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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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

기타노 다케시(北野武) 감독의 '브라더'(Brother, 2000년)는 미국판 '소나티네' 같은 영화다. 야쿠자 조직의 싸움에서 수세에 몰린 야마모토(기타노 다케시)는 일본을 등지고 홀로 미국 LA로 떠난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야마모토는 LA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약을 팔며 근근이 살아가는 배다른 동생과 흑인 건달들을 모아 깡패 조직을 만든다. 조직이 커가면서 이탈리아 마피아들과 부딪치게 되고 야마모토는 다시 원치 않는 조직 간 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일본의 야쿠자 영화를 미국에 가져가고 싶었다"는 기타노 다케시는 바람대로 LA를 휘젓는 일본 깡패영화를 만들었다. 기타노 특유의 피비린내 나는 강도 높은 폭력 묘사가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액션이 아니라 스산한 음악이다...

퍼니셔

마블코믹스의 원작 만화를 토대로 만든 '퍼니셔'(The Punisher, 2004년)는 '스파이더맨' '헐크' '데어데블' '블레이드' 등 마블코믹스 계열의 작품들이 그렇듯 어둡고 우울한 이미지의 영웅이 주인공이다. FBI 특수요원 프랭크 캐슬(토마스 제인 Thomas Jane)은 범죄집단의 두목 세인트(존 트라볼타 John Travolta)에게 일가족이 몰살당하는 비극을 겪은 뒤 복수에 나선다. 일가족을 지켜내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캐슬의 복수는 자책과 분노가 뒤섞여 더 할 수 없이 잔인하다. 딱 만화에 어울리는 줄거리처럼 영화 또한 B급 액션영화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B급 액션물에도 못 미친다. 차라리 화끈한 액션으로 볼거리라도 제공했다면 B급 액션물의 체면치레는 했을 텐데..

본 아이덴티티 & 본 슈프리머시 (본 박스세트)

더그 라이먼(Doug Liman이 감독한 '본 아이덴티티'(The Bourne Identity, 2002년)는 스파이 액션물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로버트 러들럼의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CIA 비밀공작원으로 활동하던 본(맷 데이먼 Matt Damon)이 작전중 사고로 기억을 상실한 뒤 원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본의 기억이 세상에 알려지면 곤란한 사건과 얽혀있어 CIA에서는 그를 제거하기 위해 뒤를 밟는다. 비록 본은 기억을 잃었지만 살인 무기로 훈련받은 싸움기술은 본능처럼 몸에 남아있어 혼자서 많은 적들을 물리치며 어려움을 헤쳐나간다. 영화는 '유주얼 서스펙트'같은 절묘한 추리 게임과 긴박한 액션, 자동차 추격씬이 얽혀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의외로 액션에 안 어울릴 것..

아라베스크 'Greatest Hits' DVD

아라베스크(Arabesque)는 1970년대 말, 1980년대 초 한국에서 꽤나 인기를 끌었던 독일의 3인조 여성 그룹이다. 1978년 데뷔 음반에 수록된 'Hello, Mr. Monkey'가 최대 히트곡인데, 이 곡은 최근 왁스가 '머니'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했다. 1980년대 초반 이들을 비롯해 둘리스, 바카라, 징기스칸 등 유럽의 댄스그룹들이 국내에서 곧잘 인기를 끌었다. 당시 서울가요제를 비롯해 국내에서 국제가요제랍시고 개최한 행사에 둘리스나 아라베스크가 최고의 초대 손님으로 초청돼 무대에 섰다. 중학생 때 이덕화가 진행한 TV 쇼프로에서 방한한 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본 기억이 난다. 나중에 고등학교 올라가서 록과 메탈, 아트록, 클래식 등을 들으며 겉멋이 들어 댄스곡을 유치하고 수준 낮다고..

지금 만나러 갑니다

도이 노부히로(土井裕泰) 감독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5년)는 하이틴 로맨스 소설 같은 영화다. 하이틴 로맨스처럼 고만고만한 사랑이야기로 눈물샘을 자극한다는 뜻. 아닌 게 아니라, 이치카와 타쿠지라는 작가의 인터넷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영화는 비의 계절에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망한 아내가 어느 날 남편과 아들 앞에 나타나는 거짓말 같은 내용이다. 남편과 아이처럼 어리둥절한 관객들을 위해 영화는 아내가 과거를 되짚어가는 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보고 나면 별 내용도 없는데, 일본에서 꽤나 인기를 끌었다고 하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마 작은 일에도 과장되게 반응하는 일본인의 정서와 부합하는 코드가 들어 있나 보다.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대부..