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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 블루레이

택시 드라이버 (CE)

울프팩 2007. 10. 19. 23:47
1996년 미국 뉴욕 출장시 마천루와 더불어 노란 택시가 인상 깊었다.
센트럴파크와 뉴욕대를 지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향하면서 뉴욕은 참으로 택시가 많은 도시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정작 타보지는 못했다.

뉴욕의 택시기사들은 공공 의료보험에 가입이 안된다.
개인 사업자이기 때문에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연금도 없는 이들이 믿는 것은 바로 택시 면허다.
우리네 개인택시면허처럼 택시 위에 찍힌 면허숫자는 무려 50만달러의 가치가 있다.
이들에게는 바로 택시면허가 퇴직금인 셈이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만든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 1976년)는 뉴욕의 택시 운전사가 주인공이다.
월남전 참전 용사인 트래비스(로버트 드니로)는 택시운전을 하며 뉴욕을 누빈다.
이렇다할 삶의 목표가 없는 그는 밤거리의 악행들을 보다못해 무장을 한 채 직접 범죄 소탕에 나선다.

언뜻보면 정의의 사나이를 다룬 듯한 이 작품은 사실 1970년대 미국 사회에 대한 통렬한 풍자가 담긴 느와르풍 걸작이다.
당시 미국의 뉴스위크는 제럴드 포드 대통령 암살 미수범의 얼굴을 표지로 싣는다.

대본을 쓴 폴 슈레더는 범죄자가 영웅처럼 언론을 장식하는 어이없는 현실을 보고 정신이상자도 영웅이 될 수 있는 우스꽝스런 사회의 단면을 꼬집는 이야기를 쓴다.
이를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절제된 영상으로 다듬었다.

특히 버나드 허먼이 작곡한 스산한 음악과 마이클 채프먼 촬영감독의 건조한 영상은 보는 이를 빨아들이는 마력이 있다.
아울러 광기에 사로잡힌 도시의 전사 트래비스를 연기한 로버트 드니로의 연기도 훌륭했다.
무엇보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진면목이 제대로 드러난 작품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화질이 그저 그런 편.
잡티는 제거 됐으나 입자가 거칠고 배경이 지글거린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그런대로 서라운드 효과가 나타난다.

DVD의 진가는 2번째 디스크에 실린 부록에 있다.
제작과정부터 뉴욕 택시기사들의 애환과 1970년대 뉴욕 시에 얽힌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처럼 만든 영상들은 영화못지 않게 재미있다.
특히 영화속 70년대 뉴욕 풍경과 요즘 뉴욕거리를 나란히 분할 화면으로 보여주는 부록은 기발한 아이디어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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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억제할 수 없는 충동의 노예가 된 사람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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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물이 번진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영상은 켐톤이라는 특수 기법을 사용. 엔딩 타이틀에 다시 한번 등장하는데 되풀이해서 사용한 이유는 돌고도는 세상을 나타내기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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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디졸브를 독특하게 사용한 장면. 보통 디졸브는 시간의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공간 이동을 표현하기 위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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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앉아 있는 청바지 청년이 바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다. 그는 이 작품을 만들때 카메라 움직임을 익히려고 히치콕 감독의 '오인'을  많이 참고했다. 그 탓인지, 히치콕처럼 그도 카메오 출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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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솜씨가 훌륭한 드니로는 직접 택시를 몰고 뉴욕을 돌며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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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의 영향이 다분한 장면. 히치콕이 즐겨쓴 하이앵글 샷이 영화에 자주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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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니로의 상대 역으로 나온 시빌 세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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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독특하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왜 저렇게 됐는 지 이유를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 즉, 주인공의 동기를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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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사는 폐쇄적인 트래비스는 첫 데이트에 여인을 포르노 극장으로 데려간다.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1970년대 뉴욕은 7번가, 8번가, 42번가 등 어느 곳이나 포르노 극장 투성이었다. 78~89년 뉴욕시장을 지낸 에드워드 카치는 당시 타임스퀘어는 몹시 지저분했고 42번가에는 25센트면 영화를 볼 수 있는 극장이 즐비했다고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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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택시 손님으로 등장하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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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 포스터의 친구로 등장하는 선글라스를 쓴 소녀는 놀랍게도 실제 창녀다. 당시 15세인 그가 조디 포스터 배역의 실제 모델이다. 대본을 쓴 폴 슈레더는 어린 창녀인 그를 우연히 발견하고 마틴 스콜세지와 함께 그를 설득해 영화에 출연시켰다. 당시 12세였던 조디 포스터는 그의 옷차림, 행동 등을 영화속에서 흉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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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상으로 등장하는 스티븐 프린스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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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악을 일소하기 위해 체력단련을 하는 트래비스. 그는 광기에 사로잡힌 전형적인 마초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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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1980년대 레이건 미국 대통령 암살 미수사건때 다시 화제가 됐다. 당시 범인인 존 힝클리가 이 작품에 빠져있었기 때문. 이 때문에 대본을 쓴 폴 슈레더는 FBI의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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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가 직접 무기 보조기구를 만드는 장면. 편집증적인 그의 광기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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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사용법을 혼자서 익히는 트래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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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는 반어법적인 메시지가 많이 등장한다. 범죄를 위해 구입한 총으로 강도를 잡고, 총기면허가 없다는 이유로 선행을 하고도 도망간다. 막판에는 살인을 하고도 거꾸로 영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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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드니로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궁합이 잘 맞는다. 그는 이 작품을 비롯해 '좋은 친구들' '성난 황소' 등 마틴 스콜세지와 함께 한 작품들에서 단연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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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주로 등장한 하비 케이텔. 원래 포주 역할은 흑인이었으나, 인종 차별 비난을 우려한 제작진은 배역을 백인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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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 포스터는 선글라스, 옷차림, 잼을 바른 빵에 설탕을 뿌려 먹는 행동 등을 실제 매춘부였던 15세 소녀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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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뉴욕의 밤거리는 총기류는 물론이고 심지어 도끼를 들고 다니는 등 무기를 든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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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히컨족 같은 드니로의 머리는 가발이다. 월남전 당시 특수부대가 작전을 나갈때 했던 머리 모양을 흉내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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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의 총에 맞아 악당의 손가락이 날아가는 장면은 가짜 손을 만들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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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드니로의 결투 장면은 참으로 잔혹하다. 제작진은 심의 통과를 위해 결투 장면의 채도를 일부러 크게 떨어뜨렸다. 그래서 원래 강렬했던 붉은 피 색깔이 모두 갈색으로 변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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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맡은 버나드 허먼은 이 작품이 유작이었다. 심장이 안좋았던 그는 작곡을 마친 뒤 할리우드 스튜디오로 날아와 직접 지휘하며 음악을 녹음한 뒤 그날 밤 쉐라톤 호텔에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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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내려다본 죽음의 현장을 촬영하기 위해 제작진은 3개월에 걸쳐 천장을 뜯어낸 뒤 내려다보며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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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니로가 연기한 트래비스 역 후보로 처음에는 제프 브리지스, 닐 다이아몬드 등이 거론됐다. 이 작품은 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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