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만화 13

바닷마을 다이어리(블루레이)

어느날 바람이 나서 딴살림을 차린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서먹한 아버지의 장례식에 갔다가 뜻하지 않게 이복 여동생을 만난다. 도저히 이복 동생만 홀로 놔두고 오기 힘든 환경에서 같이 살지 않겠냐는 말을 해본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인데 선뜻 그러겠다는 대답을 한다. 그때부터 배 다른 네자매의 한 살림이 시작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海街diary, 2015년)는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다룬 영화다.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서 만난 네 자매가 한 식구가 돼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조용하게 짚어 나갔다. 부모가 모두 집을 나가서 배 다른 자매끼리 살아가는 과정은 언뜻보면 막장 드라마의 소재 같지만 결코 자극적이나 선정적으로 흐르지 않은 점이 이 영화의 미덕이..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블루레이)

동물과 일상의 평범함을 사랑했던 한 남자가 소년과 그의 강아지를 소재로 만화를 그렸다. 제목보다 주인공 소년인 찰리 브라운과 강아지 스누피로 더 유명한 '피너츠'다. 1947년 미네소타의 지역 신문인 세인트폴 파이오니어에서 시작된 만화는 점차 인기를 끌면서 1950년 뉴욕재단의 후원을 받아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해 미국 각지의 9개 신문에 실렸다. 연재는 작가 찰스 슐츠가 사망한 다음날인 2000년 2월13일까지 50년 이상 이어졌고 기네스북에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 연재한 신문 만화로 기록됐다. 미국 뿐 아니라 해외로도 진출해 75개국 2,600개 신문에서 21가지 언어로 번역돼 소개됐다. 그만큼 '피너츠'는 지금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인기 만화다. 피너츠의 인기 비결은 바로 일상의 소소함을 재미있게 그..

설국열차 (블루레이)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2013년) 블루레이가 최근에 국내 출시되자마자 화질 논란에 휩싸였다. DVD프라임에서 일부 이용자들이 문제제기를 한 부분은 두 가지다. 검은 부분에서 기름때가 번지듯 둥글게 곡선을 그리며 번지는 현상(벤딩)과 파편처럼 깨지는 현상, 그리고 전체적으로 블랙의 밝기가 떠서 회색에 가깝게 보인다는 것. 급기야 전량 회수(리콜) 논란이 일고 일부 이용자가 봉 감독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제작사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봉 감독이 직접 나섰다. 불거진 화질 논란...제작사 측, '리콜은 없다'는 의견 그가 DVD프라임 게시판에 전달한 글을 보면 자신의 소장기기(삼성DLP 프로젝터 800B)에서는 문제 없었다는 것이고, 이용자들이 비교 대상으로 삼은 프랑스판과 비교했을 때 장단점이 있다는 요지였..

더 울버린 (블루레이)

울버린은 더 많은 나라에 엑스맨 시리즈를 팔기 위한 상술에서 출발했다. 마블코믹스는 엑스맨 시리즈의 인기가 하락하자 해외에서도 관심을 가질 만한 캐릭터를 연구한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울버린이다. 울버린은 캐나다와 미국 등지에 사는 오소리과의 작은 동물로, 체구는 작지만 맹렬하게 덤비는 사나운 짐승이다. 이를 토대로 만든 원작만화의 울버린은 160cm의 단신이지만 무시무시한 강철 손톱이 튀어나오는 맹수같은 존재로 묘사됐다. 울버린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만화는 뜻밖에도 헐크였다. 1974년 10월 '인크레더블 헐크' 만화책 마지막 페이지에 깜짝 등장했는데, 당시 헐크 시리즈는 새로운 캐릭터의 반응을 보기 위한 시험 무대였다. 이후 울버린은 엑스맨 시리즈에 등장하다가 1982년 크리스 클레어몬트가 글을 쓰..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박흥용의 만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호방한 화풍과 귀신같은 칼솜씨를 지닌 맹인 검객의 독특한 이야기가 빛을 발하는 명작이다. 그림이 시원 시원하고, 정사 장면을 기왓장이 쏟아져 내리는 풍경으로 표현하는 등 탁월한 은유가 빛나는 작가주의 정신으로 충만한 작품이다. 그런데 이를 원작으로 한 이준익 감독의 동명 영화(2010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 감독은 원작 만화에서 시골 진사의 서자로 나오는 주인공 견주를 명문 세도가의 서자로 설정해 당쟁의 소용돌이 한복판으로 밀어넣으며 시대극으로 만들었다. 신경질적인 왕을 통해 당파 싸움만 일삼는 조정을 비꼬는 장면들을 보면 '왕의 남자'나 '황산벌'처럼 권세가들을 조롱하는 이 감독 특유의 비판 정신은 살아 있다. 하지만 풍자와 해학 속에 뼈있는 메시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