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사람들에게 내재된 공포와 불안감을 잘 표출하기로 유명하다. 그의 명성을 드높여준 '큐어'(1997년)도 마찬가지. 흔히 공포물로 분류되는 이 영화는 공포보다는 스릴러에 가깝다. 내용은 X자의 커다란 흉터가 남아 있는 시체들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연쇄 살인의 배후를 캐는 이야기다. 이 작품에서는 특이하게 귀신이나 괴물이 아닌 평소 사람들이 드러내지 않는 복심, 즉 속마음으로 공포를 유발한다. 사람들은 최면술이 걸린 상태에서 은연 중 자신의 속마음에 따른 행동을 벌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사람들이 저마다 품고 있는 속내가 결국은 공포의 원천이 된다. 기요시 감독은 이를 영상으로 잘 표현했다. 특이한 것은 사람들이 품고 있는 생각과 현실을 교차 편집해 보여주면서 등장인물들의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