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중독

울프팩 2013. 1. 25. 20:15
같은 날 같은 시각 다른 장소에서 형제가 나란히 자동차 사고를 당한다.
오래도록 혼수상태였던 두 사람 가운데 동생만 깨어난다.

그런데 몸은 동생인데, 생각과 행동은 형이다.
다른 사람의 몸에 영혼이 들어가는 빙의 현상이다.

주변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눈에 보이는 것을 부정하고, 다른 존재로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사랑이라면 더더욱 힘들다.
그러나 시동생은 자연스럽게 형수를 아내처럼 대한다.

결국, 형수는 부부끼리만의 비밀을 알고 있는 시동생을 남편의 현신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시동생은 정말 빙의일까.

이쯤되면 사랑이 아니라 광기다.
박영훈 감독의 영화 '중독'(2002년)은 등골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운 사랑을 보여준다.

오래전부터 마음 속으로 사랑했던 사람을 갖기 위해 꾸미는 한 남자의 행동이 아주 극단적이기 때문.
박 감독은 이를 빙의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서 풀어냈다.

일본 영화 '비밀'을 흉내냈다는 지적도 받았지만, 빙의라는 소재만 같을 뿐 본질은 다르다.
이 작품에서 빙의는 일종의 속임수다.

즉, 실제 빙의라기 보다는 관객들을 설득하고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한 함정이다.
관건은 등장인물들을 속이는 것 만큼 관객들을 속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야기는 꽤 치밀하고 긴장감있게 풀어냈지만, 억지로 납득을 해야 하는 점이 한계다.
형제가 한 날 한 시에 사고를 당해 동생만 깨어나는 우연은 그렇다 쳐도, 보통 사람들이 빙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지는 의문이다.

영화는 이 과정을 길게 설명하지만, 하물며 부부 사이라면 더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문제는 형의 여자를 취하는, 금단의 벽을 넘는 과정으로 빙의가 쓰였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설득 보다는 도덕적 한계를 뛰어넘는 충격에 방점이 찍혔다.
따라서 보는 이들은 아슬아슬한 관계의 성사에 더 관심을 쏟으며 스스로 설득당한다.

그만큼 이 영화는 성적 금기를 건드려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오락적 요소를 잘 갖춘 영리한 작품이다.
할리우드도 이 점을 주목해 2008년 할리우드에서 '포제션'이란 제목으로 다시 만들어 개봉했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좋지 않다.
윤곽선은 투박하고 색도 바랬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으로 감독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배우 인터뷰, 프로필, 뮤직비디오 등이 들어 있다.
이 정도 분량이면 한 장의 디스크에 다 들어갈 텐데, 2장으로 나눠 놓았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깨어진 유리처럼 금단의 벽을 뛰어넘는 내용을 다룬 작품. 이병헌 이미연이 주연을 맡았다.
초반 공연 장면은 가수 이현우의 의정부 공연을 촬영.
집은 남양주 수동에 지은 세트.
이병헌이 자동차 경주선수로 나오면서, 용인 에버랜드 인근 스피드웨이파크에서 촬영. 현재는 공사를 이유로 문을 닫은 상태다.
교통사고 장면에서 차가 충돌하는 부분은 인형을 태우고 찍었다.
형의 영혼이 동생의 몸에 들어가는 빙의라는 소재를 사용해 일본영화 '비밀'과 닮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엄마의 영혼이 딸의 몸 속에 들어가는 '비밀'과 빙의라는 소재만 같을 뿐 이야기 전개는 전혀 다르다.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촬영한 장면. 촬영은 김병일 촬영감독, 조명은 이강산 조명감독이 맡았다.
광적인 집착에 가까운 사랑을 다룬 이 작품은 멜로물이라기 보다 스릴러에 가깝다.
이미연은 이 작품으로 제 40회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박 감독은 '댄서의 순정' '브라보 마이 라이프' 등을 만들었으며 배우 김예령이 부인이다.
후반부가 늘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병헌이 연기한 배역의 집착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오히려 박 감독이 적절하게 설명을 넣었다는 생각이다.
중독 OST
OST
중독
이미연 출연/이병헌 출연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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