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하정우 22

용서받지 못한 자

윤종빈 감독의 대학 졸업작품인 '용서받지 못한 자'(2005년)는 군대 이야기를 다룬 장편 영화다. 그렇지만 군인들이 총들고 뛰어다니는 '배달의 기수' 식의 군대 영화와는 확연히 다르다. 이 작품은 국방의 의무라는 이름으로 강제 징집된 젊은이들이 군대라는 조직적 폭력 앞에서 희생자이자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이중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다. 감독은 결코 그것이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한 젊은이가 서서히 조직적 폭력에 길들여 지고 변해가는 과정을 통해 군대 폭력은 국가와 사회가 빚어낸 제도적인 폭력임을 강조한다. 학교를 갓 졸업한 신인 감독치고는 문제의식이 범상치 않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밀도있는 구성과 영상으로 풀어낸 솜씨도 예사롭지 않다. 그것도 모자라 윤 감독은 영화의 중요한 배역인 신병 ..

시간

'섬' '악어' '나쁜 남자' '파란 대문' 등 김기덕 감독의 작품들은 대체로 낯설고 불편하다. '시간'(2006년)도 마찬가지다. 애인의 사랑을 잡아두기 위해 끊임없이 성형 수술을 하는 여인때문에 빚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진정한 사랑이란 과연 무엇인 지 진지하게 묻고 있다.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외형을 바꿔 새로움을 추구하는 여인의 모습을 통해 성형중독에 빠진 세태를 비꼬고 있다. 결국 새로움을 추구하다가 서로의 정체성과 과거의 추억까지 모두 잃어버린채 서로 낯선 존재로 남게된 연인의 모습은 섬뜩하다. 과거 작품들에서 외부로 표출됐던 인물들의 분노가 이 작품에서는 자학하듯 얼굴을 뜯어고치는 식의 인물 내부로 향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작품의 언론시사회 직후 "앞으로 한국에서 영화를 개봉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