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경영 24

최종병기 활 (블루레이)

김한민 감독의 '최종병기 활'(2011년)은 지난해 개봉한 우리 영화 가운데 '고지전'과 더불어 인상깊게 본 영화다. 지난해 개봉한 작품 중 베스트를 꼽으라면 단연 두 작품을 꼽을 만큼 오락성이나 완성도 면에서 출중했다. 이 영화의 장점은 탁월한 속도감이다.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 군대에 끌려가는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오빠가 벌이는 추격전이 긴박하게 펼쳐진다. 여기에 총처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날아드는 화살은 칼싸움과는 또다른 액션의 묘미를 보여준다. 특히 묵직한 육량시의 파괴력과 짧지만 빠른 애깃살의 속도감 등 다양한 화살의 차이를 각기 다르게 묘사한 영상이 눈길을 끈다. 줄거리 구성도 탄탄하고 영상도 뛰어나지만 이 영화는 지난해 표절 논란이 일었다. 멜 깁슨 감독의 '아포칼립토'와 구성이 비슷하다는 이..

푸른 소금

이현승 감독의 '푸른 소금'은 간이 덜 밴 소금구이같은 영화다. '첩혈쌍웅' 같은 1980년대 홍콩 느와르 정서와 세련된 뮤직비디오를 닮은 영상이 어우러졌는데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느와르 액션이라고 부르기에는 미흡하고, 오히려 로맨스물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저격용 소총을 휘두르는 여자 암살자와 알고도 모른체 하는 조폭 두목의 연정이라는 설정 자체부터 부자연스럽다. 그 속에 한 없이 강한 척 하는 여전사와 마냥 쿨한 아저씨의 이미지는 오히려 물 위에 뜬 기름처럼 영화의 성격을 애매하게 만들었다. 이야기 또한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어차피 영화라는게 허구이긴 하지만 손쉽게 오가는 총기 거래나 서부극처럼 총질이 난무하는 장면들은 국내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지나쳤다. 또 실종된 여주인공의 친구를..

영화 2011.09.10

최종병기 활

허공을 가르는 화살 하나가 이토록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낼 줄 몰랐다. 김한민 감독의 '최종병기 활'은 병자호란때 청에 끌려간 누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조선의 명궁 이야기를 다뤘다. 예측 가능한 스토리의 단조로움을 극복한 것은 스피디한 영상과 긴장감 넘치는 액션 장면들이다.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처럼 빠르게 바뀌는 컷과 다채로운 앵글은 잠시도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화면은 빠른 액션의 속도감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덕분에 잠시도 지루할 틈 없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액션에 빠져들게 된다. 이야기의 흐름도 전광석화다. 쉼없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허공을 가르며 순식간에 공간을 압축하는 화살이라는 무기의 특성을 무시할 수 없다. 그만큼 영화는 ..

영화 2011.08.13

테러리스트

김영빈 감독의 '테러리스트'(1995년)는 그해 TV 드라마 '모래시계'로 큰 인기를 끈 최민수의 카리스마에 기댄 작품이다. 지금은 희화화됐지만 당시까지 최민수의 카리스마는 스크린에서 통했다. 이현세의 원작 만화 '카론의 새벽'을 압축한 이 영화는 경찰과 범죄자로 쫓고 쫓기는 형제의 엇갈린 운명을 다뤘다. 내용은 단순하지만 이 작품은 김 감독의 독특한 액션 미학이 빛을 발해서 괜찮은 B급 액션 영화로 꼽힌다. 김 감독의 연출을 뒷받침한 것은 최민수의 카리스마와 더불어 정두홍 무술감독이 지도한 강렬한 액션. 홍콩 무협영화처럼 황당한 액션이 아닌 뒷골목 건달들의 투박한 주먹질이어서 제법 실감 난다. 최민수는 이 작품으로 그해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약 10년 만에 나온 DVD 타이틀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