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하정우 22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블루레이)

윤종빈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한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2011년)는 어둠의 권력에 빌붙어 사는 사나이의 비루한 삶을 다뤘다.부패한 세관공무원에서 뒷골목 조폭들과 손잡고 반달(반건달)로 변신한 익현(최민식)은 뇌물로 맺은 인맥으로 승승장구한다.주먹과 뇌물이 오가는 더러운 먹이 사슬 속에서 큰 권력은 작은 권력을 잡아먹거나 비호하며 썩은 내를 풍긴다.그렇기에 스러지는 희생자들은 하나같이 나쁜 놈들이어서 결코 동정받지 못한다.유일하게 선한 희생자가 있다면 그들의 가족이다.한밤 중 들이닥친 경찰의 손에 끌려가는 수갑 찬 애비를 봐야 하고, 피비린내 풍기는 건달들 틈바구니에서 호로새끼가 될 지 모를 위협 속에 하루하루 살아간다.이를 윤 감독은 시종일관 긴장의 끈을 놓치 않고 건..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

2005년 윤종빈 감독이 '용서받지 못한 자'를 들고 나왔을 때, 훗날 꽤 문제작을 만들 만한 감독으로 보였다. 쉽게 다루기 힘든 군대 내 부조리를 다큐멘터리처럼 묘사한 솜씨가 일품이었기 때문. 그로부터 7년,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로 돌아온 그의 시선은 한층 예리하고 깊어졌다. 윤 감독이 각본까지 쓴 이 작품은 피라미드처럼 올라가는 권력에 기생하는 한 사나이의 비루한 삶을 다뤘다. 부패한 세관공무원이었다가 해고된 익현(최민식)은 살아남기 위해 뒷골목 권력인 조폭두목 형배(하정우)와 손을 잡고, 더 잘 살기 위해 검사 정치인 등 권력의 상층부에 줄을 댄다. 더럽게 얽힌 먹이사슬 속에서 큰 권력은 작은 권력을 잡아먹거나 비호하며 썩은 내를 풍긴다. 그렇기에 스러지는 희생자들은 결코 동정받..

영화 2012.02.04

황해 (블루레이)

우리도 다민족 사회가 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주변에서 동남아나 조선족들을 심심찮게 본다. 과거 우리가 중동과 독일로 노동력 품팔이를 나갔던 것처럼 이제는 그들이 우리에게 품팔이를 오는 것이다. 이들은 바로 글로벌 시대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글로벌화는 자본의 이동만큼 노동의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투기 자본은 세계 곳곳을 누비며 돈벌이가 될 만한 일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지만 노동력은 그다지 자유롭게 이동해 여기저기서 돈을 벌 수 없다. 어디나 자국의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노동시장을 개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노동력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저임금을 마다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저임금은 생계를 옥죄며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 영화 '아저씨' '의형제' '황..

추격자 (블루레이)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 사건은 지금 되짚어봐도 참으로 끔찍하다. 그는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무려 21명을 살해했다. 그것도 경찰이 발견한 사체만 그렇다. 유영철은 5명을 더 죽였다고 주장했는데 사체를 발견하지 못했다. 뚜렷한 이유도 없다. 처음에는 자신을 외톨이로 만든 사회에 복수하듯 부유층을 겨냥했으나 나중에는 출장안마사 등 여성들을 집중 살해했다. 나홍진 감독의 영화 '추격자'는 떠올리기조차 끔찍한 유영철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전직 경찰관이 잇따라 사라진 윤락 여성들을 찾아 헤매던 중 단서를 발견하고 연쇄 살인범을 추적하는 내용이다. 영화는 긴장감 넘치는 구성과 추격 장면으로 스릴러의 재미를 극도로 끌어 올렸다. 다소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이 있긴 하지만 감독의 연출력이 뛰어났고..

황해

나홍진 감독의 '황해'는 길고도 비릿하다. 우선 상영 시간이 2시간 36분에 이를 만큼 길다. 다양한 등장인물이 나와서 복잡하게 얽힌 인간사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중국 연변에서 거액의 빚을 지고 힘들게 살아가는 구남(하정우)과 살인도 마다않고 개백정처럼 험한 일을 하며 살아가는 면정학(김윤석), 욕심에 눈이 멀어 살인을 사주한 태원(조성하) 등 주요 배역들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의 꼬리를 물고 들어간다. 일면 복잡해 보이기도 하지만 정교하게 맞물린 이야기는 감독의 공들인 흔적이 보인다. 단, 실타래처럼 얽힌 이야기의 맥을 놓치지 않으려면 긴 상영 시긴 내내 절대 졸면 안된다. 앞 부분 구남의 사연이 사족처럼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상영 시간이 지루하지는 않다. 세 사람이 서로의 목줄을 노리며 벌이는 숨가..

영화 2010.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