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락 오브 에이지 (블루레이)

울프팩 2012. 12. 22. 12:56
1980년대는 하드록, 특히 헤비 메탈의 시대였다.
80년대 초반 치기어린 고교생 시절, 아이들은 가요나 팝을 들으면 부끄러워했고 록이나 메탈을 들어야 음악 좀 듣는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 바람에 '빽판' 장사들만 돈을 벌었다.
록이나 메탈은 워낙 국내에 금지곡이 많아 라이센스반은 여러 곡이 잘린 채 출반됐기 때문에 주로 황학동이나 세운상가 등을 뒤져 음질은 나쁘지만 금지곡이 온전히 수록되고 가격도 싼 백판들을 주로 샀다.

그만큼 80년대는 록이 인기를 끌었다.
가뜩이나 암울했던 시절, 들끓는 청춘의 에네르기를 달래기에는 폭발적인 록 사운드만한게 없었기 때문.

아담 쉥크만 감독의 뮤지컬 영화 '락 오브 에이지'(Rock of Ages, 2012년)는 LA 메탈이 득세하던 1987년 할리우드의 선셋스트립을 무대로 하고 있다.
당시에는 스콜피온스, 스키드로우, 트위스티드 시스터, WASP, 콰이어트 라이엇, 데프 레파드 등 멜로디와 쇳소리 보컬이 강점이었던 메탈 밴드들이 인기를 끌었다.

영화는 이들의 노래를 그물코처럼 엮어 록으로 선셋스트립에서 성공을 꿈꾸는 청춘남녀의 이야기를 그렸다.
당시 선셋스트립은 록클럽들이 즐비했던 곳으로, 록 밴드들의 공연이 연일 이어지던 록의 아성이었다.

하지만 댄스곡들이 인기를 끌자 성공을 꿈꾸는 뮤지션들은 록을 버리고 팝을 택한다.
주인공들도 생계에 쫓겨 잠시 흔들리지만 결국 사랑과 저항으로 충만한 록의 정신으로 되돌아 온다.

뻔한 스토리를 받쳐주는 것은 과거를 돌아보게 만드는 너무나도 익숙한 80년대 록 넘버들이다.
영화적 상황에 맞게 가사를 꿰어 맞춘 이 노래들을 다시 듣는다는 것 만으로도 반가운 작품이다.

특히 두 곡의 서로 다른 노래를 마치 하나의 곡처럼 댓구를 이뤄 절묘하게 짜 맞춘 편곡이 돋보인다.
그러나 '맘마미아'처럼 히트곡을 이용해 만든 뮤지컬 영화지만, '맘마미아' 만큼 재밌는 볼거리를 제공하거나 메릴 스트립이 부른 'Winner Takes It All'처럼 감동을 주는 곡이 없다는 점이 한계다.

더구나 80년대 록과 메탈에 대한 향수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뜬금없는 영화일 수 있다.
반면 메탈마니아 입장에선 아직도 고이 간직한 예전 LP나 CD를 다시 뒤적이게 만든 영화였다.

