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공포물 36

호스텔

일라이 로스 감독의 '호스텔'(Hostel, 2007년)은 일본 B급 영화 '기니 피그' 시리즈를 연상케 한다. 동유럽을 여행중이던 미국 청년들이 숙소에서 납치돼 부자들의 살인과 고문 도구로 쓰이는 섬뜩한 내용이다. 영화는 '기니 피그' 시리즈처럼 잔혹하고 섬뜩한 고문 장면으로 일관한다. 커다란 무쇠 가위로 살아있는 사람의 발가락을 자르고 드릴로 맨 살을 뚫으며 용접기로 얼굴을 지지는 등 차마 글로 옮기기 힘들만큼 고문 장면들이 끔찍하다. 그런 점에서 공포 영화 본령에 충실한 작품이기도 하다. 저예산 영화인 이 작품이 미국 개봉 당시 크게 히트한 배경에는 쿠엔틴 타란티노라는 이름도 한 몫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일라이 로스 감독의 대본을 읽어보고 한 눈에 반해 제작을 지원했다. 마약과 섹스 등 젊은..

해부학 교실

비록 가짜일 망정 영화 속에서 숱하게 봤는데도 불구하고 시체는 익숙치가 않다. 그만큼 죽음에 대한 생경함과 내재된 공포가 크기 때문이리라. 손태용 감독의 데뷔작 '해부학 교실'(2007년)은 의대에서 해부학 실습용 시체인 카데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공포물이다. 미모의 카데바가 의대 실습용으로 들어온 뒤 해부 실습에 참여한 학생들이 잇따라 의문사한다. 이 과정에서 과거에 시체를 둘러싸고 발생한 음모가 드러나며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카데바라는 소재를 사용한 아이디어는 돋보이지만 공포물로서는 여러 가지로 함량 미달이다. 우선 내러티브가 부족하다. 은주와 지영이 휴대폰 동영상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이나 연쇄살인을 벌인 범인의 살인 동기에 대해서 설명이 충분하지 못하다. 무조건 트라우마로 몰아..

리핑-10개의 재앙

스티븐 홉킨스 감독이 만든 '리핑-10개의 재앙'(The Reaping, 2007년)은 여성판 '오멘'이다. 악마로 지목받은 인물이나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 등이 모두 여성이다. 물론 내용이나 공포 수위가 '오멘'과 비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작품이다. 성경의 출애굽기에 언급된 10가지 재앙이 차례로 일어나는 어느 마을의 수수께끼를 다루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사탄을 믿는 소녀의 짓이라고 믿지만, 마을을 찾아온 여류 과학자는 과학의 힘으로 해결하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점점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10가지 재앙은 점점 도를 더해간다. 힐러리 스웽크가 여류 과학자로 출연해 기존의 작품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악마의 신봉자로 지목된 소녀 역할은 다코타 패닝의 뒤를 이어 요즘 새롭게 뜨고 있는 안나소..

사일런트 힐

공포영화 '사일런트 힐'은 소니의 비디오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나온 게임이 원작이다. 워낙 인기 게임이다보니, 크리스토프 강스 감독도 게임 팬을 의식한 듯 게임에 충실한 영화를 만들었다. 그 바람에 게임 팬들이라면 게임 분위기를 고스란히 살린 영상에 빠져들 수 있지만 게임을 해보지 않았다면 더 할 수 없이 기괴한 영화다. 이야기는 게임과 비슷하다. 딸과 함께 오래전 화재로 폐쇄된 마을 사힐런트 힐을 찾은 로즈가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되는 내용이다. 게임과 다른 점이라면 게임이 아버지의 관점에서 진행되지만 영화는 엄마가 주인공이다. 그로테스크한 게임의 캐릭터들은 잘 살렸으나 '레지던트 이블' '데스티네이션' 등 요즘 속도감 넘치는 액션물에 익숙하다면 지루할 수 있다. 공포의 수위도 높지 않고 액션도 ..

환생

예전에 시미즈 다카시 감독의 '주온'을 보고 많이 웃었다. 가부키 분장처럼 얼굴에 허연 밀가루를 바른 귀신을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뭘 보고 무서워하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 기억에 '주온'은 공포물이 아닌 웃긴 영화로 남아있다. 그 바람에 시미즈 다카시 감독의 '환생' 도 기대를 하지 않았다. 역시 사전 생각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웃기지는 않았지만 무섭지도 않았다. 대신 다른 영화들과 너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이 허연 귀신은 '주온'과 비슷했고 미치광이 교수가 자기 가족을 비롯해 호텔에 머무는 사람들을 모두 죽여버리는 설정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을 연상케했다. 내용은 과거 11명을 연쇄살인한 미치광이 교수의 실화를 영화로 제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