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멕시코 18

코코 (블루레이)

리 언크리치 감독의 애니메이션 '코코'(Coco, 2017년)는 디즈니 작품 치고는 독특하다. 멕시코를 배경으로 산 자와 죽은 자들의 세계를 다뤘다. 보통 사후세계라면 어둡고 음산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십상인데, 이 작품이 다룬 사후세계는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다. 오히려 생활고에 찌든 산 자들의 세계보다 먹고 살 걱정이 없어 그런지 더 화사하다. 사후세계를 이렇게 묘사한 것은 멕시코의 전통 풍습에 기인한다. 이 작품은 멕시코의 전통인 '죽은 자들의 날'에서 소재를 빌려왔다. 죽은 자들의 날은 매년 10월 31일에서 11월 2일까지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추모하는 멕시코의 명절이다. 이 기간에 사람들은 묘지를 찾아가 꽃과 등불로 장식을 한 채 음식을 먹으며 죽은 사람들을 추억한다. 멕시코 사람들은 이때..

성스러운 피(블루레이)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걸작 컬트영화 '성스러운 피'(Santa Sangre, 1989년)는 그의 최고작이다. 워낙 난해하면서도 기괴한 작품을 만들기로 유명한 그가 처음으로 대중을 위해 만든 작품이어서 상대적으로 그의 다른 작품들보다 쉽고 재미있다. 1989년에 칸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 작품은 1960년대 말 멕시코의 한 청년이 30명의 여성을 죽여서 정원에 파묻은 엽기적인 사건을 감독이 재구성한 것이다. 실제 범인을 만나 자세한 인터뷰와 취재를 한 뒤 6년에 걸쳐 환상적인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영화의 내용은 어려서 부모의 처참한 죽음을 본 청년이 정신적 쇼크로 방황 끝에 구원을 받는 내용이다. 그 과정이 참으로 충격적이다. 주인공이 겪는 정신적 고통 끝에 구원에 이르는 과정은 기괴하고 잔혹..

이 투 마마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재기발랄한 영화 '이 투 마마'(Y Tu Mama Tambien, 2001년)는 십대들의 성장담을 그린 청춘물이다. 두 친구가 사촌의 아내인 매력적인 여성과 함께 바다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또래 아이들이 그렇듯 두 친구의 머릿속에는 온통 여자, 그것도 잠자리에 대한 생각 뿐이다. 여기에 바람피운 남편에 대한 원망 때문에 충동적으로 길을 떠난 여인은 아이들의 일탈을 돕는다. 로드무비 형식을 띤 이들의 여정은 참으로 파격적이다. 차 속에서 세 사람이 나누는 직설적인 성에 대한 대화도 그렇고, 호텔 방에서 털어놓는 황당한 성적 일탈에 대한 고백도 충격적이다. 급기야 세 사람은 모든 것을 내려 놓고 하나가 된다. 참고로 제목은 '너의 엄마도...'란 뜻이다. 두 친구 중 하나가 ..

마셰티 (블루레이)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마셰티'(Machete, 2010년)는 B급 영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로드리게즈 감독 특유의 광폭한 액션과 과장된 특수효과가 폭발하듯 터져 나온다. 그만큼 '데스페라도' '황혼에서 새벽까지' '플래닛 테러' '씬 시티' 등 로드리게즈 감독의 과격한 영화들을 좋아한다면 아주 즐겁게 볼 만한 작품이다. 반면 그의 작품을 본 적이 없거나 B급 영화가 정서에 맞지 않는다면 더없이 불편할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영화는 신체 절단이 예사롭지 않게 나온다. 우리의 주인공 대니 트레조가 마체테라고 부르는 정글도를 애용하는 탓에 악당들의 팔다리는 물론이고 머리를 무 자르듯 잘라 버린다. 여기에 총격전이 난무하고 생전 누드를 보여준 적 없는 제시카 알바와 린제이 로한이 ..

황야의 7인 (블루레이)

예전에는 신년 연휴가 사나흘이었다. 갈 수록 세상이 살기 좋아지려면 휴일도 늘어야 할텐데 거꾸로 줄어들어 힘들게 하니 안타깝다. 그렇게 '신정 연휴'가 사나흘 이어지다보면 연휴 기간 내내 TV방송에서 영화들을 많이 보여줬다. 이때 자주 나온 영화가 존 스터지스(John Sturges) 감독의 명작 '황야의 7인'(The Magnificent Seven, 1960년)이다. 이 영화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명작 '7인의 사무라이'를 미국식 서부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이 줄거리와 구성에서 탁월했다면, 할리우드의 리메이크작은 캐릭터의 승리다. 율 브린너(Yul Brynner),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 찰스 브론슨(Charles Bronson), 제임스 코번(James Coburn), 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