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연인들'(13 Jours En France, 1968년)은 제목만 보면 로맨스 영화를 떠올리겠지만 사실은 다큐멘터리다.
1968년 2월 프랑스 그르노블(Grenoble)에서 열린 제10회 동계올림픽의 이모저모를 담은 영상이다.
원제는 '프랑스에서 13일'인데 이를 일본에서 '백색의 연인'이라고 번안한 것을 국내에서도 그대로 가져다 썼다.
내용은 제목과 무관하지만 음악은 오히려 엉뚱한 번안 제목이 잘 어울린다.
이 작품의 주제곡은 사랑의 멜로디에 일가견 있는 유명한 프란시스 레이(Francis Lai)가 만들었다.
작품을 보지 못한 사람들도 알 만큼 레이가 작곡하고 다니엘 리카리(Danielle Licari)가 스캣으로 부른 주제곡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국내 FM에서도 심야 방송에서 많이 틀었고 라디오의 시그널 뮤직이나 드라마, 예능 프로 등에서 곧잘 써먹었다.
특히 유명한 것은 배용준과 최지우를 일본에서 욘사마와 지우히메로 유명하게 만든 드라마 '겨울연가'다.
겨울연가는 이 음악을 드라마 주제곡처럼 사용했다.
그런데 정작 오리지널곡은 사랑 이야기와 거리가 먼 다큐멘터리 주제가라니, 아이러니다.
하지만 이 곡을 만든 레이는 원래 사랑과 이별의 멜로디에 천부적 재능을 지닌 뛰어난 작곡가다.
유명한 '러브 스토리' '남과 여'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 '빌리티스' 등이 모두 레이가 만든 영화음악이다.
이 곡 역시 겨울 하면 '러브 스토리'의 '눈장난'과 함께 우선 떠오를 만큼 낭만적인 겨울을 대표하는 명곡이다.
작품은 클로드 를르슈(Claude Lelouch)와 프랑수아 라이첸바흐(Francois Reichenbach) 두 감독이 공동으로 만들었다.
두 사람은 경기 장면과 올림픽 기간 경기장 안팎의 모습을 다양하게 담았다.
그렇다고 기록물은 아니다.
경기 결과보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의 땀과 눈물, 주변 풍경을 다양하게 묘사했다.
제목 그대로 올림픽 기간 일어난 풍경들을 담은 스케치에 가깝다.
그래서 특별한 줄거리나 심지어 설명도 없어서 대회를 둘러싼 배경 지식이 없으면 이미지의 나열처럼 보일 수 있다.
올림픽 기록영화로 유명한 레니 리펜슈탈의 베를린 올림픽 기록물 '올림피아'와 이치가와 곤의 '도쿄 올림픽'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지만 두 작품과 거리가 있다.
두 작품이 다채로운 편집과 극적 영상으로 대회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강조한 프로파간다에 가깝다면 이 작품은 의도적인 메시지가 없다.
그렇다 보니 다소 산만하고 정신없어 보이기도 한다.
특히 안정적인 스테디캠이 나오기 전이어서 카메라를 들고 찍은 장면은 어지럽다.
그래도 스키와 봅슬레이 등 경기 장면의 속도감을 잘 살렸고, 경기 장면과 밤의 여흥 장면을 다른 색조로 구분해서 편집한 장면이 이채롭다.
경기 장면은 컬러, 대회 기간 벌어진 문화 축제 장면 등은 황갈색 모노크롬 톤으로 묘사했다.
당시 프랑스를 찾은 동양인이 신기했던지 일본 선수들과 카메라를 든 사람 등 동양인을 찍은 모습이 많이 나온다.
'남과 여'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 등 로맨틱하며 가슴 아픈 이야기를 주로 찍은 를르슈 감독답게 사람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아울러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눈에 띄는 이색 작품이기도 하다.
국내 출시된 DVD 타이틀은 1.66 대 1 화면비를 지원한다.
화질은 계단 현상이 보이는 등 샤프니스가 떨어져 윤곽선이 명료하지 못하다.
그만큼 블루레이의 국내 출시가 간절한 작품이다.
참고로 미국 크라이테리언에서는 블루레이가 나왔다.
음향은 돌비 디지털 2.0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전혀 없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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