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은 완전히 검은색이 아니고, 영웅도 완전한 흰색이 아니다. 세상은 모두 회색이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이런 생각을 갖고 미스테리 스릴러 영화 '의혹의 그림자'(Shadow Of A Doubt, 1943년)를 만들었다.
실제로 영화 속 인물들은 이러한 이중성을 갖고 모호하게 처리됐다.
평화로운 작은 마을의 어느 가족에게 어느날 낯선 삼촌(조셉 코튼)이 찾아온다.
삼촌은 더 할 수 없이 친절하고 점잖은 신사지만,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았는 지 아무도 모른다.
형사들이 삼촌의 뒤를 캐면서 여주인공 찰리(테레사 라이트)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빠진다.
결국 의문에 쌓인 삼촌의 정체와 마을의 이중성이 영화를 끌어가는 힘이다.
마을의 이중성은 "세상이 불결한 돼지우리라는 것을 아니? 세상은 지옥이야.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건 그게 무슨 상관이야."라는 손턴 와일더가 쓴 삼촌의 대사에 잘 드러나 있다.
그만큼 영화는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과 평화로운 마을에서 일어나는 불길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의 묘미는 과연 삼촌이 범죄자인 지 아닌 지 관객이 끊임없이 의문을 갖게 만드는 데 있다.
여기에는 절묘한 캐스팅과 히치콕 특유의 기발한 구성이 한 몫 했다.
이전 작품에서 주로 선하고 점잖은 배역을 맡은 조셉 코튼을 미스테리한 인물로 설정하고, 연약해 보이는 테레사 라이트를 여주인공으로 기용해 보는 이들에게 시종일관 의혹과 불안감을 조성한다.
또 영화 속 무대인 캘리포니아 산타로사의 현장 촬영과 스튜디오 촬영을 적절히 섞어 불길한 기운을 전달하는 영상도 훌륭했다.
그래서 히치콕은 이 작품을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으로 꼽았다.
미스테리한 구성이 뛰어난 이 작품은 찰리 삼촌이 찾아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 작품 역시 유니버셜에서 출시한 '히치콕 콜렉션'에 포함돼 있다.
4 대 3 풀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의 영상은 무난하다.
더러 계단현상과 필름의 잡티도 보이지만 흑백 영화여서 어지간한 흠이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부록으로 제작과정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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