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CD 20

슈베르트 '죽음과 소녀'-알반베르크 현악4중주단 DVD

유명한 알반베르크 현악4중주단(Alban Berg Quartett)이 연주한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의 '죽음과 소녀' DVD 타이틀이 나왔다. 아주 조용히, 소리 소문 없이 한글 자막이 들어간 라이선스반으로 나왔다. 영화도 잘 안 팔리는데, 하물며 클래식 DVD가 팔릴까 싶어서 그랬는지 너무 소리 없이 나와 안타까울 지경이다. 안타까운 까닭은 알반베르크 현악4중주단의 '죽음과 소녀'(Streichquartett No. 14 ‘Der Tod und das Mädchen)는 이대로 묻히기에 너무 아까운 최고의 연주기 때문이다. 이 곡을 연주한 악단은 많지만 이들의 연주가 가장 드라마틱하다. EMI에서 나온 이들의 CD음반을 처음 들었을 때 2악장에서 느꼈던 숨이 막힐 듯한 감동을 지..

나카지마 미유키 "淺い眠り" (The Film of Nakajima Miyuki 중)

1997년 도쿄 출장을 갔을 때 그곳에서 일하던 친구가 추천해 준 음반이 나카지마 미유키(中島美雪)의 베스트음반 '大吟釀'이었다. 그곳에서 10여 년을 산 친구는 시부야 HMV에 들리자마자 대뜸 미유키의 음반을 뽑아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처음 듣는 가수였지만 그의 판단을 믿고 CD를 구입했다. 집에 와서 들으며 술에 취한 것처럼 그의 목소리에 흠뻑 빠져들게 됐다. 약간은 중성적이면서 마력을 지닌 그의 목소리는 사람을 휘어잡는 매력이 있다. 특히 마음에 든 노래는 '아사이네무리'(淺い眠り)다. 우리말로 하면 선잠에 해당하는 이 노래는 록비트가 가미된 빠르면서 시원스러운 곡이다. 이후 이 음반을 권해준 친구가 몇 년 전 '아사이네무리'가 수록된 DVD 타이틀을 사들고 왔다. 비디오클립을 모아놓은 DV..

어어부밴드-아름다운 세상에 어느 가족 줄거리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1997년)가 개봉한 시점이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이 영화를 본 극장만 기억에 남는다. 지금은 없어진 낙원상가의 허리우드였다. 서울에 많고 많은 극장을 놔두고 왜 하필 개봉관치고 허름한 이곳에 가서 본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곳에서는 이 영화를 상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봉 전부터 말이 많았던 이 영화는 탈선을 일삼는 10대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처럼 찍은 문제작이었다. 지금은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나중에 풀빛출판사에서 나온 같은 제목의 2권짜리 제작일지를 읽어보면 배우로 출연한 일부 아이들이 실제 본드를 불었고 그러다가 죽기까지 했다는 일화가 나온다. 어쨌든, 내게 이 작품은 영화보다 음악이 더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특히 영화 중간에 흘러나오던 ..

적우

2주 전 우연히 KBS 음악 프로그램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걸걸한 목소리의 여가수 때문이었다. '적우', 붉은 비라는 뜻의 예명을 가진 그는 김현식의 '기다리겠소'를 리메이크한 노래를 부르고 들어갔다. 길지 않은 3분 남짓한 시간 동안 김현식보다 더 맛깔스럽게 소화한 그의 노래솜씨에 완전히 매료됐다. 중성적인 그의 목소리는 때로는 호소하듯, 때로는 거대한 기를 뿜어내며 내리누르듯 청중을 압도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특유의 보이스 컬러와 세련된 노래 솜씨는 마치 파트리샤 카스를 연상케 했다. 그의 등장은 실로 '발견'이었다. 그렇지만 그의 음반은 10여 군데 음반점을 돌아다녀도 쉽게 발견할 수 없었다. 언론에 소개되며 지난해 늦가을 출반된 '초콜렛'이라는 그의 음..

스카이 '토카타'

1982년, 남들은 연합고사 준비로 바쁜 중 3 시절에 FM 라디오를 끼고 살았다. 당시 팝송을 소개한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가 '황인용의 영팝스'였다. 저녁 8시에 하던 이 프로그램에서 어느 날 온몸을 얼어붙게 만드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바로 스카이(Sky)의 '토카타'(Toccata)다. 지금은 검색서비스에서 '스카이'를 입력하면 휴대폰 정보나 최진영이 몸담았던 그룹 스카이, 플라이 투더 스카이 등 엉뚱한 정보들이 나타나지만 1980년대 초반 스카이는 유일했다. 스카이는 위대한 클래식 기타리스트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가 이끄는 5인조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였다. 1979년 결성돼 1984년까지 활동한 스카이는 클래식, 재즈, 록을 넘나드는 연주로 프로그레시브 록을 좋아하던 음악애호가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