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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13시간(4K 블루레이)

울프팩 2019. 8. 15. 11:22

2012년 9월 11일, 리비아의 수도 벵가지에 있던 미국 영사관이 현지 무장단체들에게 공격을 받았다.

당시 리비아는 오랜 세월 통치했던 독재자 카다피가 살해된 뒤 여러 무장단체들이 카다피가 쌓아놓은 무기들을 각각 차지하고 정권을 잡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설마 영사관을 공격할 것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크리스 스티븐스 미국 대사는 미처 영사관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불타는 건물 속에서 질식사했다.

그 상황을 마침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던 미 중앙정보부(CIA)의 벵가지 비밀 안가에서 CIA 요원들이 지켜봤다.

 

CIA의 작전기지이기도 했던 그곳에는 요원 보호를 위해 GRS(Global Response Staff)라고 부르는 경호팀이 있었다.

군 특수부대에서 오랜 경험으로 잔뼈가 굵은 그들은 미국 영사관이 공격받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았다.

 

6명 뿐이었던 GRS 팀원들이 불타고 있던 영사관으로 달려갔으나 스티븐스 대사는 죽고 이미 상황 종료였다.

급히 남아있던 영사관 직원들을 구출해 안가로 돌아왔으나 리비아 무장단체들은 안가마저 습격했다.

 

단 6명이 이틀 동안 수백명의 공격으로부터 안가를 보호하기 위해 사투를 벌여 그곳에 있던 영사관과 CIA 대원들이 무사히 리비아를 탈출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GRS 팀원 2명이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미국은 리비아에서 완전히 손을 뗐고 그때까지 베일에 쌓여 있던 GRS라는 팀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 이야기를 2014년 작가 미첼 주코프가 '13시간: 벵가지에서 벌어진 감춰진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이 이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 만든 영화가 '13시간(13 hours: The secret soldiers of Benghazi, 2016년)이다.

영화는 이틀 동안 벌어진 사건을 충실하게 재현했다.

 

특히 소수의 GRS 대원들이 리비아 무장단체와 싸움을 벌이는 장면은 마치 전쟁터 한 복판에 있는 것처럼 실감 난다.

드론 정찰기가 보여주는 영상이나 야간 투시경으로 적을 저격하는 장면들을 1인칭 사격게임(FPS)처럼 긴장감 넘치게 묘사했다.

 

어찌 보면 한 줌의 미국인들이 수많은 적에게 둘러싸여 생존 싸움을 벌이는 설정은 '블랙 호크 다운'하고 유사하다.

이를 통해 미국인들이 그곳에서 벌이는 싸움의 정당성과 중과부적의 상황을 이겨낸 정의로운 용사라는 이미지를 강조한다.

 

물론 그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배경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사실 리비아의 미국 영사관이 습격받게 된 배경에는 미국에서 이슬람교를 비난하는 독립영화를 공개한 것이 발단이었다.

 

그러나 그런 전제조건보다는 공격받은 미국의 이미지를 강조해 세계 경찰로서 여러 나라에서 주권을 무시한 채 간섭하는 것을 정의로운 행동으로만 포장했다.

그런 점에서 지극히 국수적이고 불공평한 영화이지만 액션만큼은 아주 뛰어나게 잘 묘사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극적인 순간을 슬로 모션으로 처리해 긴장의 순간을 적절하게 조였다가 풀어주는 노련한 연출미를 보여줬다.

다만 이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그렇게 낯익은 배우들이 아니어서 스타 파워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해외에서 개봉 당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묻히기에는 아까운 액션 영화다.

 

오히려 말도 안 되는 스토리와 과장된 액션으로 일관하는 마이클 베이의 다른 액션 영화들보다 한결 낫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아쉬운 것은 과거 국내에 나왔던 2장짜리 일반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부록 디스크 수록물이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일반 블루레이 타이틀의 부록 디스크에 수록된 제작과정이나 비하인드 스토리 등 꽤 볼만한 내용들이 많은데 4K 타이틀에서 모두 제외돼 아쉽다.

 

2160p U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아주 좋다.

디테일이 뛰어나며 적당히 필터를 사용해 촬영한 색감 또한 잘 살아 있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각종 소음이 사방 채널을 가득 채우는 등 서라운드 효과가 훌륭하다.

전투 장면을 보면 사방에서 작렬하는 총소리가 실제 전투 장소에 있는 것처럼 실감 나게 들린다.

 

부록은 전혀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촬영은 대부분 몰타에서 했다.
이 영화는 2012년 9월 11~12일 리비아의 벵가지에서 벌어진 실화를 다뤘다.
이 작품의 원작을 쓴 작가 미첼 주코프는 당시 전투를 벌였던 CIA의 특수 경호팀 GRS 팀원들을 일일이 만나서 인터뷰했다.
액션 영화를 많이 찍고 밀리터리에 관심이 많은 마이클 베이 감독은 해군 특전사 대원들과 오랜 유대 관계를 갖고 있다.
CIA는 9.11 사건 후 해외에서 작전을 벌이는 요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GRS라는 특수 경호팀을 만들었다. CIA는 군 특수부대 출신들을 GRS의 계약직 팀원으로 고용했다.
GRS 팀원들이 야간투시경을 착용한 채 적외선 레이저로 적을 표적 사격하는 장면은 소니의 알파7 카메라로 촬영.
CIA 안기를 내려다본 장면은 드론으로 촬영.
벵가지의 미국 영사관이 습격받은 것은 미국에서 독립 영화제작자가 만든 이슬람을 비난하는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GRS 팀원을 맡은 배우들은 샌디에이고의 미 해군 특수부대에서 각종 전투 훈련을 받았다.
GRS 팀원들은 급여가 많고 1년에 몇 달을 쉴 수 있어서 전직 특수부대원들이 많이 지원했다.
고프로 카메라 40대를 빙 둘러서 이어 붙여 촬영하는 고프로 어레이도 사용.
일부 장면은 총구까지 바짝 붙여서 접사 촬영이 가능한 호크 클로즈 포커스 렌즈를 사용해 찍었다.
당시 GRS 팀원 중 하나는 박격포탄 파편이 왼팔을 관통해 거의 끊어지다시피 했는데 14차례 수술을 받아 다시 쓸 수 있게 됐다.
당시 전투에 참여했던 GRS 팀원 중 일부가 촬영 현장에 와서 조언을 했다. 이들은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하기 위해 심장박동을 분당 60으로 조절하는 훈련도 받았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13시간 (1Disc) : 블루레이
 
13시간 (2Disc 4K UHD 2D)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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