1080p 풀HD의 2.40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입자감이 살아 있는 영상은 칼 같은 샤프니스와 또렷한 색감을 자랑한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폭탄같은 저음으로 록의 폭발적 사운드를 잘 살렸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삭제장면, 뒷이야기, 뮤지컬넘버 등이 모두 한글자막과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특히 록뮤지션들의 당시를 회고하는 부록은 거침없는 입담으로 솔직하게 털어놓는 내용들이 너무 재미있어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
메탈 보컬로 변신한 톰 크루즈. 이를 위해 4개월 동안 보컬트레이닝을 받았다. 노래를 꽤 잘 불렀다.
지금은 사라진 LA의 타워레코드. 예전에 LA 출장을 가면 꼭 들려서 CD를 많이 샀던 기억이 난다. 극 중 나오는 타워레코드는 물론 제작진이 만든 세트다.
캐서린 제타 존스가 록을 악마의 음악이라며 탄압하는 시장 부인으로 등장. 원래 이 작품은 2006년 브로드웨이에서 인기를 끈 뮤지컬이었다.
1980년대 특징 중 하나가 닭벼슬처럼 세운 머리모양이었다. 그만큼 헤어스프레이가 널리 쓰였다.
여주인공을 맡은 줄리안 허프는 컨트리 가수 겸 댄서 출신이다. 아담 쉥크만이 그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면서 알게 됐다.
남자 주인공 디에고 보네타는 멕시코에서 꽤 인기를 끈 가수 출신으로, 오디션을 거쳐 선발됐다. 그는 영화를 찍으며 따로 하드록 스타일의 보컬 훈련을 받았다.
블루레이 부록에 실린 록 뮤지션들의 증언을 보면 "1980년대 선셋스트립에는 록 음악과 마약, 섹스가 넘쳐났다"고 한다. 특히 트위스티드 시스터의 보컬 디 스나이더 등의 얘기를 들어보면 "여자들과 섹스 행각이 많았고, 마약이 술집의 땅콩처럼 흔했다"고 한다.
영화에도 잠깐 나오지만 선셋스트립에 위치한 위스키, 레인보우, 록시 등은 80년대 유명 록클럽이었다.
부록에 실린 록 뮤지션들의 웃기는 일화 중 하나가 옷이야기다. 메탈밴드들은 색다르게 보이려고 여동생들의 옷을 뒤져서 입으면서 독특한 패션스타일을 유행시켰다.
당시 메탈 밴드들이 즐기던 여성 댄서용 타이즈를 입을 때는 속옷도 입지 않았고, "포경 수술 여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꽉 끼는 바지도 자주 입었다"고 한다.
웃기는 것은 당시 선셋스트립 밴드들이 똑같은 옷을 입는 경우가 많았는데 알고 보니 그들이 호주 출신의 스타일리스트인 플러라는 여성을 공통적으로 기용해 빚어진 일이었다. 즉 이 밴드가 입었던 바지를 다음날 다른 밴드가 입는 일이 발생하면서 나중에는 누가 누군지 구분이 가지 않는 일이 일어났단다. 플러는 여성 록밴드 하트의 스타일리스트이기도 했다.
영화에 나오는 스트립 댄서들의 봉 춤. 가히 곡예에 가까울 정도로 대단한 묘기들을 선보인다. 실제로 이들을 가까이서 보면 춤 출 때 근육이 체조선수들 같다.
영화에 여러 번 나오는 LA의 할리우드 표지판은 제작진이 플로리다에 만든 가짜다. 실제 할리우드 표지판은 글자 앞쪽의 경사가 너무 가파르고 뒤쪽에 카메라를 둘 공간이 없어서 촬영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제작진은 플로리다에 있는 70m 높이의 쓰레기 매립장 꼭대기에 가짜를 만들어 찍었다.
타워레코드를 비롯해 영화 속 그대로 재현된 선셋스트립은 플로리다 마이애미에 만든 세트다.
1980년대 메탈 곡들은 미국에서 CF 배경음악으로 쓰이면서 인기를 끈 경우가 많았다. 영화에도 나오는 트위스티드 시스터즈의 'We're Not Gonna Take It'은 질 건조증 방지용 크림 광고음악이었다.
나이트레인저의 'Sister Christian', 조안제트 앤 더 블랙하츠의 'I Love R&R', 익스트림의 'More Than Words', 트위스티드 시스터즈의 'I Wanna Rock', 쿼터플래시의 'Harden My Heart', 포리너의 'I Wanna Know What Love Is', 화이트스네이크의 'Here I Go Again' 등 유명곡들이 영화에 쓰였다.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Rock Of Ages (락 오브 에이지) OST
톰 크루즈 노래
락 오브 에이지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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