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스칼렛 요한슨 20

헤일 시저(블루레이)

1950년대 할리우드는 위기였다. TV의 등장으로 많은 극장 관객들을 빼앗기면서 영화 산업의 존폐까지 거론됐다. 그래서 메이저 영화사들은 위기 타개책으로 TV의 작은 화면으로 볼 수 없는 요란한 볼거리에 승부를 걸었다. 배우, 촬영, 세트 등 엄청난 물량 공세로 만든 사극, 뮤지컬 등이 풍성한 볼거리를 앞세워 대형 스크린을 채웠다. 즉 블록버스터의 등장이다. 결과적으로 1950년대 할리우드의 위기는 역설적이게도 할리우드 영화의 중흥기로 이어졌다. 에단 코엔과 조엘 코엔 등 코엔 형제의 작품 '헤일 시저'(Hail, Caesar!, 2016년)는 할리우드의 중흥기를 다루고 있다. 1950년대 미국 영화산업의 뒷단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진실 같기도 하고 거짓 같기도 한 야사를 실화와 적당히 섞어서 미스..

프레스티지(4K 블루레이)

어린 시절에 마술은 동심을 사로잡는 매혹적이고 신비한 볼거리였다. 그러나 차차 나이가 들면서 마술이 눈속임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신비감은 사라졌다. 그만큼 마술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 영악한 현대인들을 유인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그 놀라운 작업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해냈다. 그가 만든 영화 '프레스티지'(The Prestige, 2006년)는 마술이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던 19세기, 온갖 기교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두 마술사의 대결을 다룬 작품이다. 무엇보다 1995년에 출간한 크리스토퍼 프리스트의 훌륭한 원작 소설 덕분에 이야기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보는 이를 끌어들인다. 때로는 마술같고 때로는 추리소설처럼 기묘한 이야기는 마술이라는 신비스런 소재에 과학과 사람들의 광기를 적당히 섞어..

정글북 (블루레이)

존 파브로 감독의 영화 '정글북'(The Jungle Book, 2016년)은 이렇다 할 스타가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빌 머레이, 스칼렛 요한슨, 벤 킹슬리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스타들이 줄줄이 동물들의 목소리 연기를 대신했지만 얼굴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에서 제대로 배역을 맡아 얼굴을 드러낸 인물은 주인공 모글리를 연기한 10세 소년 닐 세티 뿐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보는 이를 사로잡는 힘이 있다. 딱히 흥행 보증 수표 노릇을 할 스타가 얼굴을 내밀지 않고, 할리우드에서 금기시하는 어린애와 동물들 위주로 진행되는 데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은 전적으로 할리우드의 기술력 덕분이다. 실제 인도의 정글보다 더 환상적인 비경을 보여주는 울창한 정글과 실제 동물들 못지 않게 사실적인 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블루레이)

어려서 아이들과 곧잘 입씨름 했던 주제 중 하나가 "600만불 사나이와 원더우먼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슈퍼맨과 배트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등이었다. 한 번도 지는 모습을 본 적 없는 우리들의 영웅끼리 맞붙었을 때 승패는 철 없는 아이들에게 꽤나 흥미진진한 주제였다. 미국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등은 이 같은 궁금증에 부합하는 작품이다. 만화책 속의 초영웅들이 무더기로 등장해 서로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인다. 슈퍼맨과 배트맨이 맞붙고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주먹을 나누는 장면은 설정 자체로 흥미진진하다. 그런 점에서 '저스티스 리그'와 '시빌 워'는 닮은 꼴이다. 다만 저스티스 리그의 영웅들은 DC코믹스, 시빌 워의 영웅들은 마블 등..

그녀 (블루레이)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는 독특하다. '존 말코비치 되기'처럼 특정인의 머리 속을 들어가 보거나, 괴물들과 소년의 우정을 다룬 '괴물들이 사는 나라' 등 그는 항상 독특한 소재를 다뤘다. 그가 만든 '그녀'(Her, 2013년)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에게 손글씨 편지를 대신 써주는 일을 하는 주인공 테오(호아킨 피닉스)가 컴퓨터 운용체제(OS)인 사만다와 사귀는 이야기다. 사만다는 단순 OS를 떠나 애플의 '시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티나'처럼 이용자와 음성으로 대화하며 필요한 정보를 전해 준다. 그런데 시리와 코티나가 정보 전달에 치중한 반면 사만다는 한 술 더 떠서 사람의 감성까지 헤아린다. 그래서 때로는 피곤에 지쳐 시무룩한 테오를 위로하기도 하고 인생상담도 해주며 그와 감정적인 교류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