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캐나다 24

라이트 하우스(블루레이)

로버트 에거스 감독의 '라이트 하우스'(The Lighthouse, 2019년)는 절해고도의 섬에 우뚝 서 있는 등대지기들의 이야기를 어둡고 음침하게 그렸다. 등대지기라면 어려서 부르던 영국 민요 'The Golden Rule'을 개사한 동요 '등대지기'가 떠오른다.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차고'로 시작하는 노래는 외로운 등대지기의 삶을 아름답고 고귀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이 영화 속 등대지기들의 모습은 무섭고 추악하다. 사람이라고는 두 명의 등대지기뿐인 섬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던 이들은 서서히 광기에 물들어 간다. 여기에 태풍으로 교대하러 오던 배마저 끊기자 급기야 이들은 무서운 파국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특이하게 두 명의 토마스가 등장한다. 노련한 선임 등대지기 토마스(윌렘 대포)는 등대를 지..

데드풀2(4K 블루레이)

마블 코믹스의 초영웅 가운데 하나인 데드풀은 독특한 캐릭터다. 온몸에 암세포가 퍼져 죽을 뻔했는데 특수한 치료를 받은 뒤 부작용 아닌 부작용으로 절대 죽지 않은 무한대의 재생세포를 지니게 됐다. 총을 맞아도 죽지 않고 총알이 뚫고 지나간 자리도 금새 복구되며 심지어 온몸이 절단나도 조각난 신체가 다시 자라난다. 사실상 불사신이다. 대신 엄청난 능력을 얻었지만 애인도 깜짝 놀랄 만큼 피부가 흉측하게 변했다. 그래서 미국의 초영웅들이 그렇듯 쫄쫄이 옷과 마스크를 뒤집어쓰고 다닌다. 그런데 데드풀이 특별한 것은 그의 엄청난 능력보다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수다 때문이다. 잠시도 입을 쉬지 않고 싸우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입을 놀린다. 아저씨 개그 같은 유머도 있고 도저히 아이들과 같이 보기 힘들 만큼 걸판진 성적..

퀘벡시티의 거리들

퀘벡시티는 섬이다. 서울에서 가는 길이 그리스의 산토리니 섬만큼 멀다. 일단 직항이 없다. 토론토까지 에어캐나다를 타고 13시간 날아가서 다시 퀘벡시티로 향하는 국내선을 타고 1시간 50분쯤 가야 한다. 에어캐나다는 생각보다 훌륭했다. 이코노미 좌석이 다른 항공기보다 앞뒤 간격이 약간 넓은 것 같고 한글 더빙을 지원하는 영화들이 여러편 들어있는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훌륭했다. 쇠고기와 고기죽이 나오는 밥도 그럭저럭 먹을만했으며 중간에 간식으로 컵라면을 줬다. 다만 국내에서 먹던 맵고 칼큰한 컵라면이 아닌 나가사키 짬뽕 같은 컵라면이어서 맛은 그다지 없다. 중간 기착지인 토론토 피어슨 공항은 입국 심사가 까다롭다. 미국과 붙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 왜 왔는지, 무엇을 보고 갈 ..

여행 2019.08.13

퀘벡시티의 성당들

퀘벡시티도 유럽 문화의 영향을 받아 성당이 여러 개 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불리는 노트르담 바실리카 대성당이다. 이 곳은 아주 찾기 쉽다. 샤토 프롱트낙 호텔을 기점으로 다름 광장을 지나 화가의 거리인 트레조르 거리를 통과하자마자 왼편으로 꺾어지면 드라마 '도깨비'에 나온 크리스마스 상점 부티크 노엘이 나온다. 부티크 노엘에서 길 건너편의 오른쪽에 서 있는 성당이 바로 노트르담 대성당이다. 원래 퀘벡시티를 만든 사무엘 상플랭이 1633년에 이 자리에 허름한 성당을 지었으나 얼마 안돼 허물어지자 1647년 다시 지은 것이 바로 이 성당이다. 37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이 성당은 멕시코 북쪽 지역에서는 가장 오래된 성당이다. 이 성당도 여러 번 수난을 겪었다. 프랑스와 영국의 전쟁이 ..

여행 2019.08.12

퀘벡시티의 다름광장

퀘벡시티의 명물인 샤토 프롱트낙 호텔을 중심으로 주변에 볼 만한 것들이 많이 있다. tvN 드라마 '도깨비'에 등장한 곳들은 아니지만 한 번쯤 가볼만한 곳들이다. 우선 호텔 바로 앞에 다름 광장(place d'Armes)이라고 부르는 자그마한 공터가 있다. 광장이라고 해서 꽤 넓은 공간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곳은 분수대 겸 동상인 진실의 기념탑(monument of the truth)을 중심으로 둘러선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고 주변에 벤치들이 놓여 있다. 다름 광장이 의미있는 곳은 퀘벡시티의 올드타운 관광은 이 곳을 기점으로 시작된다는 점이다. 광장 앞 버스 정류장에 온갖 관광버스들이 와서 사람을 내려놓고, 호텔 쪽에는 칼레슈라고 부르는 관광마차들이 서 있다. 칼레슈는 1인당 65 캐나다달러를 내면 약..

여행 2019.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