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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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랜드(블루레이)

혜성의 충돌로 지구가 인류 멸망의 위기를 겪는 영화는 예전에도 있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아마겟돈'과 미미 레더 감독의 '딥 임팩트'가 그런 영화들이다. 아마겟돈은 인류를 구하기 위해 일종의 우주 특공대가 편성돼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행성을 파괴하는 적극적 행동을 다뤘고, 딥 임팩트는 최후의 순간을 맞는 각국 정부와 세계 곳곳의 모습을 그렸다. 릭 로먼 워(Ric Roman Waugh) 감독의 '그린랜드'(Greenland, 2020년)는 한 가족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 정부는 갑자기 거대한 혜성이 지구로 들이닥치면서 인류 멸망의 위기를 맞게 되자 우선 살려야 될 사람들을 추려서 그린란드의 핵전쟁 피난소로 옮긴다. 선별의 기준은 나중에 문명 재건을 위해 필요한 전문가와 지식인들이다. 건축공학..

더 셰프(블루레이)

요리사에게 미쉐린 가이드(미슐랭 가이드 Michelin Guide)가 부여하는 별은 영광이다. 별을 받아 책자에 소개되면 요리사의 명예도 올라가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아 자연스럽게 돈도 벌 수 있다. 그러니 요리사라면 미쉐린 스타를 욕심 낼 만도 하다. 존 웰스(John Wells) 감독의 '더 셰프'(Burnt, 2015년)는 이런 요리사들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요리사 아담 존스(브래들리 쿠퍼 Bradley Cooper)는 과거의 불명예스러운 사건으로 요리계를 떠나 여기저기 떠돌았다. 그러다가 영국 런던(London)으로 돌아와 별 3개의 미쉐린 스타에 도전하기 위해 음식점을 연다. 그러나 그의 괴팍한 성격과 완벽한 요리에 집착하는 그의 고집 때문에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힘들어한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블루레이)

홍원찬 감독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19년)는 해외판 '아저씨' 같은 영화다. 살인청부업으로 먹고사는 전직 비밀공작원 인남(황정민)이 엄마를 잃고 장기밀매 조직에게 납치된 아이를 찾기 위해 태국에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하필 인남이 의뢰를 받아 죽인 야쿠자 두목에게는 잔혹한 킬러 동생 레이(이정재)가 있다. 복수심에 불타는 레이는 태국까지 인남을 쫓는다. 인남은 태국의 장기밀매 조직과 레이 모두에게 추격을 당하면서 힘든 싸움을 벌인다. 뛰어난 싸움꾼이 납치된 아이를 찾기 위해 단신으로 장기밀매 조직과 싸우는 얘기는 '아저씨'와 닮았다. 다만 싸움의 스타일과 스케일이 다르다. 이 작품의 주인공 인남은 '아저씨'의 원빈이 목욕탕에서 보여준 화려한 개인기 액션과 달리 총싸움과 피가 뚝뚝 떨어지는 잔혹..

세상의 모든 아침(블루레이)

알렝 코르노(Alain Corneau) 감독의 '세상의 모든 아침'(Tous Les Matins Du Monde, 1991년)은 비올라 다 감바가 얼마나 매력적인 악기인지 알려준 영화다. 아울러 조르디 사발(Jordi Savall)이라는 위대한 연주자를 재발견한 작품이기도 하다. 파스칼 키냐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17세기 프랑스에서 활약한 작곡가 겸 뛰어난 비올라 다 감바 연주자였던 생트 콜롱브(Monsieur de Sainte Colombe)와 그의 제자였던 마랭 마레(Marin Marais)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7현을 활로 연주하는 비올라 다 감바(viola da gamba)는 첼로의 원형으로 알려진 악기로 지금의 첼로보다는 크기가 약간 작다. 당시에는 꽤 인기 있던 악기였으나 이후..

소살리토

예전에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출장을 갈 때마다 자주 들렸던 곳이 바닷가 마을 소살리토다. 금문교에서 다리만 건너면 나오는 가까운 곳이어서 즐겨 찾았는데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다양한 집들이 들어선 부촌이다. 소살리토는 높다란 건물과 도회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샌프란시스코와 달리 유럽 마을 같다. 고풍스러운 중세도시 같다는 뜻이 아니라 높은 빌딩이 빼곡히 들어서거나 구획 정리가 잘 된 미국 도시 느낌이 덜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바닷가에는 요트들이 즐비하게 정박해 있고 언덕을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도로들을 따라 갖가지 상점과 여러 모양의 집들이 들어서 있다. 예전에는 이 곳에 헤밍웨이를 비롯해 예술가들이 많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미술품이나 공예품 등을 파는 상점들이 여럿 보였다. 샌프란시스코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