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폭력교실

울프팩 2012. 12. 14. 08:52

리차드 브룩스 감독의 영화 '폭력교실'(Blackboard Jungle' 1955년)은 영화사에 이정표가 되는 작품이다.
많은 사람이 들으면 알 만한 빌 헤일리의 노래 'Rock Around The Clock'을 주제가로 사용해 영화 사상 최초로 록 음악을 주제가로 쓴 영화가 됐다.

당시  록 음악은 기성세대에게 경박하고 반항적인 젊은이들의 음악이었다.
음악만큼 영화 내용 역시 지금 다시 봐도 파격적이다.

뉴욕 빈민가 학교에 새로 부임한 영어 선생(글렌 포드)이 불량 학생들을 교화하는 내용이다.
선생의 노력으로 문제아들이 교화된다는 지극히 계몽적인 영화지만 단순 도덕 교과서 같은 얘기에 국한하는게 아니라 대사나 에피소드들이 1950년대 미국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제목처럼 영화 속 문제아들은 학교에서 폭력을 사용하기를 서슴치 않는다.
화장실에 모여 담배를 피우는 것은 애교에 속하고 교실에서 칼을 꺼내 선생을 위협하고, 예쁘장한 여선생을 도서관으로 끌고 가 성폭행을 하려 든다.

보다 못해 이를 꾸짖는 선생은 퇴근길 골목에서 아이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고 얼굴을 베이기까지 한다.
심지어 선생의 임신한 아내에게 무고하는 편지를 보내는 등 아이들이 범죄집단 못지 않게 흉폭하다.

브룩스 감독은 이 같은 현실을 "선생의 시급이 가정부보다 적은 2달러"라는 대사를 통해 교사를 제대로 대접하지 않은 당시 시대적 분위기에서 찾고 있다.
결국 사회적으로 낮은 선생의 위치가 학교에서 사명감을 앗아갔고, 그 결과 학생들을 위한 교육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문제 의식은 좋으나, 주인공인 선생 위주로 이야기를 끌어가다 보니 학생들의 일면은 도외시한 한계가 있다.
비단 아이들이 삐뚫어지는 것이 학교 교육에만 있는 것은 아닐텐데, 영화는 학교라는 공간에 한정하다 보니 학교를 벗어난 아이들의 배경은 많이 다루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룩스 감독은 영화를 꽤 흥미롭게 만들었으며, 흥겨운 리듬의 록음악이 더해져 약 70년 전 영화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로 신선하다.
이후에 나온 비슷한 유형의 원조 영화라는 점으로도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계단현상도 보이고 화소가 뭉개지지만  제작 연도를 감안하면 무난한 화질이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모노이며, 부록은 전혀 없다.
문제는 한글 자막에 오타가 심심찮게 보여, 좀 더 세심한 자막 감수가 필요하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주연을 맡은 글렌 포드. 2006년 90세로 사망했다.
달리던 차량이 전복되는 등 아이들의 말썽이 도가 지나치다.
폭력써클을 만들어 학교에서 온갖 말썽을 부리고 신문 수송차량까지 습격해 물건을 훔치는 악동 역할은 빅 머로가 맡았다. 바로 유명한 TV 시리즈 '전투'의 주인공 손더스 중사다.
지도력을 갖춘 강인한 흑인 학생 역할은 시드니 포이티어가 연기.
선생이 들어와도 개의치 않고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 과거 우리도 남자중학교나 고등학교 화장실에 숨어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이 있었지만 선생 앞에서 피울 정도로 대담하지는 않았다.
학교 도서관에서 여선생을 성폭행하려는 학생. 이런 장면들 때문에 이 영화는 1959년 수입됐을 때 정부가  상영 금지시켜 몇 년 후 개봉됐다.
영화를 보면 선생들은 월급도 적고 교무실조차 없어 강당에 서서 회의할 정도로 얼악한 근무 환경에 대한 불만들이 많다.
퇴근하는 선생을 골목길에서 집단 폭행하는 학생들. 정글이란 제목을 붙일 만큼 위험천만한 환경이다.
학생들은 수업을 위해 선생이 가져온 희귀 음반들을 모두 박살낸 뒤 선생의 안경을 깨버리는 등 못된 짓을 일삼는다. 각색까지 맡은 브룩스 감독은 훗날 영화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를 만들어 이름을 날렸고, 1992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향년 79세.
폭력 교실
리차드 브룩스 감독/글렌 포드 출연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예스24 | 애드온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