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21/07 10

올모스트 훼이모스(4K)

끊임없이 지글거리며 튀는 판, 그럼에도 이를 구하지 못해 안달하며 세운상가로, 청계천으로 백판을 찾아 헤매던 1970~80년대 추억을 갖고 있다면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올모스트 훼이모스'(Almost Famous, 2000년)를 보면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이 영화는 록 밴드의 순회공연을 쫓아다니며 이를 기사화하려는 아마추어 프리랜서 리포터의 이야기다. 실제로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 레드 제플린, 블랙 사바스 등 한때 열광했던 밴드들의 이름이 나오면 옛 친구를 만난 듯 반갑다. 주인공이 그랬듯, 록의 저항과 자유정신을 찾아 음악에 빠졌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록 밴드의 모습이 무대 위 모습처럼 무조건 멋있는 것만은 아니다. 영화는 광팬을 자처하며 '그루피'로 ..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4K)

영웅이 돌아왔다. 3편인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1989년) 이후 19년 만이다. 흐른 세월만큼 영웅도 늙었다. 여전히 폼나게 중절모를 쓰고 채찍을 휘두르지만 장애물을 뛰어넘고 몸을 굴리는 모습이 예전처럼 날렵하지 않다. 해리슨 포드(Harrison Ford)의 나이가 개봉 당시 65세였으니 무리도 아니다. 이럴 것 같았으면 차라리 아니 돌아왔어도 좋았으리라. 그래서 그랬나,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은 4편인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Indiana Jones And The Kingdom Of The Crystal Skull, 2008년) 제작을 그렇게 반대했다고 한다. 결국 해리슨 포드와 각본 작업에 참가한 조지 루카스(George Lucas)의 설득..

아키라(4K)

오토모 카츠히로 감독의 애니메이션 '아키라'(Akira, 1988년)를 처음 본 것은 대학 때 복제한 비디오테이프를 통해서였다. 화질도 안 좋고 번역도 돼있지 않았던 터라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기말의 디스토피아적인 암울한 분위기와 충격적인 영상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그랬기에 DVD가 등장한 이후 미국 아마존닷컴에서 영어자막으로 된 미국판 DVD 타이틀을 주저 없이 주문했고 다시 한글 자막이 들어간 국내판 DVD도 구입했다. 이번에 블루레이까지 국내에 정식 출시돼 반갑기 그지없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실적인 그림 때문이다. 이 작품은 무조건 색을 많이 써서 부드럽고 둥글둥글하게 표현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나 아톰, 마징가제트처럼 다리가 길고 머..

1917(4K)

1917년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분기점이 된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난 해다. 미국의 참전과 러시아의 이탈이다. 중립을 견지하며 방관하던 미국은 독일이 유보트를 앞세운 무제한 잠수함 작전으로 1915년에 루시타니아호를 침몰시키자 이를 빌미로 전쟁에 개입해 연합국에 군수물자를 대량 지원하다가 1917년 본격적으로 참전했다. 강대국인 미국의 참전은 좀처럼 기울지 않던 전쟁의 균형추를 대번에 영국과 프랑스 등 연합국 쪽으로 기울게 했고 이듬해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동맹국이 항복하게 만들었다. 반면 러시아의 이탈은 좀 더 빨리 끝날 수 있었던 전쟁을 1918년까지 이어지게 만들었다. 러시아는 1917년 2월에 일어난 사회주의 혁명으로 케렌스키 정부가 들어서며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가 퇴위했다. 이후 혼란스러운..

원초적 본능 - 무삭제 감독판 (블루레이)

*** 카카오에서 10년 전 올린 이 글의 원본을 이유 없이 블라인드 처리해서 다시 올립니다. 카카오에서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구체적 이유를 알려주지 않아 일부 사진을 흐리게 처리했습니다. 블루레이 원본은 캡처 사진과 달리 또렷하게 나옵니다. *** 1980년대에는 '애마부인' '어우동' '개인교수' '채털레이 부인의 사랑' 등이 남학생들 사이에 화제의 영화였다. 어떻게든 보고 싶어 안달을 했고, 덕분에 안소영과 실비아 크리스텔 등이 꽤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 그 맥을 잇는 영화 중 하나가 폴 버호벤 감독의 '원초적 본능'(Basic Instinct, 1992년)이다. 성애 영화는 아니지만 특정 장면과 농도 짙은 정사 씬 때문에 그런 대접을 받았다. 사실 이 작품은 꽤 잘 만든 스릴러다. 여류 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