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체코 16

체코의 까를로비바리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반쯤 달리면 나오는 곳이 숲 속에 자리잡은 마을 까를로비바리, 영어식으로 읽으면 카를로비바리이다. 이 곳은 아름다운 온천 휴양지로 유명하다. 프라하의 까를교의 주인공인 까를 4세왕이 숲에서 사냥을 하다가 사슴이 빠진 것을 보고 발견하게 된 온천이다. 물론 목욕도 할 수 있지만, 목욕보다는 위장병에 좋다는 소문이 나서 주로 마시는데 이용한다. 작은 소도시지만 거리 양 편으로 중세 시대 풍의 아름다운 집과 호텔이 늘어서 있고 군데군데 온천수를 마실 수 있는 시설이 있다. 물론 공짜다. 온천 맛은 척색이나 오색온천처럼 철분이 많아서 비릿한 쇠맛이 난다. 그나마 좀 낫게 마시려면 이 곳의 명물인 웨하스를 한 장 사서 먹은 뒤 온천물을 입가심으로 마시면 잘 넘어간다. 이 곳..

여행 2011.02.19

흐린 날의 프라하

체코의 수도 프라하를 두 번째 찾았다. 그런데 두 번의 방문 동안 극과 극을 체험했다. 처음 프라하를 찾았던 것은 2009년 7월 말.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계절에 방문해 그야말로 프라하의 절경을 맞볼 수 있었다. 낮과 밤이 어찌나 아름다운 지 하루 종일 걸어도 피곤한 줄 몰랐다. 그런데, 프라하의 겨울이 이렇게 혹독할 줄은 몰랐다. 가이드 말로는 다행히 기온이 올라가 좀 덜 추운 날씨라는데, 개 떨듯 떨었다. 스페인에서 넘어가는 바람에 봄옷처럼 얇게 입고 간 탓도 있지만, 80%가 넘는 습도 때문에 영하로 내려가지 않아도 뼈가 시린 추위가 엄습한다. 하루 종일 걸어도 지칠 줄 모르고 아름답던 거리가 어찌나 고통스럽고 힘들던지 그저 따뜻한 곳 생각 뿐이었다. 거기다 날까지 잔뜩 흐렸다. 다행히 비는 ..

여행 2011.02.18

프라하가 사랑한 천재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프라하 출장 전에 읽어보려고 조성관의 '프라하가 사랑한 천재들'이라는 책을 샀다. 그런데 정작 출장 전에는 못읽고 다녀와서 읽었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화가 났다. 프라하에서 스쳐 지나간 거리와 건물들의 의미를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뒤늦게 읽은 것도 아쉬웠지만, 현지 가이드는 어쩌자고 책 속의 내용들을 다 흘려버렸는 지 모르겠다. 아마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고, 관심이 없었을 수도 있다. 이 책은 일반 여행기와 다르다. 현지 풍물, 숙박, 상품 정보에 초점을 맞춘 여행기와 달리 유명 예술인들의 삶을 다뤘다. 카프카가 소설 '변신'을 쓰고, 스메타나가 '나의 조국'을 연주한 건물, 밀로스 포먼 감독이 영화 '아마데우스'를 촬영한 거리, 바츨라프 하벨..

2009.08.28

영화의 도시, 프라하

사람마다 도시를 기억하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나에게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영화의 도시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짜르트가 술 취해 비틀거린 거리는 오스트리아가 아닌 프라하였다. 어디 아마데우스 뿐이랴. 톰 크루즈가 헐레벌떡 달려와 긴박한 음악과 함께 시작하던 '미션 임파서블', 빈 디젤이 악동 스파이로 활약한 '트리플 엑스', 맷 데이먼의 '본 아이덴티티', 한석규의 '이중간첩' 등도 프라하에서 찍었다. 어째서 이토록 많은 영화들이 프라하를 선호했을까. 아마도 시대와 지역적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라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유럽의 다른 도시들은 유적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현대적 도시다. 그러나 프라하는 중세 또는 근대의 모습이 화석처럼 그대로 남아 있다. 어찌보면 답보일 수 있겠지만, 그것이 곧 관광..

여행 2009.08.05

체코의 동화마을 체스키 크롬로프

체코 프라하에서 남서쪽으로 2시간 가량 차를 달리면 체스키 크롬로프라는 동화같은 마을이 나온다. 가는 길에 재미있는 소도시를 지나가게 된다. 체코어로 부드비제, 독일어로 부드바이저, 영어로 버드와이저. 짐작하듯 미국 버드와이저 맥주의 원산지다. 부드비제는 독특한 맥주기법으로 널리 알려진 '라거'라는 맥주를 만들었다. 이 맛을 본 미국 회사에서 만든 맥주가 바로 버드와이저다. 부드비제시는 최근 버드와이저사를 상대로 판매중지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그런데도 버드와이저사는 이 도시와 합의해 매년 소량의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한다. 부드비제를 지나쳐 1시간 가량 달려 유네스코가 1992년에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체스키 크롬로프에 도착했다. 이 곳의 300여개 이상의 건축물이 문화 유산으로 등록됐으니 ..

여행 2009.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