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다리우스 콘지 9

에이리언4 (블루레이)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이 만든 '에이리언4'(Alien: Resurrection, 1997년)는 돌연변이 같은 영화다. 시리즈 가운데 에이리언의 특성에서 가장 많이 이탈한 작품이다. 특이한 신체구조와 생존 방식으로 거의 무적의 생물체로 군림했던 에이리언은 사람과 이종교배되면서 사람도 아니요, 에이리언도 아닌 어정쩡한 존재가 돼버렸다. 여기에 사람의 지능과 감정을 갖고 인간과 교감하는 설정은 에이리언 고유의 독창성과 본류에서 어긋난다. 어찌보면 신선한 시도이지만 에이리언 1편에서 맛봤던 강렬한 충격이 씻겨지는 느낌이어서 실망스럽다. 이 같은 일탈은 아마도 4편까지 이어지며 할 만한 이야기는 거의 다 털어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죽은 리플리까지 되살려낸 20세기폭스사는 급기야 감독마저 할리우드가 아닌 프랑스에서..

마돈나 'Sticky & Sweet Tour' (블루레이)

1980년대의 팝은 황제인 마이클 잭슨과 여제인 마돈나가 양분했다. 두 사람 모두 빼어난 춤 실력과 노래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훌륭한 퍼포먼스로 공연 내내 볼거리를 선사했다는 점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안타깝게도 마이클 잭슨은 세상에 없지만, 마돈나는 변함없이 뛰어난 공연으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이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블루레이 타이틀이 바로 마돈나의 '스틱키 & 스윗 투어'(Sticky & Sweet Tour, 2009년)다. 스틱키 & 스윗투어는 마돈나가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해 32개국을 돌며 85차례에 걸쳐 펼친 대공연이다. 덕분에 마돈나는 솔로 가수로는 사상 최대의 공연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이 타이틀은 그 중에서도 마돈나가 지난해 12월6일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진 2시..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왕가위 감독이 할리우드 스타들을 기용해 만든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My Blueberry Nights, 2007년)는 서양판 '화양연화'같은 영화다. 아닌게 아니라 왕 감독은 자신의 단편인 '화양연화 2001'에서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사랑의 달콤함과 쓰디 쓴 이중성을 다룬 화양연화와 달리 이 작품은 늘 한결같은 블루베리 파이처럼 사랑에 대한 믿음을 지켰다. 실연의 아픔을 간직한 여주인공 엘리자베스(노라 존스)는 카페 주인 제레미(주드 로)가 만들어 준 블루베리 파이를 먹으며 아픔을 달랜다. 그러던 어느날 엘리자베스는 쓰디쓴 사랑을 잊기 위해 훌쩍 떠나고, 그의 빈 자리를 보면서 제레미는 사랑을 느낀다. 왕가위는 엇갈린 인물들의 사랑을 독특한 영상과 애잔한 음악으로 잘 표현했다. ..

패닉 룸

데이비드 핀처(David Fincher), 콘래드 홀(Conrad W. Hall), 다리우스 콘지(Darius Khondji), 데이비드 코프(David Koepp, 하워드 쇼(Howard Shore)... 이름만 늘어놓아도 묵직한 존재감이 느껴지는 거장들이다. 이들이 함께 한다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 나올까. 그 즐거운 상상을 실행에 옮긴 작품이 바로 조디 포스터(Jodie Foster)가 주연을 맡은 스릴러 '패닉 룸'(Panic Room, 2002년)이다. 이 작품에서 핀처는 감독을 맡았고 콘래드 홀과 다리우스 콘지는 촬영을, 데이비드 코프는 각본을, 하워드 쇼는 음악을 담당했다. 핀처는 '세븐' '에이리언 3' '파이트클럽' 등을 만든 스릴러에 일가견 있는 감독. 데이비드 코프는 '쥬라기 공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