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안성기 16

신의 한수(블루레이)

조범구 감독의 '신의 한수'(2014년)는 내기 바둑꾼들의 목숨을 건 승부와 복수를 다룬 호쾌한 액션극이다. 바둑 하면 가만히 앉아서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는 놀이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영화는 그 같은 통념을 뒤집었다. 내기 바둑을 벌이다가 범죄 조직의 음모에 빠져 형을 잃은 주인공(정우성)이 마치 외인부대 같은 재야 고수들을 모아서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바둑판을 두고 꾼들이 벌이는 치열한 암수 대결이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칼과 피가 난무하는 화끈한 액션이 펼쳐진다. 특히 액션 장면이 의외로 섬뜩할 만큼 잔혹하다. 손가락으로 눈동자를 때려서 터뜨리는가 하면 바둑판에 칼을 못 박아 놓고 혀를 자르는 등 끔찍한 장면도 등장한다. 이렇게까지 가혹한 표현이 필요할까 싶지만 어찌보면 요란한 ..

바람불어 좋은 날: 블루레이

옛날 영화는 당시 시대적 상황과 풍경들을 고스란히 보여줘 좋다.내용을 떠나 그때 그 모습을 타임머신 타고 돌아간 것처럼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영화도 민간의 사관처럼 역사를 기록하는 증거물인 셈이다.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1980년)은 한창 서울 강남의 개발 붐이 일던 1970년대 말 8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강을 건너는 순간 밭농사 짓던 촌동네가 어느 날 개발 붐을 타고 부촌이 돼 버렸다.덕분에 돈을 번 사람도 있지만 모든 것을 잃고 내몰린 사람도 있다. 영화는 이렇게 희비가 엇갈린 사람들을 다뤘다.부동산 개발 붐을 타고 돈을 버는 악덕 부동산업자와 무작정 잘 살아보겠다고 몸뚱이 하나로 상경한 무지렁이 청춘들이 등장한다. 그렇게 서울로 몰려든 젊은이들은 값싼 노동력의..

김기영 감독의 원작 '하녀'(블루레이)

고 김기영 감독이 만든 '하녀'(1960년)는 50여년 전이라는 세월이 무색할 만큼 지금봐도 긴장감 넘치는 걸작 우리 영화다. 공장에서 여공들에게 합창을 지도하는 중년의 음악선생이 우발적으로 하녀와 육체적 관계를 가지면서 온 집 안에 죽음의 공포가 몰아치는 내용이다. 임상수 감독의 리메이크작 '하녀'와는 기본 설정이 같을 뿐 내용 전개방식이 많이 다르다. 2층 양옥집이라는 공간 안에서만 벌어지는 사건은 밀실 추리소설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며 한 집 안에 공존하면 안되는 사람들 사이에 벌어지는 목숨을 건 생존 싸움을 독특한 영상으로 절묘하게 묘사했다. 인물을 따라 앞뒤로 움직이며 공간의 깊이감을 부여하거나 수평으로 움직이며 긴장감을 부여하는 트랙킹 영상은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뛰어나다. 특히 밥과 쥐약, ..

부러진 화살 (블루레이)

2007년 최고 지성인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 교수가 판사를 향해 석궁을 겨눈 희대의 사건이 발생했다. 언론에서 김명호 교수의 석궁사건으로 보도한 내용이다. 사건의 발단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균관대 수학과의 김명호 교수가 성대의 본고사 채점 도중 수학 문제에서 오류를 발견했다. 하지만 같은 수학과 교수들은 동료 교수가 출제한 문제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학교의 명예가 실추된다며 오히려 총장에게 김 교수를 징계해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결국 김 교수는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아 부교수 승진에서 탈락하고 재임용마저 실패했다. 이에 김 교수는 복직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대한수학회와 고등과학원 등에 문제 오류 여부를 가려달라고 조회했으나 모두 답변을 거절했다. 오히려 해외..

우요일

1970년대는 정윤희의 시대였다. 윤정희, 문희, 남정임 등 트로이카 1세대에 이어 1970년대는 정윤희 유지인 장미희로 이어지는 트로이카 2세대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주름잡았다. 그 중에서도 단연 발군은 정윤희다. 프로필에 알려진 것과 달리 160cm가 채 되지 않는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단아한 외모와 성적인 매력을 함께 갖춘 것이 그의 특징이었다. 그렇다 보니 그는 드라마 영화 광고 잡지 등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했고, 그가 나오는 달력 또한 매우 인기가 좋았다. 그 당시엔 극장보다 TV에서 그를 더 많이 봤는데, 한진희와 함께 주연한 드라마 등등이 기억난다. 특히 조용필의 유명한 히트곡 '촛불' '비련' 등이 주제가로 쓰여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