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하정우 22

국가대표 (블루레이)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것을 본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름이다. 예전 같으면 동계 올림픽 종목은 사람들의 관심권 밖이었을텐데, 김연아 모태범 이상화 등 잘 싸운 선수들 덕분에 빙상 종목들이 주목을 받았다. 스키점프도 마찬가지. 제대로 된 점프대 하나 없는 곳에서 피눈물나는 연습으로 메달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있기에 이 종목도 관심을 끌었다.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2009년)는 이 같은 스키점프 선수들의 애환을 담은 작품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핸드볼 선수들의 올림픽 메달 도전기를 다룬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눈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는 자메이카에서 봅슬레이에 출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존 터틀터웁 감독의 '쿨러닝'과 궤를 같이 한다. 남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홍상수 감독의 9번째 작품인 '잘 알지도 못하면서'(2008년)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영화감독이 자신의 선후배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황당한 사건들을 다뤘다. 여전히 홍 감독 특유의 돌발적인 사건과 뜻밖의 대사들이 황당한 웃음을 자아낸다. 사람들이 일상성이라고 부르는 홍 감독 특유의 전매특허같은 무의미한 인서트 컷들과 무신경한 프레임, 대충 툭툭 끊어놓은 듯한 거친 편집 등도 변함없다. 마치 사람들이 일상에서 고개를 돌렸을 때 망막에 마구잡이로 걸리는 의도하지 않은 영상들이다. 공들여 미장센느를 구축한 작품들과 비교하면 무성의해 보일 수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가장 자연스러운 영상일 수 있다. 이제는 그런 홍 감독 특유의 일상성이 편하게 다가온다. 남다른 의미부여 없이 편하게 보이는 대로 보면 되기 때문..

국가대표

'국가대표'를 만든 김용화 감독은 '미녀는 괴로워' '오 브라더스' 등 상업적으로 꽤 재미있는 영화들을 줄줄이 내놓은 인물이다. 특히 그는 소소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웃음에 강하며, 그 속에 적절하게 휴머니티를 녹여낼 줄 안다. 웃음과 감동. 상업 영화의 흥행 코드 두 가지를 제대로 다룰 줄 안다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국가대표'도 마찬가지. 그는 각양 각색의 인물들을 통해 스키 점프라는 생소한 동계 스포츠에 얽힌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실제 스키 점프 국가대표팀의 실화를 토대로 만들었다는 이 작품은 무엇보다 인물들이 잘 살아 있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모두 개성이 뚜렷해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캐릭터들이 서로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향해 완벽한 융합을 보여준다. 그만큼 감독이 직접 쓴 각본이 ..

영화 2009.08.23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오래전 홍상수 감독의 어떤 작품 언론시사회를 다녀온 뒤 호된 비판을 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나온 작품들과 궤를 같이 하는 그의 끝없는 자기 복제가 지나쳤다고 봤기 때문이다. 적어도 돈을 받고 상영하는 상업 영화 감독이라면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작품을 다시 본다면 그렇게 비판하지 않을 것 같다. 어느덧 자기 복제는 그의 색깔이 돼버렸다. 이제는 망하든 흥하든, 우디 앨런처럼 자기 스타일을 고집하는 그의 '선택'을 존중한다. 그의 9번째 작품인 '잘 알지도 못하면서'도 자기 복제는 여전하다. 심지어 김태우, 고현정 등 그의 전작들에서 등장한 배우들도 계속 출연한다. 이 작품은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영화감독이 자신의 선후배들을 만나면서 벌어지..

영화 2009.05.17

추격자

KBS TV 뉴스에서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를 소개하며 '살인의 추억'에 비견될 만한 뛰어난 작품이라고 소개하길래 기대가 컸다. 그러나 결코 '살인의 추억'과 비교할 만큼 걸작은 아니다. 잘 만든 스릴러이지만 완급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유영철 사건처럼 연쇄살인을 벌이는 미치광이 살인범을 뒤쫓는 사내의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무능과 답답함을 꼬집으며 경찰보다 한 사내의 집요함이 오히려 승리를 거두는 구조를 통해 사회 구조의 문제점을 꼬집고 있다. 영화는 시종일관 긴장감 넘치는 화면과 구성을 통해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휘몰아친다. 마치 숨통을 조여오듯 바짝 긴장시키는 영화를 보고 나면 그제사 한숨이 터지며 온 몸이 펴진다. 그만큼 긴장감은 대단하지만 관객에게 생각할 여유를 주지..

영화 2008.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