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할리우드는 위기였다.
TV의 등장으로 많은 극장 관객들을 빼앗기면서 영화 산업의 존폐까지 거론됐다.
그래서 메이저 영화사들은 위기 타개책으로 TV의 작은 화면으로 볼 수 없는 요란한 볼거리에 승부를 걸었다.
배우, 촬영, 세트 등 엄청난 물량 공세로 만든 사극, 뮤지컬 등이 풍성한 볼거리를 앞세워 대형 스크린을 채웠다.
즉 블록버스터의 등장이다.
결과적으로 1950년대 할리우드의 위기는 역설적이게도 할리우드 영화의 중흥기로 이어졌다.
에단 코엔과 조엘 코엔 등 코엔 형제의 작품 '헤일 시저'(Hail, Caesar!, 2016년)는 할리우드의 중흥기를 다루고 있다.
1950년대 미국 영화산업의 뒷단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진실 같기도 하고 거짓 같기도 한 야사를 실화와 적당히 섞어서 미스터리한 이야기로 만들었다.
내용은 '벤허'를 연상케 하는 사극, 정확히 말하면 누가 봐도 벤허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로마시대를 다룬 역사물을 찍던 배우가 실종된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할리우드의 해결사를 자처한 영화사 대표가 나서서 사건 뒷조사를 하면서 여러 가지 스캔들과 이면의 뒷이야기를 접하는 과정이 영화에 깨알처럼 펼쳐진다.
이 영화의 묘미는 바로 깨알 같은 에피소드에 있다.
정작 사라진 배우를 찾는 큰 줄기보다 작은 가지들에 더 많은 볼거리와 재미가 집중된 영화다.
하지만 이런 잔가지를 알아보고 즐기려면 그만한 야사들을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한다.
연기 못하는 배우가 주연을 꿰찬 이야기, 유명 여배우의 임신 스캔들 등은 넌지시 실존 인물들을 떠올리게 만들지만 어지간한 영화광이나 할리우드 소식에 정통한 족집게가 아니면 이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할리우드 영화인들에게는 즐거운 추억이고 1950년대 미국 영화에 향수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무덤덤하고 제대로 아귀가 맞지 않는 퍼즐 조각일 수 있다.
물론 이야기의 배경을 떠나 조슈 브롤린, 조지 클루니, 스칼렛 요한슨, 랄프 파인즈, 틸다 스윈튼, 채닝 테이텀 등 쟁쟁한 스타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공들여 재현한 1950년대 영화 제작 현장 또한 현란한 볼거리로 눈을 즐겁게 한다.
그렇더라도 뮤직 비디오가 아닌 이상 영화의 스토리 텔링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 점에서 대중적이지는 못한 영화다.
코엔 형제 작품이라면 무조건 덮어 놓고 보는 광팬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영화라고 선뜻 소개하기 힘든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코엔 형제가 좋아하는 크롬 필터를 사용한 듯한 아련한 색감이 잘 살아 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채널 분리가 잘 돼 있어서 적절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제작과정과 배우들의 연기와 섭외에 얽힌 이야기, 인터뷰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로마의 아피아 가도를 연상케 하는 장면은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촬영. 각종 설치물을 만들고 200여 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해 로마군의 행군 장면을 재현했다.
촬영은 로저 디킨스가 맡았다. 그는 '블레이드 러너 2049' '시카리오' '007 스카이폴' '쇼생크 탈출' 등 대작을 비롯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 '위대한 레보스키' '파고' '바톤 핑크' 등 코엔 형제의 작품들을 많이 찍었다.
조슈 브롤린이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선 영화사 대표 에디 매닉스를 연기. 에디 매닉스는 MGM에서 제작자로 일한 실존 인물. 그는 배우들의 사생활까지 관리하며 할리우드의 각종 추문을 해결한 능력자였다.
엘든 이렌리치가 말더듬이 서부극 전문 배우를 연기.
수중 발레 장면은 실제 수중발레 선수 32명을 동원해 촬영.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수중발레 배우는 에스더 윌리엄스를 모델로 만든 캐릭터다. 수영선수였던 에스더는 수중 뮤지컬 영화로 인기를 끌었다. 장면들이 그가 출연한 '백만달러 인어'와 유사하다.
4세 때부터 연기한 이렌리치는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 주연한 단편 영화를 만들었다. 이 작품이 스필버그 감독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배우로 활동하게 됐다.
여배우의 임신 소동은 클라크 게이블의 아이를 가졌던 로레타 영 사건과 유사하다. 로레타 영은 게이블의 딸을 몰래 낳은 뒤 나중에 친딸을 다시 입양했다.
심장이 약했던 에디 매닉스는 여러 번 심장마비를 일으켰으며 1963년에 다시 심장마비가 와서 비벌리힐스의 집에서 사망했다.
틸다 스윈튼이 1인 2역으로 쌍둥이 자매 칼럼니스트를 연기했다. 스타들의 뒷이야기를 추적하는 칼럼니스트는 1950년대 활동한 스타 추문 전문 여기자인 헤다 호퍼와 루엘라 파슨스를 모델로 했다.
채닝 테이텀이 연기한 노래를 부르며 탭댄스를 추는 뮤지컬 배우는 누가 봐도 진 켈리를 떠올리게 한다.
엘든 이렌리치가 연기한 노래하는 카우보이 스타 역할은 서부극 배우 겸 컨트리 가수로 활동한 로이 로저스와 닮았다.
코엔 형제는 1950년대 색감을 재현하기 위해 35미리 필름으로 찍었다.
구 소련 잠수함은 30미터 길이의 모형을 만들어 수조에 띄워놓고 촬영. 얼굴과 이름은 나오지 않지만 돌프 룬드그렌이 잠수함 선장 역할로 카메오 출연했다.
캐피톨 픽처스라는 영화제작사 이름은 코엔 형제의 영화 '바톤 핑크'에도 등장. 캐피톨 픽처스는 1920~30년대 실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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