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체코 16

미션 임파서블 (4K 블루레이)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 1996년)은 원래 1960, 70년대 인기를 끌었던 TV시리즈다.1978년 타계한 미국의 프로듀서 브루스 겔러가 1966년부터 1973년까지 CBS에서 방영된 이 시리즈의 각본을 직접 쓰고 연출까지 맡았다. 국내에서도 '제 5 전선'이라는 제목으로 KBS에서 방영했다.TV 시리즈는 워낙 오래 전에 봐서 내용이 기억나지 않지만 사람을 흥분시키는 유명한 주제곡은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랄로 쉬프린이 작곡한 메인 테마는 지금도 영화에서 계속 쓰이고 있다.1996년 영화용으로 다시 만든 이 작품이 개봉할 때만 해도 TV 시리즈의 긴박감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을 지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의외로 훌륭했다.공포 스릴러에 강한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이 메가폰을 ..

헤어 (블루레이)

영화 '아마데우스'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로 유명한 체코의 감독 밀로스 포만이 2018년 4월13일 8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다. 그는 힘든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인간의 자유의지를 강조하는 이야기를 주로 영화로 만들었다. 정신병원에 강제수용되다시피한 말썽꾸러기들을 다룬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는 물론이고 표현의 자유를 강하게 주장하며 오랜 시간 법정투쟁을 벌인 포르노 잡지 발행인 이야기를 다룬 '래리 플린트'는 물론이고 반전과 평화를 외친 걸작 록뮤지컬 '히피' 등이 그러하다. 여기에는 그의 범상치 않은 인생사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부모는 제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나치 독일이 체코를 점령했을 때 레지스탕스 활동을 벌여 강제수용소로 끌려간 뒤 그곳에서 죽었다. 종전 후 양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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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5월 27일, 나치 독일이 점령한 체코의 총독이었던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가 암살 공격을 받았다. 체코인 얀 쿠비시와 슬로바키아 사람인 요제프 가브치크의 공격을 받은 그는 그로부터 1주일 뒤인 6월4일 상처 감염 때문에 발생한 패혈증으로 숨졌다. [아버지가 음악가였던 라인하르트는 뛰어난 바이얼린 연주자였고 피아노도 잘 쳤으며 수준급 펜싱선수였다.] 프라하의 도살자, 금발의 짐승, 독일 제 3 제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나이, 가는 목소리 때문에 염소 등으로 불렸던 하이드리히는 친위대 수장이었던 하인리히 히믈러는 물론이고 아돌프 히틀러가 가장 총애했던 인물이었다. 덕분에 그는 친위대(SS) 2인자는 물론이고 보안방첩대(SD)를 총괄하며 비밀경찰 게슈타포, 사법경찰 크리포를 통합한 제국보안부 책임자가 ..

2016.12.28

새벽의 7인

체코의 프라하에 갈 때마다 성 키릴 메소디우스 성당을 보고 싶었으나 기회가 닿지 않았다. 유명한 춤추는 건물에서 좌회전해서 100미터 가량 쭉 올라가면 된다고 하던데, 춤추는 건물까지 가보고도 그곳을 찾지 못했다. 어쩌면 지나치며 봤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성 키릴 메소디우스 성당은 이름처럼 성인의 반열에 든 키릴과 메소디우스 형제를 기리는 곳이다. 성 키릴 메소디우스 성당의 추억 이 두 사람은 동유럽 역사 뿐 아니라 세계사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사람들이다. 9세기 모라비아 등 동유럽 사람들에게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해 파견된 두 사람은 대부분 문맹인 현지 사람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기 위해 문자를 만들었다. 그 문자가 바로 창시자 이름을 딴 키릴 문자다. 이들은 이를 이용해 슬라브 ..

엄마는 여자를 좋아해

어느날 엄마가 세 딸들 앞에 애인을 데려온다. 그런데 애인이 하필 여자다. 알고보니 엄마가 레즈비언이었던 것. 스페인의 여류 감독 콤비인 다니엘라 페허만과 이네스 파리스가 만든 '엄마는 여자를 좋아해'(A Mi Madre Le Gustan Las Mujeres, 2002년)는 엄마가 동성애자라는 소재를 다룬 코미디다. 성에 대해 개방적인 유럽 영화답게 출발부터 독특한 이 영화는 동성애자 엄마 때문에 괴로워하는 딸들의 고민을 담았다. 딸들은 엄마의 애인을 떼어놓기 위해 둘째인 엘비라(레오노르 와틀링)가 나서 엄마의 애인인 엘리스카(엘리스카 시로바)를 유혹한다. 일단 흔치 않은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점은 신선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상황이 억지스럽다. 일과 사랑 때문에 힘들어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