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스페인 26

더 허슬(블루레이): 여성들의 사기극

크리스 에디슨 감독의 '더 허슬'(The Hustle, 2019년)은 전형적인 할리우드의 애버트와 코스텔로식 코미디 영화다. 뚱뚱이와 홀쭉이의 원조인 애버트와 코스텔로는 상반된 외모와 성격에도 불구하고 콤비를 이뤄 죽이 잘 맞는 희극을 선보였다. 오히려 서로 다른 극단적 외모와 성격의 불균형이 뜻하지 않은 웃음을 유발했다. 이후 애버트와 코스텔로는 불일치의 조화라는 모순된 코미디의 전형을 이룬 셈이다. 이 작품에서 앤 해서웨이와 레벨 윌슨은 애버트와 코스텔로 역할을 한다. 기발한 사기극으로 꽤 많은 돈을 모은 조세핀(앤 해서웨이)은 우연히 만난 초보 사기꾼 페니(레벨)와 짝을 이뤄 부호들을 털기 위한 대형 사기극을 공모한다. 마치 한편의 연극처럼 잘 꾸민 그들의 사기극에 여러 남자들이 걸려들어 돈을 털린..

나의 산티아고(블루레이)

요즘 케이블 TV에서 스페인에 하숙집을 차려 놓고 산티아고 순례를 떠난 사람들이 자고 갈 수 있게 하는 예능 프로 '스페인 하숙'이라는 것을 하고 있다. 그 프로그램 덕분에 자연스럽게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떠난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줄리아 폰 하인츠 감독의 '나의 산티아고'(Ich bin dann mal weg, 2015년)는 '스페인 하숙'처럼 산티아고 순례길을 소재로 다룬 영화다. 우선 이 영화는 실화다. 독일의 유명 코미디언 하페 케르켈링이 프랑스의 생장 피에르 포르에서 스페인의 산티아고까지 800km의 순례길을 42일간 걸으며 겪은 일들을 쓴 책 '산티아고 길에서 나를 만나다'를 토대로 만든 영화다. 이 책은 2006년 독일에서 출간돼 널리 팔렸으며 국내..

피치 퍼펙트3 (블루레이)

여성 감독 트리시 시에의 '피치 퍼펙트3'(Pitch Perfect 3 , 2017년)는 국내에서 극장 개봉하지 않았다. 1편이 히트하면서 시리즈로 나온 작품인만큼 어지간하면 극장 개봉했을텐데 그렇게 하지 못한 이유가 있다. 영화를 보면 지극히 실망스럽다. 아마 극장에서 개봉했더라면 관객 동원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까 싶다. 내용은 시리즈의 주인공인 여성 아카펠라 그룹 벨라스 멤버들이 해외 주둔 미군 기지에 위문 공연을 가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다뤘다. 위문 공연에 벨라스 외에 다른 여성 밴드와 컨트리 밴드, 힙합 듀오 등도 참여하면서 졸지에 경연 아닌 경연이 돼버렸다. 시에 감독은 이를 통해 전작들과 차별화를 꾀했다. 전작들이 아카펠라 그룹들 간에 대결을 다뤘다면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아카펠라가 아닌 악..

인비저블 게스트: 블루레이

오리올 파울로 감독의 '인비저블 게스트'(Contratiempo, 2016년)는 한 편의 추리소설을 보는 것 같다. 백만장자인 아드리안(마리오 카사스)은 정부와 함께 호텔에 투숙했다가 살인범으로 몰린다. 문을 꼭꼭 걸어 잠근 호텔방이어서 누가 나가거나 들어가기 힘든 상황. 그 안에서 체포된 아드리안은 살인범의 누명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아드리안은 재판에서 져본 적이 없는 유능한 변호사 버지니아에게 도움을 구한다. 버지니아는 필요하다면 증거 조작을 해서라도 아드리안을 구하겠다며 그에게 진실을 들려달라고 요구한다. 이때부터 아드리안은 놀라운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사건의 진행 과정이 영락없는 밀실 추리소설이다.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은 드러나지 않은 추악한 진실을 캐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두 남녀의 ..

황야의 무법자(블루레이)

세르지오 레오네(Sergio Leone)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A Fistful Of Dollars, 1964년)는 이탈리아에서 만든 서부극인 스파게티 웨스턴 붐을 일으킨 영화다. 이 작품 이전에도 20편이 넘는 서부극이 이탈리아에서 제작됐지만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스파게티 웨스턴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더불어 이 작품은 레오네 감독과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 콤비의 이름을 널리 알리며 소위 '무법자' 3부작 시리즈의 모태가 됐다. 이 작품을 계기로 망토를 걸친 채 모자를 눌러쓰고 담배를 삐딱하게 문 떠돌이 총잡이가 등장하는 '황야의 무법자' '속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 등 3편이 제작됐다. 세 작품 모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인공을 맡으면서 TV시리즈 외에 영화 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