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프라하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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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5월 27일, 나치 독일이 점령한 체코의 총독이었던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가 암살 공격을 받았다. 체코인 얀 쿠비시와 슬로바키아 사람인 요제프 가브치크의 공격을 받은 그는 그로부터 1주일 뒤인 6월4일 상처 감염 때문에 발생한 패혈증으로 숨졌다. [아버지가 음악가였던 라인하르트는 뛰어난 바이얼린 연주자였고 피아노도 잘 쳤으며 수준급 펜싱선수였다.] 프라하의 도살자, 금발의 짐승, 독일 제 3 제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나이, 가는 목소리 때문에 염소 등으로 불렸던 하이드리히는 친위대 수장이었던 하인리히 히믈러는 물론이고 아돌프 히틀러가 가장 총애했던 인물이었다. 덕분에 그는 친위대(SS) 2인자는 물론이고 보안방첩대(SD)를 총괄하며 비밀경찰 게슈타포, 사법경찰 크리포를 통합한 제국보안부 책임자가 ..

2016.12.28

새벽의 7인

체코의 프라하에 갈 때마다 성 키릴 메소디우스 성당을 보고 싶었으나 기회가 닿지 않았다. 유명한 춤추는 건물에서 좌회전해서 100미터 가량 쭉 올라가면 된다고 하던데, 춤추는 건물까지 가보고도 그곳을 찾지 못했다. 어쩌면 지나치며 봤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성 키릴 메소디우스 성당은 이름처럼 성인의 반열에 든 키릴과 메소디우스 형제를 기리는 곳이다. 성 키릴 메소디우스 성당의 추억 이 두 사람은 동유럽 역사 뿐 아니라 세계사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사람들이다. 9세기 모라비아 등 동유럽 사람들에게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해 파견된 두 사람은 대부분 문맹인 현지 사람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기 위해 문자를 만들었다. 그 문자가 바로 창시자 이름을 딴 키릴 문자다. 이들은 이를 이용해 슬라브 ..

엄마는 여자를 좋아해

어느날 엄마가 세 딸들 앞에 애인을 데려온다. 그런데 애인이 하필 여자다. 알고보니 엄마가 레즈비언이었던 것. 스페인의 여류 감독 콤비인 다니엘라 페허만과 이네스 파리스가 만든 '엄마는 여자를 좋아해'(A Mi Madre Le Gustan Las Mujeres, 2002년)는 엄마가 동성애자라는 소재를 다룬 코미디다. 성에 대해 개방적인 유럽 영화답게 출발부터 독특한 이 영화는 동성애자 엄마 때문에 괴로워하는 딸들의 고민을 담았다. 딸들은 엄마의 애인을 떼어놓기 위해 둘째인 엘비라(레오노르 와틀링)가 나서 엄마의 애인인 엘리스카(엘리스카 시로바)를 유혹한다. 일단 흔치 않은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점은 신선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상황이 억지스럽다. 일과 사랑 때문에 힘들어하는 ..

흐린 날의 프라하

체코의 수도 프라하를 두 번째 찾았다. 그런데 두 번의 방문 동안 극과 극을 체험했다. 처음 프라하를 찾았던 것은 2009년 7월 말.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계절에 방문해 그야말로 프라하의 절경을 맞볼 수 있었다. 낮과 밤이 어찌나 아름다운 지 하루 종일 걸어도 피곤한 줄 몰랐다. 그런데, 프라하의 겨울이 이렇게 혹독할 줄은 몰랐다. 가이드 말로는 다행히 기온이 올라가 좀 덜 추운 날씨라는데, 개 떨듯 떨었다. 스페인에서 넘어가는 바람에 봄옷처럼 얇게 입고 간 탓도 있지만, 80%가 넘는 습도 때문에 영하로 내려가지 않아도 뼈가 시린 추위가 엄습한다. 하루 종일 걸어도 지칠 줄 모르고 아름답던 거리가 어찌나 고통스럽고 힘들던지 그저 따뜻한 곳 생각 뿐이었다. 거기다 날까지 잔뜩 흐렸다. 다행히 비는 ..

여행 2011.02.18

영화의 도시, 프라하

사람마다 도시를 기억하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나에게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영화의 도시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짜르트가 술 취해 비틀거린 거리는 오스트리아가 아닌 프라하였다. 어디 아마데우스 뿐이랴. 톰 크루즈가 헐레벌떡 달려와 긴박한 음악과 함께 시작하던 '미션 임파서블', 빈 디젤이 악동 스파이로 활약한 '트리플 엑스', 맷 데이먼의 '본 아이덴티티', 한석규의 '이중간첩' 등도 프라하에서 찍었다. 어째서 이토록 많은 영화들이 프라하를 선호했을까. 아마도 시대와 지역적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라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유럽의 다른 도시들은 유적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현대적 도시다. 그러나 프라하는 중세 또는 근대의 모습이 화석처럼 그대로 남아 있다. 어찌보면 답보일 수 있겠지만, 그것이 곧 관광..

여행 2009.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