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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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드라이버(4K)

에드거 라이트(Edgar Wright) 감독의 '베이비 드라이버'(Baby Driver, 2017년)는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는 쾌작이다. 숨 가쁘게 전개되는 자동차 액션과 경쾌한 록 음악, 이야기의 전개를 궁금하게 만드는 스릴러 스타일의 구성 등 인기를 끌만한 요소들을 고루 갖췄다. 내용은 기가 막힌 운전실력을 갖춘 청년이 범죄단의 도피를 돕는 운전사로 아르바이트를 뛰면서 벌어지는 모험담을 다뤘다. 범죄마저도 철저하게 역할을 나눠 맡아 분업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미국 사람들 입장에서 도주 운전사는 범죄 성공이 달린 중요한 요소다. 언뜻 보면 흔한 범죄영화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의 성공 비결은 남다른 인물 설정과 음악에 있다. 록 비트를 깨우는 주인공 베이비(안셀 엘고트 Ansel Elgort)는 항상 록 음..

프레스티지(4K 블루레이)

어린 시절에 마술은 동심을 사로잡는 매혹적이고 신비한 볼거리였다. 그러나 차차 나이가 들면서 마술이 눈속임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신비감은 사라졌다. 그만큼 마술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 영악한 현대인들을 유인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그 놀라운 작업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해냈다. 그가 만든 영화 '프레스티지'(The Prestige, 2006년)는 마술이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던 19세기, 온갖 기교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두 마술사의 대결을 다룬 작품이다. 무엇보다 1995년에 출간한 크리스토퍼 프리스트의 훌륭한 원작 소설 덕분에 이야기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보는 이를 끌어들인다. 때로는 마술같고 때로는 추리소설처럼 기묘한 이야기는 마술이라는 신비스런 소재에 과학과 사람들의 광기를 적당히 섞어..

자이언트 로보 : 지구가 정지하는 날 (블루레이)

예전 DVD로 나온 로봇 애니메이션 '자이언트 로보 : 지구가 정지하는 날'(1992년)을 보고 반한 것은 우선 노래 때문이다. 거대한 로봇이 버티고 선 화면 위로 뜻밖에도 도니제티의 유명한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 나오는 아리아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 흘렀다. 로봇 만화에 뚱딴지처럼 들어간 오페라 아리아가 처음에는 황당했지만, 들으면 들을 수록 절절한 비장미가 살아나는게 잘 어울렸다. 오래된 신파극처럼 다소 감정과잉으로 과장된 감도 있지만 오페라 아리아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로봇 애니메이션도 없을 것이다. 미래지향적인 로봇물에 들어간 클래식 음악만큼이나 그림 또한 엉뚱하다. 거대한 로봇들 사이로 중국 고전인 삼국지와 수호지에 나오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한 쪽에선 로봇들이 광선을 쏘아대는 사이로 고색창..

괴물(The Thing-4K)

존 카펜터 감독의 '괴물'(The Thing, 1982년)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 가져오는 극한의 공포를 긴장감 넘치게 묘사한 수작이다. 존 캠벨 주니어의 원작을 토대로 1951년 제작된 영화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남극의 과학기지에 스며든 정체모를 괴물과 기지원들의 사투를 다뤘다. 1980년대 작품인 만큼 특수효과가 뛰어나거나 사실적인 컴퓨터 그래픽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싸움이 전달하는 숨 막히는 긴장감이 모든 볼거리를 압도한다. 그래서 이 작품이 더 빛난다. 영화를 보다 보면 1979년 개봉한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에이리언' 영향을 받은 장면들이 곳곳에 보인다. 그런 점에서 독창성은 떨어지지만 보는 공포심을 자극하는 카펜터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