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DVD 1458

투 가이즈

영화를 보다 보면 간혹 도대체 왜 만들었을까 싶은 작품이 있다. 만든 사람들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재미도 없고 남는 것도 없으면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박헌수 감독의 '투 가이즈'(2004년)도 그런 영화다. 제목부터 '투캅스'를 흉내 낸 듯한 이 작품은 잘 웃기는 남자 박중훈과 차태현 콤비를 내세운 버디물로 대리운전기사와 3류 건달이 우연히 주운 반도체 가방 때문에 국제범죄조직에 쫓기는 내용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넘어지고 쓰러지는 슬랩스틱 코미디와 두 배우의 익살에만 의존한다. 그렇지만 박중훈, 차태현의 코미디는 그동안 두 사람의 출연작에서 많이 봤던 이미지의 중첩이어서 씁쓸함을 자아낸다. 오히려 이 작품은 두 배우의 한계를 드러낸 듯해서 아니 출연한 것만 못하게 됐다. 1.85 대 1 애너모픽..

아는 여자 (SE)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 DVD 타이틀이 출시됐다. 여자들이 즐겨 쓸 듯한 수첩 모양을 닮은 패키지가 제법 예쁘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의 영상은 무난한 편. 세방현상소에서 촬영 필름을 디지털 스캔한 뒤 색보정을 거치는 DI(디지털 인터미디어트) 작업을 거쳤다고 해서 화질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일단 플리커링 외에 특별한 잡티는 없지만 색상이 극장에서 봤던 것보다 탁하다.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평범한 수준. 요란한 소리가 울릴 만한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서라운드 효과도 많지 않다. 2장으로 구성된 만큼 부록이 많다. 장진 감독, 정재영, 이나영의 재미있는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장진 감독이 진행하는 정재영과 이나영..

인어공주

박흥식 감독의 '인어공주'(2004년)는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개봉한 작품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너무 큰 기대를 걸어서 그런지 흡족하지 않았다. 판타지에 의존한 사랑과 부정이 그다지 가슴에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느낌이 달라진 것은 DVD 타이틀을 보면서였다. 다음 달에 미리 나올 DVD를 곱씹어 보며 아련한 감정이 서서히 차올랐다. 극장에서 미처 보지 못한 덧정 속에 숨은 진정이 보였기 때문이다. 아직도 판타지에 의존한 박 감독의 이야기 진행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가 만든 아련한 느낌의 그림만큼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HD텔레시네를 했다는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의 DVD 타이틀은 우리 영화치고 뛰어난 화질을 갖췄다. 원본 필름의 손상 때문에 생긴 잡티와 스크래치..

레이디 킬러

에단(Ethan)과 조엘 코엔(Joel Coen) 형제의 영화는 대부분 그렇듯, 웃음이 터지는 상황에서도 마음 놓고 웃을 수 없는 황당함과 안타까움이 있다. '레이디 킬러'(LadyKillers, 2004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어쭙잖게 모인 5명의 사나이가 뜻밖의 상황 때문에 차례로 사라지는 이야기는 어이없으면서도 웃음이 나온다. 죽는 게 장난이냐는 항변이 터져 나올 법도 한데, 코엔 형제의 비틀기식 이야기에 익숙해 그런 지 그러려니 하게 된다. 모처럼 유쾌하게 본 작품이다. 10월 1일 국내 출시될 DVD 타이틀을 미리 보았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영상은 아주 뛰어난 화질을 갖췄다. 황색 톤의 색감도 잘 살렸고 세부 묘사 또한 섬세하다.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

킬 빌2

'빌을 죽여라'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감독의 '킬 빌 2'(Kill Bill vol.2, 2004년)는 전편과 달리 서부극 이미지가 강하다. 주인공과 악당들이 일본도와 중국 무술을 휘두르며 설치지만 엔리오 모리코네의 서부극 음악과 황량한 벌판이 펼쳐지는 풍경은 영락없는 마카로니 웨스턴이다. 주인공 브라이드(우마 서먼 Uma Thurman)는 자신의 결혼식을 장례식장으로 만든 빌(데이비드 캐러딘 David Carradine)과 그 일당에게 복수하기 위해 혼신을 다해 노력하다. 그 노력, 즉 복수는 처절하고 결과는 허무하다. 2편은 1편의 사족 같은 느낌이 강하다. 1편만큼 쇼킹하고 치기 어린 액션도 없고, 이야기가 늘어진다. 차라리 1편의 시간을 조금 더 길게 늘리더라도 한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