영. 이 아파트는 촬영이 끝나고 헐렸다.
일부 과거 장면은 낡은 필름처럼 보이도록 색이 바랜 것처럼 채도를 조절하고 잡티도 넣었다.
배우들에 따르면 테츠야 감독은 촬영장에서 입이 거칠기로 유명하다.
옥상 놀이공원은 컴퓨터 그래픽이다.
뮤지컬처럼 각종 노래와 춤을 곁들였다. 대부분의 노래가 좋아 귀가 즐겁다.
색을 왜곡하지 않은 장면에서는 원색을 과장해 만화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알록달록한 벽지와 소품 등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이상한 나라 같다.  마츠코의 세 번째 남자이자 소설가인 오카노를 연기한 게키단 히토리는 원래 개그맨이다.
나카타니 미키가 부른 'Happy Wednesday', 마이클 부블레 'Feeling Good' 등 삽입곡들이 모두 좋다.
포르노 스타의 리무진 장면은 세트 촬영이다.
교사였던 마츠코는 도둑 누명을 쓰고 해고된 뒤 창녀로 전락했다가 기둥서방을 살해해 8년간 옥살이를 하는 등 팔자가 기구하다.
마츠코가 자살하려고 상수원을 찾는 장면은 도쿄 상수원인 타마가와 상수원에서 촬영.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가 노란 벽돌 길을 걸었던 장면을 흉내 낸 영상.
쇼와는 일본이 히로히토 왕 시절 사용한 연호다.
나카타니 미키는 자포자기로 뚱뚱하게 살찐 마츠코를 연기하려고 얼굴과 다리 등에 특수분장을 했다.
헤이세이는 현 일본 왕 아키히토가 1989년 즉위하며 사용한 연호다.
하늘에 무수히 반짝이는 별은 모두 CG로 그렸다.
여러 장면에 유난히 꽃이 많이 나온다. 테츠야 감독은 "여자의 인생은 꽃이기 때문"이라며 꽃을 많이 사용한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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