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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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탄 소년(블루레이)

울프팩 2015. 4. 4. 12:44

굳이 변진섭의 '홀로 된다는 것'의 노래말을 빌리지 않아도 홀로 남겨진 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하물며 어린 소년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믿었던 보호자가 사라진다는 것은 세상이 통째로 없어지는 것과 다름없는 커다란 상실감이다.

다르덴 형제가 만든 '자전거를 탄 소년'(Le Gamin Au Velo, 2011년)은 상실에 관한 영화다.

 

영화 속 주인공 소년에게 세상은 곧 아버지다.

하지만 어느날 문득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년은 커다란 충격을 받는다.

 

다르덴 형제는 아버지와 헤어져 홀로 고아원에서 자라야 했던 소년이 느끼는 상실감과 아픔을 담담하게 다뤘다.

무턱대고 눈물을 강요하지 않고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끊임없이 흔들리는 카메라를 통해 소년에게 다가갔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한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장면은 더 이상 세상에 낙이 없는 소년이 선택하는 방법이다.

어린 나이에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아픔을 느낀 소년은 자신의 얼굴을 쥐어 뜯는다.

 

그리고 자전거에 집착한다.

소년이 집착하는 자전거는 결국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했던 과거에 대한 애착이다.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이 결국 자전거로 집약되고 소년의 일탈로 표현된다.

아버지의 부재를 받아들일 수 없는 소년은 대체제를 찾는다.

 

그것이 불량 청소년을 믿고 따르는 소년의 몸짓으로 이어진다.

처음 영화를 보면서 안락하고 편안한 삶을 줄 수 있는 위탁모를 저버리고 불량 청소년을 따르는 이유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소년에게 모든 것이었던 아버지의 대안을 불량 청소년에게서 찾았다는 점이 어렴풋이 읽히자 소년의 행동이 이해가 갔다.

그렇게 영화는 소년의 상실과 막판 장면을 통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이 안타깝고 안스럽다.

아이를 버린 아버지를 욕할 수도 있지만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먹고 살기 팍팍한 현실이 더 크게 다가온다.

 

다르덴 형제는 구체적 사회문제를 드러내 놓고 꼬집지는 않지만, 자신을 찾아온 아이에게 먹을 것을 주며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과 매정하게 자를 수 밖에 없는 대화 속에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녹여 냈다.

이를 통해 이 영화는 개인적인 문제가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은 편이다.

입자감이 느껴지지만 진한 색감이 잘 살아 있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편안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작품에 대한 다르덴 형제의 인터뷰가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2011년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다르덴 형제는 2002년 그들의 영화 '아들' 홍보차 일본에 들렸다가 우연히 들은 실화로 영화를 구상하게 됐다. 

아버지를 연기한 제레미 레니에. 벨기에 브뤼셀 출신으로 다르덴 형제의 작품인 '약속'으로 데뷔했다. 이후 다르덴 형제가 만든 4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어톤먼트'에도 등장한다. 

장 피에르 다르덴과 동생 뤽 다르덴이 항상 짝을 이뤄 영화를 만드는 다르덴 형제는 벨기에 출신으로 수십 편의 다큐멘터리로 영상 감각을 다졌다. 그래서 항상 현장감이 느껴지는 핸드헬드 카메라와 아마추어 배우들이 등장한다. 

다르덴 형제는 신문에 오디션 광고를 내고 13세 소년 토마 도레를 주인공으로 뽑았다. 다르덴 형제는 토마가 당시 13세였는데, 실제 나이보다 어려보여서 극 중 11세 소년과 잘 어울릴 것으로 보고 선발했다. 

소년이 따뜻한 위탁모의 보살핌을 마다하고 불량배를 따라 나선 이유는 아버지를 대신하는 존재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불량배의 인정을 받기 위해 무슨 짓이든 저지르게 된다. 

위탁모 역할은 벨기에 여배우 세실 드 프랑스가 연기. 다르덴 형제는 이 작품을 위해 피알라 감독의 '숲의 집'을 찾아보고 참고했다. 

다르덴 형제 영화중에 처음으로 음악이 쓰였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의 2악장이 아이에게 위로가 필요한 순간마다 흘러 나온다.

자전거탄소년
자전거탄소년 : 블루레이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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