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는 대부분 난해하다는 평을 받는다.
'펀치 드렁크 러브' '부기 나이트' '매그놀리아' '데어 윌 비 블러드' 등 그가 만든 일련의 작품들을 보면 인물의 내면에 천착한다.
그 사람이 왜 저런 행동을 했으며 왜 저렇게 변했을까라는 드러나지 않는 면을 강조하다보니 이야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범상치 않은 사람들의 특별한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 관심을 끌지만 대부분 흥행에서 기대만큼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인히어런트 바이스'(Inherent Vice, 2014년)도 마찬가지.
이 작품은 미국에서 극장 개봉했지만 흥행에 실패하는 바람에 국내에서는 아예 극장 상영을 해보지도 못하고 바로 부가판권 시장인 인터넷TV로 직행했다.
내용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미국 사립탐정 이야기다.
어느날 사립탐정의 헤어진 옛날 여친이 찾아온다.
부자인 남자친구가 있는데 그의 부인과 정부가 짜고 납치해서 죽이려 하니 막아달라고 청한다.
사립탐정이 사건을 맡아 조사에 들어가려고 하니 이번에는 전 여자친구가 실종된다.
이때부터 사건이 꼬이기 시작한다.
영화는 사립탐정의 수사 과정을 쫓으며 1970년대 히피 문화로 대표되는 미국의 언더그라운드의 추억을 들춰낸다.
여기에는 대마초를 피웠던 감독 자신의 추억을 비롯해 197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음악과 성적인 농담들이 얹혀서 그 시대를 살았던 미국인들의 기억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1980년대 미국 대학생들의 생활을 다룬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에브리바디 원츠 썸'과 비슷하다.
즉, 두 작품 모두 동시대를 살았던 미국인들의 정서와 향수, 추억을 자극하는 영화다.
이는 곧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다.
시대 코드를 읽을 수 있다면 재미있고 흥미로운 작품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이해하기 힘든 작품이 돼버린다는 뜻이다.
아마도 그래서 국내에서는 극장 개봉이 쉽지 않았을 수 있다.
그래도 폴 토마스 앤더슨 특유의 영상 미학을 엿볼 수 있어 좋았던 작품이다.
커다란 화면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감독의 남다른 공간감 덕분에 공간이 꽉 들어찬 가장 영화적인 영상으로 우리 정서와 맞지 않는 낯선 이야기의 빈 곳을 채운다.
따라서 이야기가 버겁다면 눈으로만 쫓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그렇게 해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지는 각자의 취향에 달렸다.
1080p 풀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전체적으로 빛깔이 고와서 부드러운 느낌이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를 적절히 활용해 제대로 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5가지 서로 다른 예고편이 들어 있다.
한글자막이 들어간 부록은 모두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필립 머로우 같은 사설 탐정이 등장하는 범죄 드라마다. 그러나 필립 머로우 스타일의 아메리칸 느와르처럼 마냥 무겁거나 우울하지 않고 약간 웃기다.
주인공인 사립 탐정은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했다. 원래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할 예정이었으나 일정도 맞지 않고 감독이 호아킨과 하기를 원해 바뀌었다.
음악은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 조니 그린우드가 담당했다. 그는 '마스터' '데어 윌 비 블러드' 등 감독의 이전 작품들에서도 음악을 맡았다.
이 작품은 토마스 핀천이 2009년 발표한 소설이 원작이다. 감독은 원작에 충실하게 영화를 만들었다. 줄거리 뿐 아니라 중요한 대사를 거의 그대로 인용했다.
'펀치 드렁크 러브'처럼 다채로운 색감이 인상적이다.
제목은 무역 보험에서 얘기하는 고유의 하자를 얘기한다. 즉 화물이 갖고 있는 고유 속성상 일어나는 손실에 대해서는 보험을 지불하지 않기 위해서 이를 따진다.
한 눈에 보기에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흉내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장면.
극 중 삽입곡인 'Le Fleurs'는 32세에 요절한 가수 미니 리퍼튼이 부른 노래다. 그는 감독의 장모다.
미국 덴버의 알라모 드래프트하우스 극장에서 열린 시사회에 초청받은 사람들은 대마초를 피우며 영화를 봤다고 한다.
조쉬 브롤린이 연기한 형사 역할로 마이클 섀논과 짐 캐리도 고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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