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효가 쓴 1989년 출간한 소설 '하얀 전쟁'은 월남전에 참전했던 사람들이 자아상실과 인간성 파괴로 겪는 고통을 통해 반전 메시지를 강하게 울렸던 작품이다.
기존 전쟁 소설이 흔히 그리던 무용담과 달리 전쟁에 참여한 사람들은 피아 구분 없이 모두가 피해자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를 토대로 정지영 감독이 1992년에 같은 제목의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는 월남전 장면을 꽤나 공들여서 그럴듯하게 찍었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직접 베트남까지 가서 현지 촬영을 했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베트남 이외 국가에서 현지 촬영한 첫 영화이기도 하다.
현지에서 빌린 미군 헬기까지 동원해 사실적인 묘사를 위해 애썼고 BL4S라는 특수 장비를 사용해 야간 전투 장면을 그럴듯하게 재현했다.
지금 보면 야간 전투 장면은 어둠에 묻혀서 제대로 살아나지 않지만 당시로서는 꽤나 사실적이었다.
내용은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돌아온 사람들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괴로움을 겪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안성기, 독고영재, 이경영, 김보성, 김세준, 심혜진 등 쟁쟁한 스타들의 젊은 시절을 보는 재미가 있다.
다만 원작 소설과 비춰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원작 소설에서 세세하게 묘사한 등장인물들이 월남전과 전후에 겪는 심적 고통과 갈등을 영화에서는 시간 제약 때문인지 점핑하면서 꼼꼼하고 치밀하게 다루지 못했다.
그 바람에 캐릭터에 몰입하기 힘들다.
이는 특히 이경영이 연기한 변진수의 방황과 그의 고통을 끝내주기 위한 한기주(안성기)의 결심을 제대로 묘사하지 못했다.
또 변진수에게는 중요한 인물인 사라의 이야기도 너무 적게 나와 겉돌기만 하고 사라진 점이 아쉽다.
그만큼 영화보다는 원작 소설이 훨씬 재밌고 메시지도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전쟁으로 인한 인간성 파괴라는 진중한 메시지를 제대로 다룬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월남전을 자기반성적인 시각에서 들여다본 점도 돋보인다.
1080p 풀 HD의 16 대 9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2016년에 한국영상자료원에서 35미리 네거티브 필름을 사용해 복원한 4K 소스를 사용했는데 깜짝 놀랄 만큼 화질 복원이 잘 됐다.
필름 손상 흔적이나 잡티가 전혀없고 윤곽선이 깔끔하다.
클로즈업 장면을 보면 디테일도 좋고 권총의 금속 질감 등이 잘 살아 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한글 자막을 켜놓지 않으면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대사 음량이 너무 적은 게 흠이다.
반면 기차 소리처럼 배경 효과음은 또 크게 울린다.
부록으로 감독과 안성기, 주성철 씨네21 편집장의 음성해설, 복원 영상 비교 등이 들어 있다.
음성해설에도 친절하게 한글 자막을 넣어 놓아 아주 편리하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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