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존 윌리엄스 21

이티 - E.T.(블루레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제작사인 유니버셜은 영화 'E.T'(The Extra-Terrestrial, 1982년)가 흥행에 실패할 것으로 생각했다. 유니버셜은 당시 어린이 영화가 잘 되지 않을 때여서, 어린이용 영화를 만들었으니 실패할 것으로 봤다. 스필버그 감독은 다른 이유였다. 그는 이 작품을 처음부터 흥행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영화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개봉 당시에는 밝히지 않았지만 1992년 인터뷰에서 스필버그가 공개한 개인적 이유는 바로 부모의 이혼이었다. 그는 10대 시절 경험한 부모의 이혼이 큰 충격이었다. 그래서 스필버그는 부모의 이혼으로 충격받는 아이들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영화가 바로 이 작품이다. 외로움을 달래주는 존재를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 (블루레이)

어떻게 나중에 나온 작품이 1편이 될 수 있을까. 제목 참 희한하게 붙였다...는 생각이 들면 이 작품을 이해하기 힘들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Star Wars: Episode1 - The Phantom of Menace, 1999년)은 제목으로는 시리즈의 첫 번째에 해당하는 1편이지만, 제작 순서로는 네 번째 작품이다. 그런데도 1편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는 내용상 가장 앞선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조지 루카스 감독이 1977년에 처음 내놓은 SF 대서사시 '스타워즈'는 느닷없이 제국군과 저항군의 싸움을 다뤘다. 에피소드 4에 해당하는 이 작품은 이들이 왜 패가 갈려 싸우는 지, 각각의 인물들은 무슨 사연을 다루고 있는 지 언급이 없다. 그저 ..

1941

'1941'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만든 슬랩스틱 코미디다. 진주만 기습 이후 LA 앞바다까지 침투한 일본군 잠수함 때문에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 아무래도 스티븐 스필버그는 유머에 약한 듯 싶다. 얼개가 잘 짜인 구성으로 웃기는 것이 아니라 말도 안되는 억지 상황으로 웃음을 강요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대본을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이 썼다. 말도 안되는 상황극의 대표인 '백 투 더 퓨처' 시리즈를 만든 인물이다. LA 도심 한복판에 날아든 아군기를 적기로 오인해 대공 사격과 공중 추격전이 벌어지고 급기야 아군기를 격추하며 난리법석을 떤다. 정신없는 소동을 보면 제정신 박힌 인물을 찾기가 힘들 정도. 어찌보면 스필버그 감독은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을 통해 전쟁의 광기를 희..

마이너리티 리포트 (블루레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 2002년)는 미래를 빌어 현재의 민주주의를 비판하는 영화다. 미래를 내다보는 3명의 예지자가 살인사건을 예고하면 경찰이 출동해 사전 예방하고 미래의 범인을 체포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3명의 예지자 가운데 더러 다른 미래를 보는 경우가 있고, 2명의 의견과 다른 소수 의견, 즉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묵살되면서 심각한 오류가 발생한다. 이를 가만 뜯어보면 원작자인 필립 K 딕은 다수의 의견을 좇는 가운데 올바른 소수의 의견이 묵살되는 경우를 냉철하게 꼬집었다. 여기에는 사회비판적이었던 필립 K 딕의 성향이 강하게 작용했다. 이 같은 묵직한 내용을 스필버그 감독은 느와르 분위기를 가미해 제대로 살렸다. 특히나 블리치 바이 패스..

게이샤의 추억

몇 년 전 교토를 갔을 때였다. 현지 가이드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전통적인 게이샤 집을 안내했다. 일행들은 커다란 다다미방에서 작은 상을 각각 앞에 놓고 앉아서 기다렸다. 잠시후 아주 어려서부터 전수 교육을 받은 게이샤들이 화려한 기모노를 입고 들어왔다. 중국 경극분장처럼 얼굴을 하얗게 화장한 게이샤들이 각각 상 앞에 마주 앉아서 저녁 수발을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참으로 민망하게도, 우리 앞에 나타난 게이샤들은 영화나 책에서 보고 읽은 아리따운 여성들이 아니었다. 거의 어머니뻘은 될 만한 아주 나이가 많은 여성들이었다. 그들이 술을 따라주는게 미안해서 받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나이가 많아 보였다. 그렇게 수발을 들던 게이샤들은 잠시 후 샤미센이라는 기타 비슷한 일본의 전통 악기를 연주하며 춤을 추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