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백윤식 11

돈의 맛

임상수 감독의 영화들은 언제나 욕망에 천착한다. '하녀' '바람난 가족' '그때 그 사람들' '처녀들의 저녁식사' 등 그의 작품들은 항상 돈과 섹스, 권력 등 가장 구질구질한 욕망을 직시한다. 이를 통해 자본주의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메스를 들이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만큼 직설적인 화법은 특별한 쾌감을 선사하며 화제를 뿌린다. 그러나 잘못 들이댄 메스는 오히려 고통만 키운다. '돈의 맛'은 그런 작품이다. 잘못 스친 칼날이 사방 가득 역겨운 피비린내만 풍겼다. 남성판 '하녀', 아니 '하인'에 해당하는 이 작품은 재벌가에서 온갖 궂은 일을 처리하는 집사 같은 청년이 보게되는 잘못된 부자의 삶을 다뤘다. 하지만 최상위 1%의 모습을 다뤘다고 하기엔 너무 피상적이다. 부도덕한 성관계, 권력층..

영화 2012.05.20

위험한 상견례 (블루레이)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르는 지역감정은 해묵은 갈등이다. 김진영 감독은 이를 소재로 시원하게 웃을 수 있는 코미디 '위험한 상견례'(2011년)를 만들었다. 지금은 덜하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영호남 갈등은 꽤 심각했다. 그래서 작품 속 배경도 1980년대 말이다. 전라도 총각이 경상도 아가씨를 만나 지역감정의 골을 뛰어넘어 결혼에 골인하는 내용. 여기에 두 사돈은 과거 고교시절 얽힌 구원(舊怨)까지 있으니 영락없이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여기에 김 감독은 걸죽한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비벼서 한바탕 요절복통 코미디로 만들었다. 뻔한 줄거리이지만 이것저것 웃음을 주는 요소가 많기에 재미있게 볼 만한 작품. 송새벽, 이시영 등 두 주연배우는 물론이고 백윤식 김수미 김응수 박철민 김정난 ..

타짜 (블루레이)

도박에 빠져드는 가장 큰 이유는 크게 한 탕 할 수 있다는 유혹 때문이다. 잘하면 한 방에 일어서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인생이 한 방에 갈 수 있다. 최동훈 감독의 '타짜'(2006년)는 인생의 한 방 역전을 노리며 꽃노리패에 빠져드는 노름꾼들의 이야기다. 원작은 유명한 허영만의 만화. 최 감독은 '범죄의 재구성'과 흡사한 스피디한 화면으로 방대한 원작을 간결하게 압축했다. 속도감있는 MTV식 빠른 편집 스타일을 싫어한다면 눈에 거슬릴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도박장의 긴박한 분위기를 잘 살린 볼 만 한 작품이다. 조승우, 김혜수, 김윤석, 백윤식, 유혜진 등 개성 강한 배우들의 연기대결도 눈길을 끈다. 뭐니뭐니 해도 요즘 열애설로 관심의 대상이 된 김혜수, 유혜진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두 사람은 ..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SE)

김성훈 감독의 입봉작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2006년)은 전형적인 패러디 영화다. 아래층에 세든 섹시한 이혼녀 미미(이혜영)를 놓고 아버지(백윤식)와 아들(봉태규)이 경쟁하는 내용은 뮤지컬로도 제작된 전은강의 소설이 원작이다. 소설과 뮤지컬에서 불 수 없는 영화만의 재미는 유명 영화들의 패러디와 오마주 장면들. '말레나' '올드보이' '살인의 추억' '매트릭스' 등 다양한 작품들을 패러디했다. 상황이 다소 억지스럽지만 막스 형제의 영화처럼 악동 부자의 이야기를 다룬 슬랩스틱 코미디라는 관점에서 보면 부담없이 웃을 수 있는 작품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우리 영화치고 괜찮은 화질이다. 프로젝터를 이용해 100인치 영상으로 키워놓으면 일부 장면이..

싸움의 기술

신한솔 감독의 '싸움의 기술'(2006년)은 배우 백윤식의 만만치 않은 연기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는 독서실에 은둔중인 싸움의 고수 오판수 역을 맡아 특유의 가라앉는 음성과 묵직한 연기로 독특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슬며시 배어나오는 웃음을 유발한다. 영화는 학교에서 불량배들에게 시달림을 당하는 고등학생이 싸움의 고수를 만나 실전 기술을 배우면서 불량배들을 물리친다는 다소 무협지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얼핏 보면 요란한 액션활극 같지만 실제로 액션은 많이 나오지 않고 나약한 학생이 강해지기까지 겪게되는 갈등과 공포 등 심리 묘사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당연히 화려한 액션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늘어질 수 밖에 없는 점이 영화의 약점이다. 반면 영화를 느긋하게 즐길 자세가 되었다면 '하이눈'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