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기덕 15

뫼비우스 (DVD)

김기덕 감독만큼 영화를 개봉할 때 마다 논란을 일으키는 국내 감독도 많지 않다. 그의 19번째 작품인 '뫼비우스'(2013년)도 마찬가지. 이 작품은 개봉전부터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세 번이나 등급심의를 해서 논란이 됐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심의에서 사실상 개봉불가나 마찬가지인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결국 김 감독이 3분 가까이 잘라낸 뒤 세 번째 심의를 통과할 수 있었다. 오죽했으면 김 감독은 언론인, 평론가 상대의 제한 시사회를 열어서 개봉에 대한 찬반투표를 갖고 30% 이상 반대표가 나오면 개봉을 하지 않겠다는 제의까지 했다. 그만큼 개봉전부터 논란을 모은 이 작품은 김 감독의 독특한 작품관이 뚜렷한 영화다. 내용은 어느 가정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사건이다. 남편의 외도 때문에 아내가 아들에게 몹쓸 ..

뫼비우스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는 유독 관객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범상치 않은 그의 작품들이 대체로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이 작품은 유독 정도가 심하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다양성 차원에서 파격적인 발상이 돋보이는 김 감독의 작품들을 아주 좋아하는데, 이 작품은 보기 힘들었다. 잔혹하고 야한 장면 때문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겪는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장면들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잔혹극에 가까운 고통이다. 내용은 어느 가정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사건이다. 남편의 외도 때문에 아내가 아들에게 몹쓸 짓을 벌이고 집을 나간다. 이후 남편은 아들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 이 과정에서 또다른 갈등을 낳고 결국은 파탄에 이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특이한 것은 ..

영화 2013.09.07

피에타 (블루레이)

언제나 범상치 않은 내용을 선보이는 김기덕 감독이 지난해 만든 '피에타'(2012년, http://wolfpack.tistory.com/entry/피에타) 역시 충격적이다. 돈을 빌려간 사람을 불구로 만들어 보험비를 타내는 지독한 사채업자 하수인 강도(이정재)에게 어느날 불쑥 아기때 버리고 떠난 어머니(조민수)가 나타나면서 삶의 변화가 일어나는 내용이다. 김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극단적 자본주의의 세계를 이야기"하고 싶었단다. 그가 말하는 극단적 자본주의란 돈 때문에 사람이 목숨을 버려야 하는 사회다. 결국 남을 그 지경까지 몰아가면서 영혼을 좀 먹는 악당들도 김 감독 입장에서 보면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이다. 그래서 이 작품에는 그들을 향한 김 감독의 연민이 보인다. 즉, 정에 굶주린 사람들이 정 때문..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블루레이)

김기덕 감독은 영화 '섬'을 구상하면서 매일 동서남북이 바뀌는 공간을 떠올렸다. 그래서 물 위에 떠 있는 섬 같은 집을 만들었다. 이를 영화화하기 위해 김 감독은 주왕산국립공원에 위치한 주산지를 찾았다. 하지만 공교롭게 주산지는 300년 만에 처음 물을 빼내는 정비작업을 하면서 바닥을 드러냈다. '섬'의 촬영지가 바뀐 이유다. 이후 김 감독은 미국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받아 '섬'의 언론시사회를 가진 직후 호텔 방에서 보이는 설산을 보며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2003년)의 시놉시스를 구상했다. 그리고 '섬'에서 이루지 못한 공간에 대한 미련을 이 작품에서 풀었다. 자고 일어나면 동과 서가 바뀌는, 세상에 유일무이하게 존재했던 물 위에 뜬 절이 그렇게 태어났다. 그만큼 김 감독이 정성을 기울여 만들어 ..

피에타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 주는 매력은 위악성에 있다. 그의 데뷔작인 '악어'부터 '섬' '야생동물보호구역' '파란대문' '나쁜 남자' 등 초기 작품들은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야수성과 폭력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악해져야 하는 등장인물들은 도덕적 위선이나 정치적 계산을 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작품 속 위악적인 캐릭터들은 더 없이 순진하고 단순하다. 다만 표현방법이 잔혹하고 과격해 비판을 받지만 그런 부분들은 우리가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는 속살같은 부분을 파헤친 데 대한 불편함과 충격의 표현일 수 있다. 그렇다고 그의 작품이 파격적 내용에만 그치지는 않는다.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위악적인 캐릭터들이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모습 속에 언뜻 언뜻 보통 사람들의 ..

영화 2012.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