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홍콩 40

당산대형 (4K 블루레이)

영화 '당산대형'(The Big Boss, 1971년)은 홍콩이 낳은 세계적 스타 이소룡을 널리 알린 시발점이 된 작품이다. 이소룡은 미국에서 직접 창시한 무술 절권도를 알리기 위해 영화 출연을 시도했으나 잘 되지 않자 실의에 빠진 채 홍콩으로 건너갔다. 당시 홍콩에서는 이소룡이 주인공을 돕는 운전사 겸 조수 카토로 출연한 미국 TV시리즈 '그린호넷'이 방영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신생 영화사였던 골든하베스트는 이를 눈여겨보고 이소룡에게 영화 제작을 제의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당산대형'이다. 중국 당산 출신의 청년이 일자리를 찾아 태국으로 왔다가 마약밀매단을 깨부수는 내용이다. 이소룡은 열악한 제작 환경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촬영했고, 덕분에 홍콩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대대적인 반향을 일으키..

사망유희 (4K 블루레이)

로버트 클루즈 감독의 '사망유희'(1978년)는 이소룡의 유작 아닌 유작이다. 이소룡이 일부 액션 장면을 촬영해 놓고 죽는 바람에 중단됐으니 유작이라고 부를 수 있지만, 영화의 상당 부분은 골든하베스트 사장인 레이몬드 쵸가 돈을 벌려는 욕심에 '용쟁호투'를 만든 로버트 클루즈 감독을 기용해 엉뚱한 이야기를 만들어 붙였다. 그 바람에 당초 이소룡이 기획했던 영화와 너무 거리가 먼 작품이 돼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의미 있는 것은 이소룡 하면 언뜻 떠오르는 상징 같은 위아래가 붙은 노란 트레이닝복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원래 이소룡이 기획한 내용은 네팔에서 국보를 강탈해 한국의 한 섬으로 도망친 악당들을 해치우는 얘기다. 악당들은 높은 탑에 각 층마다 무술 고수들을 배치해 이소룡이 각 층을 올라가..

맹룡과강 (4K 블루레이)

영화 '맹룡과강'(The Way of The Dragon, 1972년)은 이소룡이 직접 각본 감독 주연 제작까지 도맡아서 한 진정한 그의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완벽을 추구했던 이소룡은 배우 및 장소 섭외, 액션 지도 및 사운드트랙 제작에도 참여하면서 과로하는 바람에 다시는 회복되지 않을 만큼 체중이 줄었다. 이소룡은 레이몬드 쵸 골든하베스트 사장과 함께 설립한 영화 콩코드 프로덕션을 통해 골든하베스트와 손잡고 공동으로 제작했다. 이소룡 영화로서도 그렇고, 홍콩 영화 사상 처음으로 유럽 촬영을 한 작품이다. 내용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중국인 식당을 위협하는 악당들을 중국 청년이 혼내주는 이야기다. 당연히 로마 현지 촬영을 한 만큼 지금과 다른 1970년대 로마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소룡은 이 작품에서 처..

종횡사해 (블루레이)

오우삼 감독의 '종횡사해'(縱橫四海, 1991년)는 유쾌한 도둑영화 중 하나다. '오션스 일레븐' '이탈리안잡'처럼 낭만적인 도둑들이 기발한 방법으로 물품을 훔친 뒤 이를 노린 악당들과 싸우는 이야기다. 유쾌한 도둑들 이야기의 특징은 중심에 돈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복수가 됐든 사랑이 됐든 다른 이유로 물건을 훔치고 부수적으로 돈이 따라 붙는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남의 물건을 훔치는 행위에 대해 면죄부와 정당성을 부여하고 아울러 재미를 추구한다. 이 작품 역시 이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자가 낀 3인조 일당이 세계적인 명화를 훔치는 과정에서 음모에 휘말리고 급기야 동료를 잃는 비극을 겪는다. 하지만 이들은 여기 굴하지 않고 다시 뭉쳐 명화도 되찾고 악당을 응징한다..

지존무상 (블루레이)

1980년대 말 큰 인기를 끈 홍콩 누아르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영웅본색' '첩혈쌍웅'류의 액션물, 또 하나는 '지존무상' '정전자'로 대표되는 도박물이다. 물론 도박물 또한 총싸움과 주먹다짐이 나오지만 기본적으로 도박이 메인 스토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여기에 남자들 간의 의리, 사랑과 우정을 위한 처절한 복수 등은 액션물과 도박물을 가리지 않고 기본으로 가져가는 홍콩 누아르의 공통점이다. 홍콩 누아르 중 도박물의 효시가 된 작품이 바로 1989년 국내 개봉한 왕정, 향화승 감독의 '지존무상'(至尊無上)이다. 아시아 최고를 자부하는 두 명의 도박사가 일본 갱단과 일생일대의 도박 게임을 벌이는 내용이다. 이 영화의 묘미는 도박을 이용한 반전 스토리와 유덕화의 매력이다. 다른 도박류와 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