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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살카 (블루레이)

울프팩 2011. 7. 25. 00:41

'신세계 교향곡'으로 유명한 체코의 작곡가 드보르작에게 1901년은 최고의 해였다.
뉴욕 국립음악원장을 지내고 돌아온 그는 이 해에 프라하 음악원장에 취임했고, 오스트리아 국회의 종신 상원의원이 됐다.

한마디로 아쉬울 게 없던 그는 1904년 고혈압에 따른 심장병으로 죽기 전까지 프라하 근교 비쇼카 숲을 자주 찾았다.
프라하 남서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인 비쇼카에는 루살카라고 불리는 드보르작의 별장이 있다.

숲으로 둘러싸인 이 곳에서 그는 오페라 '루살카'를 썼고, 1901년 프라하의 국민극장에서 초연했다.
루살카 별장 근처에는 오페라 내용처럼 작은 루살카 연못도 있다.

드보르작은 11편의 오페라를 썼지만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은 10번째 작품인 '루살카'다.
3막으로 이뤄진 루살카는 인어공주 이야기와 상당히 흡사하다.

물의 요정 루살카가 왕자를 사랑해 마녀에게 목소리를 내어주고 사람이 되지만, 왕자의 사랑을 얻는데 실패해 왕자와 함께 죽음으로 치닫는 내용이다.
특히 이 작품은 주인공 루살카가 부르는 아리아 '달에게 바치는 노래'가 유명하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연출가 마르틴 쿠세는 비극적인 이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뮌헨국립극장 무대에 올렸다.
마르틴 쿠세는 피와 선정적인 장면 등 충격적 내용으로 무대를 꾸미기로 유명한 인물.

이 작품도 예외가 아니다.
오페라 치고는 강렬한 시각적 요소들이 귀보다 먼저 눈길을 사로 잡는다.
이 오페라에 익숙하지 않다면 다소 지루할 수 있으나 이를 보완해 주는 것이 바로 강렬한 영상이다.

1080p 풀HD의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이를 고스란히 담았다.
화질은 아주 훌륭하며, 무엇보다 수입 타이틀인데도 불구하고 본편에 한글 자막이 들어 있어 오페라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DTS-HD 5.0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 또한 영롱한 하프소리가 잘 살아있는 등 사운드가 명징하다.
부록으로 30분 가량의 제작 과정이 들어 있으나 영어자막만 지원한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주인공 루살카를 연기한 라트비아 출신 소프라노 크리스틴 오폴라이스.
오폴라이스는 버밍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안드리스 넬슨스와 올해 4월에 결혼했다.
무대 구성이 특이하다. 물의 요정들이 사는 물 밑 세계는 무대 밑에서 엘리베이터처럼 솟아 오른다.
루살카는 사랑을 찾아 사람이 되기 위해 마녀 예지바바에게 목소리를 판다. 예지바바를 연기한 야니나 배츨레.
루살카가 사랑에 빠진 왕자. 엽총을 든 사냥꾼 등 다분히 현대적이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왕궁 사람들. 축제에 쓸 사슴 고기를 다듬는 장면. 충격적이다.
마르틴 쿠세 특유의 잔혹 연출이 빛을발한 장면. 웨딩드레스를 입은 남성과 가죽을 벗긴 짐승을 껴안고 춤을 추는 군무가 강렬하다.
하지만 왕자는 말을 못하는 루살카 대신 외국 공주와 사랑에 빠진다.
가족과 친구도 버리고 뭍으로 올라온 루살카였지만 결국 사랑마저 잃고 괴로움에 고향으로의 귀환을 갈구한다.
다양한 앵글과 클로즈업 등은 공연장에서는 볼 수 없는 영상물 만이 주는 즐거움이다.
'루살카'는 세상을 뜬 소프라노 루치아 폽과 미국의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의 노래가 유명하다. 특히 플레밍은 1999년에 데카에서 낸 '루살카' 음반으로 그 해 그라모폰에서 최고 음반상 등 2개 부문을 수상했다.

Kristine Opolais - RUSALKA ''Song to the 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