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기주봉 12

하하하 (DVD)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2009년)는 제목 그대로 그 황당함에 하하하 웃게 되는 영화다. 언제나 그렇듯 홍 감독 특유의 엉뚱함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그의 영화를 여러 편 보았으니 이제는 익숙할 만도 한데, 언제나 그렇듯 그 엉뚱함이 낯설면서도 유쾌하다. 이 영화는 구성이 독특하다. 청계산에서 우연히 만난 선배와 후배가 술잔을 기울이며 자신들이 최근 겪은 일을 이야기하는 식으로 풀어간다. 그들이 각각 따로 경험한 낯선 이야기 속에는 공교롭게 두 사람이 동시에 존재한다. 서로가 서로를 한 번도 마주치지 못한 채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서로 다른 경험을 한 셈이다. 참으로 희한하면서도 기발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주체적인 삶이 타인에게는 객체일 수 있고, 반대로 그들에게는 아무 상관없는..

하하하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그렇듯 허허롭다. 영화 중간 어디서나 끊어도 이야기 전개에 지장이 없는 내러티브는 도대체 스토리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헷갈린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받은 '하하하'도 마찬가지. 캐나다로 떠나기 앞서 선배와 등산을 간 주인공이 청계산 중턱에서 막걸리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다. 영화는 주거니 받거니 건네는 술잔처럼 두 사람의 이야기를 오가며 진행된다. 화자의 관점은 둘이지만, 사실 그 둘이 풀어놓는 이야기는 같은 내용이다. 공교롭게 같은 기간 통영에 머문 두 사람은 서로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지만 같은 주변인물들을 공유하며 서로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봤던 것. 그렇게 같은 사건이 다르게 다가올 수 있는 것 또한 세상살이의 묘미요, 다양성의 ..

영화 2010.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