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스칼렛 요한슨 20

루시 (블루레이)

뤽 베송 감독의 '루시'(LUCY, 2014년)는 허탈한 영화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감독의 전작인 '니키타'나 또다른 여성 전사물 '한나' '웉트라 바이올렛' 같은 액션을 기대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스러웠다. 내용은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생각하지도 못한 능력을 획득하게 된 여인이 복수를 벌이는 이야기다. 감독은 이를 통해 인간의 뇌 활용 능력에 궁금증을 던졌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보통 뇌 용적의 10% 가량을 활용한다고 한다. 이를 개발해 20% 이상을 활용하게 되면 놀라운 일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아무도 거기까지 가보지 못했으니 감독의 황당한 상상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 수는 없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는 폭주 기관차처럼 무한 상상궤도를 달린다. 극 중 루시..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블루레이)

미국은 제 2차 세계대전 직후 '페이퍼클립'이라는 작전을 실시한다. 중앙정보국(CIA)의 전신인 전략첩보국(OSS)이 추진한 이 작전은 나치 독일의 과학자, 기술자, 의사 등을 미국으로 데려오는 작전이다. 여기에는 순수한 학자들도 있었지만 나치 독일에 적극 협력한 부역자들도 있었고 심지어 자발적 나치 당원과 친위대원, 악질적인 고문기술자들도 있었다. 볼리비아에서 체 게바라 추적에 일조한 클라우스 바르비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다. 거의 전범급 인물들이다보니 버젓이 미국으로 데려오는게 쉽지 않아서, 몰래 빼내오기 위한 신분 세탁이 필요했다. 그래서 새로 만든 경력을 끼워 넣는다는 의미의 페이퍼클립이라는 작전명이 붙었고, 몰래 데려와야 해서 오버캐스트 작전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때 미국이 데려온 폰 브라운과 과..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블루레이)

이제 조금 있으면 IT 기자들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로 몰려간다. 매년 2월이면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주관하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열리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바르셀로나가 신기했으나 일 때문에 몇 차례 다녀오면서 예전처럼 흥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우디 앨런의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Vicky Cristina Barcelona, 2008년)에서 눈에 익은 바르셀로나 풍경을 다시 보니 반가웠다. 이 영화는 황당한 상황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우디 앨런의 독특한 작품이다. 즉, 슬랩스틱이나 말장난이 아닌 상황 자체를 어이없게 만들어 실소를 자아내는 식이다. '미드나잇 인 파리'가 판타지 같은 분위기로 유머러스한 상상력을 자극했다면,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는 동물의 왕국 같은 분위기로 말..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블루레이)

네델란드의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가 그린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북구의 모나리자'로 불린다. 살짝 고개를 돌린 소녀의 입가에 있는 듯 없는 듯 미소가 어리고, 귀에는 영롱한 진주 귀걸이가 달려 있다. 렘브란트와 더불어 17세기 뛰어난 빛의 화가였던 그는 이 그림에 섬세한 붓놀림으로 은은하게 번지는 내제적 아름다움을 절묘하게 담아냈다. 그런데 한가지, 그다지 부유해 보이지 않는 소녀가 어떻게 당시 값비싼 장신구였던 진주 귀걸이를 했을까.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여기 의문을 품고 어려서 부터 좋아한 이 그림에 얽힌 동명 소설을 썼다. 그다지 알려진 게 없는 화가 베르메르와 누구인 지 모를 그림 속 신비한 소녀의 이야기는 순전히 슈발리에의 상상력이 빚은 보석이다. 피터 웨버 감독은 원작 소설을 충실하..

아이언맨2 (블루레이)

사람이나 기계 모두 업그레이드해서 나쁠 것은 없다. 그만큼 나아지고 좋아진다면 발전이고 진화다. 존 파브로 감독의 '아이언맨2'(Iron Man 2, 2010년)는 발전하고 진화한 슈퍼 영웅을 보여준다. 전편보다 요란하고 근사하게 바뀐 슈트를 비롯해 파워도 더 세졌다. 더불어 친구들도 생겼다. 여벌로 만들어 둔 아이언맨 슈트를 친구인 로즈 대령(돈 치들)이 입고 나타나 아이언맨을 돕는다. 여기에 요염한 스칼렛 요한슨이 눈이 빙빙 돌아가는 무술을 구사하는 특수 요원으로 등장한다. 악당들도 강해진 것은 당연지사다. 그래야 주인공의 강력함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레슬링 선수같은 미키 루크가 러시아 출신의 머리도 뛰어난 악당 역을 맡아 무시무시한 전자 채찍을 휘두르는 악역을 맡았다. 혼자서도 아이언맨을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