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러시아 17

개의 심장

독특한 제목을 가진 블라디미르 보르트코 감독의 '개의 심장'(Sobachye Serdtse, 1988년)은 미하일 불가코프의 유명한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원작 소설은 구 소련 체제에서 탄압을 받아 50여년 동안 제대로 출판이 되지 않았다. 이유는 당시 소비에트 사회주의 체제를 은근히 비꼬고 풍자했다는 것. 특히 구 소련 당국은 스탈린에 대한 모독이 들어 있다고 봤다. 아닌게 아니라 누가 봐도 이 작품은 구 소련 체제에 대한 조롱이 여기 저기 들어 있다. 작가는 이를 SF적이면서 블랙 유머를 섞은 내용으로 교묘하게 풀어 냈다. 내용은 떠돌이 개가 사람의 뇌와 생식기를 수술로 이식받고 사람이 된다는 이야기다. 사람의 외모로 변한 뒤 두 발로 걷고 말도 하게 된 개는 곧 당의 공식적인 자리를 얻어 공..

에스토니아의 탈린을 가다

여유있는 일정으로 핀란드 헬싱키를 찾는 사람들은 에스토리나의 탈린을 거쳐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넘어간다. 모두 헬싱키에서 가깝기 때문. 에스토니아는 인구 138만명의 작은 나라로, 중세시대 한자동맹의 일원인 탈린이 무역중심지로 번성했다. 17세기 이후 스웨덴과 러시아의 오랜 지배를 받았고, 러시아 혁명 직후 1918년부터 2년간 전쟁을 치러 독립했다. 하지만 1940년 공산당이 집권하면서 다시 소비에트연방에 편입됐고, 1991년 소련 붕괴 후 독립했다. 핀란드인들은 된 발음으로 딸린이라고 부르는 탈린은 에스토니아의 수도다. 러시아에서 떨어져나온 에스토니아는 빠르게 서구화해 유럽연합(EU) 뿐 아니라 나토 가맹국이 됐다. 그 바람에 러시아는 에스토니아에 눈독을 들이면서도 함부로 군사적 공세를 취하지 ..

여행 2014.12.27

해바라기 (블루레이)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해바라기'(I Girasoli, 1970년)는 주인공인 소피아 로렌의 인생을 닮았다. 1934년생으로 올해 만 80세인 소피아 로렌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났다. 소피아 로렌의 삶을 닮은 영화 본명이 소피아 빌라니 시코로네였던 그는 사생아였다. 아버지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태어난 그는 찢어지게 가난해 나폴리 북쪽 포스오리 항구 근처의 외할아버지 집에 어머니와 함께 얹혀 살았다. 외가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여서 그는 어려서 부터 일을 했고 제 2차 세계대전 기간에는 거리에서 빵을 구걸했다. 그 와중에 나폴리 음악학교를 다녔고 무대 경험도 있던 어머니 로밀라가 틈틈히 소피아 로렌에게 피아노를 가르쳤다. 모녀를 버리다시피 한 아버지는 로마에 사는 유부남으로, 건축기사였다. 특히 아버지는..

스탈린그라드 (블루레이)

어떻게 표현해도 비극적일 수 밖에 없는 소재가 있다. 제 2 차 세계대전 때 독·소 격전지였던 스탈린그라드가 그런 소재다. 모든 전쟁이 비극일 수 밖에 없지만, 스탈린그라드는 특히 군인, 민간인 가리지 않고 유례없이 많은 사상자를 내서 더 비극적이다. 히틀러는 제 2 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뒤 1941년 6월 불가침조약을 맺은 당시 소련을 느닷없이 침공했다. 비운의 전장 스탈린그라드 초반에는 나치 독일이 승승장구했으나 첫 번째 겨울을 맞으면서 끔찍한 동장군과 진흙탕에 갇혀 예봉이 꺾었다. 이에 히틀러는 소련의 에너지원인 카프카스 유전지대를 노리고 병력을 집중했다. 폰 클라이스트 대장이 이끄는 독일 제 1 기갑군은 장기인 전격전을 발휘해 파죽지세로 치고 나가 마이코프 유전지대를 점령했다. 여기서 오만해진 히..

아나스타샤 (블루레이)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로마노프 일가의 죽음은 20세기 비극 중 하나다.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였던 니콜라이는 1917년 볼세비키 혁명으로 권좌에서 쫓겨나 부인인 황후 알렉산드라와 알렉세이, 올가, 마리아, 타티아나, 아나스타샤 등 5명의 자녀와 함께 시베리아의 예카테린부르그에 갇혀 있다가 1918년 처형됐다. 혁명군은 황제 일가를 총살한 뒤 시체를 불에 태웠다. 이후 1991년 예카테린부르그에서 유해가 발굴될 때까지 어디에서도 황제 일가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죽음 자체를 둘러싼 숱한 소문들이 무성했다. 아나스타샤 미스테리, 황녀는 살아 남았나 그 중의 압권이 바로 아나스타샤의 생존을 둘러싼 미스테리다. 1920년 2월, 베를린 란트베어 운하에서 10대 소녀가 자살을 시도하다 구조된다. 그의 이름은 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