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곽도원 10

타짜 신의 손(블루레이)

강형철 감독의 '타짜 신의 손'(2014년)은 최동훈 감독의 '타짜'(2006년) 후속작이다. 8년 만에 돌아온 이 작품은 허영만 화백의 4부작 시리즈 '타짜' 가운데 2부인 '신의 손'을 원작으로 한다. 전작에서는 고니가 아귀, 편경장 등 대단한 화투 고수들과 얽혀 인생 노름을 펼치는데 반해 이번 작품에서는 고니의 조카인 대길이 삼촌 못지 않은 신의 손으로 등극하는 과정을 다뤘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속이는 화투판 노름이 결국 피를 부르는 복수극으로 이어지는 설정은 전작과 같다. 다른 점이라면 색다른 배역들과 자잘한 에피소드들이다. 차별화 할 수 있는 포인트들이 이 두 가지인데, 그 중에서 배역만 놓고 보면 전작에 비해 손해를 봤다. 전작에서는 조승우, 김혜수, 백윤식 등 쟁쟁한 배우들이 주요 배역을 맡..

변호인 (블루레이)

양우석 감독의 '변호인'(2013년, http://wolfpack.tistory.com/entry/변호인)은 개봉 당시 노무현을 감추고 애써 '허구'의 영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렇지만 주인공 송우석 변호사가 작고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했다는 사실은 대번에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그의 이름을 가명으로 감추고 허구의 영화라는 점을 강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 영화는 노 전 대통령의 생애 중 1981년 발생한 부림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왜 하필 부림사건일까. 당시 전두환 군사정권이 독서 모임을 용공 이적단체로 몰아 조작한 대표적 공안 사건이었던 부림사건은 노무현의 인생을 극적으로 바꿔 놓았다. 노 전 대통령은 1994년 출간한 수필집 '여보 나 좀 도와줘'에서 부림사건을 "내 삶의 가장..

변호인

대통령 노무현. 언론과 그다지 관계가 좋았던 대통령은 아니었다. 취임하자마자 각 부처별 기자실을 없애버렸고, 구독하던 신문들도 부수를 줄여버렸다. 기자실에 모인 일부 기자들이 작당을 해서 여론을 왜곡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언론은 출발부터 그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고, 집권 기간 내내 불편한 동거가 이어졌다. 정치적으로도 잘한 일도 많았지만 못한 일도 많았다. 2009년 5월29일. 한창 공사중인 광화문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커다란 창 앞에 섰다. (http://wolfpack.tistory.com/entry/노무현의-마지막-모습들) 잠시 후, 네 귀를 펼쳐 든 태극기를 앞세운 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과 운구가 천천히 앞을 지나갔다. 여러가지 복잡한 심경에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

영화 2013.12.21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블루레이)

윤종빈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한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2011년)는 어둠의 권력에 빌붙어 사는 사나이의 비루한 삶을 다뤘다.부패한 세관공무원에서 뒷골목 조폭들과 손잡고 반달(반건달)로 변신한 익현(최민식)은 뇌물로 맺은 인맥으로 승승장구한다.주먹과 뇌물이 오가는 더러운 먹이 사슬 속에서 큰 권력은 작은 권력을 잡아먹거나 비호하며 썩은 내를 풍긴다.그렇기에 스러지는 희생자들은 하나같이 나쁜 놈들이어서 결코 동정받지 못한다.유일하게 선한 희생자가 있다면 그들의 가족이다.한밤 중 들이닥친 경찰의 손에 끌려가는 수갑 찬 애비를 봐야 하고, 피비린내 풍기는 건달들 틈바구니에서 호로새끼가 될 지 모를 위협 속에 하루하루 살아간다.이를 윤 감독은 시종일관 긴장의 끈을 놓치 않고 건..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

2005년 윤종빈 감독이 '용서받지 못한 자'를 들고 나왔을 때, 훗날 꽤 문제작을 만들 만한 감독으로 보였다. 쉽게 다루기 힘든 군대 내 부조리를 다큐멘터리처럼 묘사한 솜씨가 일품이었기 때문. 그로부터 7년,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로 돌아온 그의 시선은 한층 예리하고 깊어졌다. 윤 감독이 각본까지 쓴 이 작품은 피라미드처럼 올라가는 권력에 기생하는 한 사나이의 비루한 삶을 다뤘다. 부패한 세관공무원이었다가 해고된 익현(최민식)은 살아남기 위해 뒷골목 권력인 조폭두목 형배(하정우)와 손을 잡고, 더 잘 살기 위해 검사 정치인 등 권력의 상층부에 줄을 댄다. 더럽게 얽힌 먹이사슬 속에서 큰 권력은 작은 권력을 잡아먹거나 비호하며 썩은 내를 풍긴다. 그렇기에 스러지는 희생자들은 결코 동정받..

영화 2012.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