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는 참으로 불편한 영화다. 살인마에게 애인을 잃은 사내가 복수에 나섰으니 얼마나 잔혹하겠는가. 때리고 찌르는 것은 보통이고 뼈를 부수고 살을 찢어 발긴다. 그 바람에 스크린은 시종일관 사내의 증오심이 뿜어내는 핏빛 복수로 새빨갛게 물든다. 그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서로 악마를 본다. 죽이려 달려드는 상대에게서, 그리고 상대를 파괴하려 드는 자신의 내부에서 그들은 각자 악마를 본다. 관객은 그렇게 변해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에서 인간 본성의 파괴라는 또다른 악마를 본다. 스크린 속에서, 스크린 밖에서 서로 악마를 보는 셈이다. 악마들의 향연은 절로 얼굴이 찌푸려질 만큼 끔찍하다. 인육을 먹고, 더러 개에게도 먹이는 장면은 재심의를 받기 위해 편집에서 걸러냈지만 정황상 추정이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