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모개 5

아수라 (블루레이)

김성수 감독은 화끈한 액션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 등 그의 영화들은 남자들의 호쾌한 싸움이 주를 이룬다. 그만큼 거친 폭력 묘사에 일가견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그의 영화들에 잔혹한 세부 묘사가 등장하는 장면은 많지 않다. 다만 영화의 전체적 분위기와 잔혹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앞뒤 정황 등이 그런 연상을 하게 만든다. '아수라'(2016년)도 그런 영화다. 전쟁이 끊이지 않는 지옥도를 연상케 하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권력자들이 얽혀서 처절하게 피 흘리며 지독하게 물고 뜯는 싸움을 다루고 있다. 등장인물들도 지독한 싸움꾼들이다. 각종 이권에 눈이 멀어 마약 밀매 범죄까지 서슴지 않는 부패한 시장과 그에게 돈을 받고 각종 불법을 저지르는..

박하사탕 (블루레이)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얼마 후, 철로 위에 올라 선 설경구의 얼굴이 스크린을 가득 메우며 달려오는 기차를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외치는 충격적인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의 인상이 어찌나 강렬하던 지,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1999년) 하면 우선 떠오른다. '초록 물고기'로 감독 데뷔한 이창동 감독이 두 번째로 만든 이 영화는 설경구가 연기한 영호라는 인물이 겪은 20년을 다루고 있다. 1979년부터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1999년까지 현대사의 가장 아픈 부분이 한 인물의 기억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를 위해 각본을 직접 쓴 이 감독은 영호의 죽음부터 과거로 시간을 되짚어 올라가는 플래시백 기법을 사용했다. 시간을 거꾸로 올라가는 방식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

악마를 보았다 (블루레이)

[아래 캡처 화면에는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여서 잔혹 영상이 일부 들어 있으니 청소년들은 보지 마시기 바랍니다. 블로그 운영자가 자체 성인 인증 기능을 글에 붙일 수 없게 돼 있어 이런 글을 대신 띄웁니다.] 논란이 많았던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2010년)는 제목처럼 인간 악행의 끝을 보여준다. 뼈속부터 타고난 악마처럼 죄의식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범 장경철(최민식)은 비정상적인 사이코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잔인무도한 짓을 벌인다. 여자들을 납치해 폭행하고 토막살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의 친구들은 인육을 먹기까지 한다. 세상에, 악마적 상상력이 너무 끔찍한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터져 나올만 하지만 어쩌랴, 지존파 막가파 사건 등을 보면 현실은 영화보다 더 참담하다. 결국 감독과 작가의 상상..

의형제

국내 증시에만 통용되는 변수가 있다. 바로 코리아 리스크다. 분단 국가라는 지정학적 변수 때문에 항상 북한 관련 안보 뉴스가 터지면 국내 증시는 크게 출렁인다. 그만큼 분단은 한반도를 옭죄는 족쇄다. 그랬기에 오랜 세월 남과 북은 서로를 원수 보듯 대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을 제외하고 군은 북한을 주적으로 표현한다. 한동안 영화도 '쉬리'처럼 이 같은 대치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러더니 언제부턴가 '공동경비구역 JSA' '간첩 리철진' '웰컴 투 동막골'처럼 적대적 상황을 흔드는 영화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비록 한 핏줄이라는 민족적 동질감을 부각시키다보니 지나치게 인간적 감성에 치우쳐 낭만적 경향이 강조되는 한계는 있지만, 우리 민족만이 느낄 수 있는 정서가 있기에 호소력만큼은 짙다. 그럴 때 ..

영화 2010.02.12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SE)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은 본격적인 만주 활극이다.만주를 무대로 서부극의 구조를 그대로 따온 영화라는 뜻.내용이나 형식을 보면 사실상 이탈리아의 거장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에 대한 오마주 성격이 짙다.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위대한 걸작 '석양의 무법자' 원 제목인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에서 마지막만 살짝 'The Weird'로 바꾼 제목부터 시작해서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이 숨겨 놓은 금화가 청나라의 보물로 바뀌는 등 여러 곳에 '석양의 무법자'를 따라간 흔적이 역력하다.특히 세 명의 주인공이 막판 대결을 벌이는 엔딩은 영락없는 '석양의 무법자'의 샌드힐 묘지 결투다.이 장면에서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특기인 눈만 커다랗게 잡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