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스페인 26

신밧드의 7번째 모험 (블루레이)

'스타워즈'의 릭 베이커, '에일리언'의 스탠 윈스턴 등 오늘날 널리 알려진 특수 효과 담당자들이 귀감으로 꼽는 인물이 있다. 바로 레이 해리하우젠이다. 1950~60년대 특수영화의 한 획을 그은 레이 해리하우젠은 독창적인 방법으로 만든 모형을 이용해 장기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당시로선 놀랄만한 영화들을 만들었다. 많은 영화인들이 어려서 그의 작품을 보고 영화판에 뛰어들었다고 할 정도로 그의 영향은 절대적이었다. 네이선 주런 감독의 '신밧드의 7번째 모험'(The 7th Voyage Of Sinbad, 1958년)은 레이 해리하우젠의 획기적 특수 효과 솜씨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컴퓨터그래픽과 애니매틱스 기술이 워낙 발달한 요즘 눈높이로 보면 아이들 장난 같고 어설퍼 보이지만, 이 작품이 ..

까마귀 기르기

스페인의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 작품 또한 음악이 좋기로 유명하다. '탱고' 카르멘' 등은 훌륭한 음악 덕분에 영상이 더욱 빛났다. '까마귀 기르기'(Cria Cuervos, 1976년)도 마찬가지. 그의 걸작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 초기작은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 치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한 소녀의 이야기다. 소녀는 남편의 바람끼 때문에 괴로워하던 어머니가 병들어 죽어가던 광경과 애인하고 잠자리 도중 침대에서 죽은 아버지를 목격한다. 부모의 죽음 이후 여름 한철 소녀를 꼼짝 못하게 하는 이모는 프랑코 치하의 독재정권 시절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소나기처럼 힘들고 암담했던 시절은 지나가고, 소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등교를 한다. 부모의 죽음을 지켜본 소녀의 기억 속에는 암담했던 현실을 잊게 해주는 ..

엄마는 여자를 좋아해

어느날 엄마가 세 딸들 앞에 애인을 데려온다. 그런데 애인이 하필 여자다. 알고보니 엄마가 레즈비언이었던 것. 스페인의 여류 감독 콤비인 다니엘라 페허만과 이네스 파리스가 만든 '엄마는 여자를 좋아해'(A Mi Madre Le Gustan Las Mujeres, 2002년)는 엄마가 동성애자라는 소재를 다룬 코미디다. 성에 대해 개방적인 유럽 영화답게 출발부터 독특한 이 영화는 동성애자 엄마 때문에 괴로워하는 딸들의 고민을 담았다. 딸들은 엄마의 애인을 떼어놓기 위해 둘째인 엘비라(레오노르 와틀링)가 나서 엄마의 애인인 엘리스카(엘리스카 시로바)를 유혹한다. 일단 흔치 않은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점은 신선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상황이 억지스럽다. 일과 사랑 때문에 힘들어하는 ..

엘 불리 (블루레이)

게레온 베첼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엘 불리 : 요리는 진행중'(El Bulli: Cooking In Progress, 2011년)은 친절한 작품은 아니다. 엘 불리가 어떤 곳이며, 페란 아드리아가 어떤 사람인 지 배경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힘들다. 특별한 내레이션이나 자막도 없이 엘 불리에서 일어나는 일을 연대기순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란 아드리아와 50명의 요리사들이 쏟아내는 땀과 열정이 대단해, 관심을 갖고 보게 된다. 일종의 실험같은 엘 불리의 요리 연구 과정과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희한한 요리를 현장의 소리로 담아냈다. 엘 불리를 다룬 서적이나 인터넷 자료 등을 참고하고 보면 볼 만한 작품. 엘 불리는 영국 음식전문지 '레스토랑'이 매년 선정하는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페피타 : 이노우에, 가우디를 만나다 (DVD)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를 여러 번 가봤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안토니오 가우디의 건축물이다. 유명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부터 구엘공원,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 등 그의 건축물이 곳곳에 남아 있는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도시나 다름없다. 선과 면으로 곧게 뻗은 기존 건축물만 보다가 가우디의 건물을 처음 접하면 충격적이다. 나무 줄기처럼 기괴하게 뒤틀린 장식과 울퉁불퉁한 건물 외관, 그리고 사선으로 기운 기둥까지 일반적인 건축물의 상식을 모조리 파괴한다. 어린 시절부터 류머티즘을 앓아서 지팡이 없이는 제대로 걷지도 못한 가우디는 조용히 한 곳에 앉아서 식물과 동물 등 자연을 관찰했다. 그렇게 자연에서 배운 식물의 원리와 구조가 자연스럽게 건축물에 녹아 들었다. 학산문화사에서 내놓은 '페피타 : 이노우..

2013.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