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2월13일 밤.
미,영 연합군의 B-17, B-24, 랭카스터 등 1,000여대의 폭격기가 드레스덴의 밤하늘을 뒤덮었다.
독일 최대 공업도시이자 오래된 문화도시인 드레스덴 폭격에 나선 것.
그날부터 14일까지 이틀간 계속된 수십만발의 소이탄 폭격은 1,000년 고도를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명목은 나치 독일의 생명줄을 끊기 위한 공업 도시 폭격이었지만, 사실상 드레스덴에는 군수산업이 아닌 생필품과 경공업 공장들이 많았다.
연합군도 이를 몰랐던 것은 아니고,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듯이 독일에 공포심을 불어넣어 전쟁의지를 끊기 위한 목적이 컸다.
폭격의 강도가 얼마나 셌던지, 유서깊은 드레스덴의 문화 유산은 대부분 불에 타 사라지고, 10만에서 20만명으로 추산되는 사람들이 사망했다.
이때 개발된 연합군의 폭탄 이름이 '블록버스터'였다.
여기서 모든 것을 쓸어버린 대작 영화를 가리키는 '블록버스터'라는 말이 유래했다.
블록버스터 때문에 드레스덴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폭보다 더 많은 피해자를 낳았다.
사람들은 잊어버릴지 몰라도 역사는 상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웨스틴 호텔에서 엘베강 다리를 건너자 온통 검은색 일색인 건물들이 나타났다.
드레스덴 폭격의 폐허 속에서 재건한 궁전, 성당, 박물관들이다.
이 건물들은 당시 불에 타서 그을린 잔존물로 복원했다.
마치 현무암 덩어리처럼 시커먼 건물들이 주는 느낌은 참으로 묘했다.
그 어떤 반전 메시지보다도 강렬하게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드레스덴도 인구 약 50만명의 적지 않은 도시여서 여기 저기 볼 게 많다.
특히 라파엘로의 '시스티나의 마돈나' 그림이 걸려있는 즈빙거 궁전과 궁정 성당 등의 건축물과 루벤스, 렘브란트 등의 그림, 바그너와 베버의 음악 등 남부 유럽의 문화가 어우러져 '독일의 피렌체'로 꼽힌다.
일부 미술관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시내 중심가를 천천히 걸어다니면서 구경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하루 동안 자세히 보고 듣기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쉽게 방문하기 힘든 곳이라는 점에서 인상깊은 곳이었다.
궁정 성당의 제단. 뒤에는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이 있다. 이곳에서 11시30분부터 12시까지 연주된 파이프 오르간 연주는 정말 감동이었다. 온 몸을 휘감는 음의 폭포 속에서 잠시 속세를 떠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드레스덴 성. 드레스덴 궁정성당 옆쪽에 있으며, 왼쪽 벽에 붙여놓은 군주의 행렬이 압권.
드레스덴 성 벽면에 있는 '군주의 행렬'. 그림이 아니다. 2만5,000여장의 도자기 타일로 작센 왕과 귀족들의 행렬을 묘사했다. 그림 밑에는 가문 표시가 둥근 원 안에 들어있다. 길이가 무려 101미터, 높이 8미터로 거대하다.
엘베 강변에 위치한 브뤼세 테라스. 주요 건축물과 엘베 강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도 프라하처럼 관광객을 위한 마차가 다닌다.
마틴 루터 상을 뒤로 하고 우뚝 서있는 성모 교회. 커다란 돔이 인상적인데 이곳은 공습때 완전 잿더미가 됐다. 군데 군데 검은 벽돌이 폭격 때 남은 벽돌을 이용해 재건한 것. 높이가 95미터로 위용이 대단하다.
성묘 교회 내부의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
교회 안에서 올려다 본 돔.
교회 앞 광장에 늘어선 자전거 식 인력거. 자전거처럼 페달을 열심히 밟아야 움직인다.
둥근 돔은 렘브란트, 라파엘로 등 유명 화가들의 그림이 있는 알베르티눔.
군주의 행렬 앞에서 찍은 음악 소녀. 도시 곳곳에 이렇게 연주를 하며 돈을 받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입성을 보면 헐벗고 굶주려 그러는 것 같지는 않다.
국립 잼퍼 오페라 극장. 바그너의 '탄호이저'를 비롯해 유명 오페라들이 여기서 공연됐다.
여기가 유명한 즈빙거 궁전이다. 작센 왕이 여름을 나던 별장 같은 곳. 왼쪽에는 도자기 박물관, 초입에는 무기 박물관, 오른쪽에는 미술관이 있다.
즈빙거 궁 오른쪽에 위치한 님프의 욕탕을 내려다본 모습. 작은 분수로 구성된 곳.
즈빙거 궁의 해자를 따라서 돌면 이렇게 생긴 뷰포인트를 만날 수 있다. 네모 안에서 사진을 찍으면 잘 나온다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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