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호주 14

핑크 - The Truth About Love Tour (블루레이)

핑크는 유독 호주가 사랑하는 여가수다. 그가 2012년 내놓은 6번째 앨범 'True About Love'는 전세계에서 꽤 많이 팔렸지만 유독 그해 호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 됐다. 공연 또한 음반 못지 않게 인기를 끌어 2013년 상반기까지 45회 이상 이어졌다. 'The Truth About Love Tour'는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가진 공연을 담은 블루레이 타이틀이다. 이 공연 또한 전 좌석이 매진됐다. 핑크의 공연을 보면 한 편의 서커스 같다. 허공에 줄을 매고 매달려 노래를 부르거나, 그것도 모자라 손오공처럼 공중을 날아다니며 묘기를 부린다. 아무래도 8년 동안이나 체조선수로 활약한 덕분에 다른 가수들과 달리 서커스단의 공중곡예 같은 공연이 가능하다. 이 공연도 예외가 아..

오스트레일리아 (블루레이)

바즈 루어만 감독의 '오스트레일리아'(Australia, 2008년)는 되도록 큰 화면으로 보는 게 좋다. 호주의 광활한 자연을 담은 영상은 풀HD 프로젝터를 이용해 100인치 이상 대화면으로 펼쳤을 때 진가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킴벌리 지역의 장엄한 풍광은 보는 것 만으로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여기에 지축을 울리며 달리는 소떼와 '진주만' 폭격을 연상케 하는 일본군의 공습 등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한 볼거리가 더해져 눈을 심심치 않게 해준다. 그러나 내용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 남편을 찾아 홀로 호주에 도착한 영국의 귀부인이 거친 야생마 같은 남자를 만나 정착하게 되는 이야기다. 로맨스를 기본으로 적당한 모험과 가족애가 양념처럼 곁들였다. 특히 루어만 감독이 호주 출신이..

스텔스

로브 코헨(Rob Cohen) 감독의 '스텔스'(Stealth, 2005년)는 내용은 엉성하지만 속도감 하나만큼은 일품이다. 속도감을 최고로 살리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마따나 특수효과와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한 첨단 전투기들의 비행 장면은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짜릿짜릿한 속도감을 선사한다. 그렇지만 내용은 엉성하기 그지없다. 가까운 미래에 미 해군에서 개발한 인공지능의 무인 전투기가 벼락을 맞아 인간처럼 감정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어설픈 내용만큼 장르 구분도 힘들어 SF와 액션, 애잔하지 않은 로맨스 드라마가 뒤섞인 짬뽕 영화다. DVD 타이틀은 음향 효과만큼은 확실하니 제대로 된 AV시스템을 갖고 있다면 시연용으로 그만이다. DTS를 지원하는 음향은 사방을 휘감는 서라운드 효과가 뛰어..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유키사다 이사오(行定勲) 감독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世界の中心で, 愛をさけぶ, 2004년)는 황순원의 '소나기'와 곽재용 감독의 '클래식' 분위기를 적당히 섞어놓은 듯한 영화다. 사람을 울리기로 작정하고 만든 슬픈 사랑 영화인 만큼 신파조로 흐르는 것은 당연지사다. 백혈병에 걸린 여고생과 첫사랑을 못 잊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가타야마 쿄히치의 소설이 원작이다. 2001년 나온 원작은 출간 당시 관심을 끌지 못했으나 이 영화에 리츠코 역할로 나온 시바사키 코우(柴咲コウ)가 서적정보지에 소개하며 인기를 끌어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누르고 역대 일본소설 판매 3위에 올랐다. 영화는 히라이 켄이 담당한 음악, 특히 단아한 경음악들이 좋았고 '하나와 앨리스' '러브레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